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먼저 아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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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했다.
왜 나는 늘 누군가의 기분을 먼저 살폈을까.
왜 나는 항상 책임지는 쪽이었을까.
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 곁에서
그렇게 오래 머물렀을까.
무책임이라는 이름을
나는 오랫동안 ‘사랑’이라 불러왔다.
조종을 배려로,
이용을 희생으로,
침묵을 이해로,
그렇게 나는 나를 줄여가며
누군가의 감정 안에서 살아 있었다.
그게 다정한 안식처인 줄 알았다.
하루하루 무너져 가는데도
신기하게 숨은 잘 붙어 있었다.
이제 다 떠나왔으면,
조금은 평화롭고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나는 왜 여전히 불안에 떨며
나를 더 작게 만들고 있었을까.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누가 해줄까.
그 아끼는 방법조차 모르고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너무 아쉬워
나는 참 억울했다.
지금은
그렇게 살아온 내가 억울해서,
이제는 나를 먼저 아끼는 법을
배우고 싶어 졌을 뿐이다.
– from 제주에서 걷고, 읽고, 쓰는 유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