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끌어내, 살려내기 위하여

걷기의 시작

by 아이엠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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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습관. 아니, 어쩌면

나를 끌어내는 습관이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20년 넘게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의 흐름을

조금 더 건강하게, 더 부드럽게 다루고 싶었다.


은둔과 고립을 택했던 시간들도

지금 돌아보면 피할 수 없었던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해가 일찍 떠서 눈이 자꾸 일찍 떠졌다.

하지만 눈뜨는 게 반가운 날은 드물었다.

속이 갑갑했고,

하루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버거웠다.

생각은 얽혀서 터질 듯했고,

부정적인 기억들이 제멋대로 떠올랐다.


가끔은 그냥 바람을 쐬러 나갔다.

문을 열기까지가 어려웠지만,

밖으로 나가면

어딘가에 앉아 멍하니 있거나

무작정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나아졌다.


눈을 뜨면

“하… 또 하루가 시작됐구나. 빨리 지나갔으면…”

그렇게 하루를 견디던 때가 있었다.

계속 눈을 감고 의식이 사라지길 바란 적도 많았다.


힘듦은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지만

나의 침잠은 살면서 다시는 또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인생은 늘 내 뜻 같지 않게 아이러니하게 흐른다.


그러니 또다시 반복되는 이 사이클에

어쩔 수 없이 익숙해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기운이 떨어질 땐 그대로 두기도 하고,

어떨 땐 억지로라도 끌어올려 본다.

무엇이 되었건,

나를 살리기 위한 방식이었기를 바라면서.


결국 밖으로 나갔다.

걷는 걸 싫어하던 나.

아직도 즐기진 못하지만, 풍경이 예쁘니 걷게 된다.

그 또한 감사한 변화다.


안에 남아 있던 생존 본능, 살아 있으려는 힘,

혹은 그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몸의 외침이었을지도.


표효하듯 밖으로 뛰쳐나오게 된 건

결국 살아있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리듬을 느끼려던 것이다.


완벽하진 않아도, 이런 작은 습관들이

무너진 나를 다시 끌어내주고 있다.


나는 오늘도

나를 다시 데려오는 중이다.




- from 제주에서 걷고, 읽고, 쓰는 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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