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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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스로, 종종 말했다.
자신은 타인에 대한 것이라면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절대’ 하지 않는다고.
밝은 미소와 함께
흐트러짐 없이 배어 나오던 그 단호한 확신이
꽤나 단단하고 멋져 보여서
처음부터 호감이 갔다.
적어도,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조금씩,
설명하기 어려운 어색함이 쌓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험담하지는 않았지만,
몸짓, 눈빛, 표정들에 담긴 미묘한 태도들을 통해
그녀가 꺼리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했으니까.
‘말’이 부재하는 공간 안을
불투명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이 채워 갔다.
서로가 불편해하며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은밀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싶지 않았던 이들은
하나둘,
그렇게 그녀가 불편해한다고 ‘느껴지는’ 누군가를
서서히 외면해 갔다.
무언의 동조.
연락을 끊고, 은근히 거리를 두며,
차츰차츰,
불편한 감정의 공간이 확장되어 가는 시간이 늘어간다.
충분한 예의를 갖춘 선명한 혐오.
나는 그녀를 통해
'험담'과 '부정'이 뱉어내는 말들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표정과 태도를 통해 본인의 의도를 관철시키면서도
‘천박하게 남 이야기 따위 하지 않는 현명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도.
그 깨달음은 생각보다 더 서늘했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관계의 책임에서 비켜선 감정들이
얼마나 쉽게, 얼마나 더 잔인하게,
타인을 고립시키는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소소하게나마 작은 배움도 얻은 것 같다.
누군가에 대한 '말'이
반드시 부도덕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때로는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언어로 꺼내어 설명하고,
관계에 대한 선을 분명히 긋는 일이
오히려 더 정직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