회복을 위한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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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택했다.
복잡한 마음이 더는 감당되지 않을 때,
사람들 사이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기분이 들 때,
무더운 제주의 한여름 속,
나는 발길을 돌려 숲으로 들어갔다.
흙과 나무, 햇살과 바람,
새와 벌레소리만 있는 그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풍경 안에 있다 보면
복잡하고 시끄러웠던 마음이 조금씩 옅어진다.
고여 있던 생각들이 조용히 흘러내려간다.
이 길을 걷는 이들마다
무언가를 비워내고,
무언가를 채우며 지나갔겠지?
그래서일까, 어쩐지 함께 걷는 기분이 든다.
나뭇잎 사이사이에 남아 있을 것 같은
이 길을 지나온 사람들의 사연과 이야기들,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들이
바람결에 묻어오는 것만 같다.
걷다 힘들어 잠시 멈춰 서 있을 때에도
숲은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애써 잘 해내야 할 필요도,
괜찮은 척할 필요도,
설명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나는 숲을 택했다.
단단하게 오래 견뎌온
이 여름의 짙은 초록에 잠시 기대어
또 한 걸음 내딛는다.
조금 더 나다운 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대를 안고서.
- from 제주에서 걷고, 읽고, 쓰는 유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