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VCNC의 타다가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핵심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문 닫은 이야기를 털어놓고, 신사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타다를 통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초상을 엿본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은 어떤 모습일까.
스타트업은 단어에 환상을 담고 있다. 익숙함에서 불편함을 찾아내는 천재적 시각, 문제를 해결하는 도전적인 기획과 실행. 우리는 24시간 충혈된 눈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며, 결국은 사회를 변화 시키는 창업자와 동료들의 열정을 기대한다. 스타트업이 이뤄낸 혁신적 성과는 박수를 받는다. 로켓이 출발하면서 쏟아낸 부는 '쇼미더머니'에서 찾는 '플렉스' 못지않다.
2020년의 VCNC가 그랬다. 영화 속 등장한 '타다 베이직'의 이용자들은 편리함과 쾌적함에 열광했다. 카니발의 넓은 공간은 최고였다. 거기에 "기사가 많을 걸지 않았다", "향긋한 방향제가 인상적이었다", "FM 93.1㎒에서 나오는 조용한 클래식", "운전자의 욕설을 듣지 않았다" 등 기존 운송 서비스와 차별화된 장점이 인터뷰에서 끝없이 쏟아졌다. 기본이지만 그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승객 중심 서비스가 타다가 강조한 혁신이었다. 인터뷰에는 140번을 넘게 타다를 호출한 이용객이 등장했다. 그리고, 나 역시 몇 천 원을 더 지불해도 언제나 타다 베이직을 선택할 용의가 있었다.
그 뿐인가. 동시에 '타다 기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VIP를 모셨던 전문 기사는 안정적인 운전으로 승객에게 만족을 줬다는 데 행복을 느꼈다. '투잡'이 필요한 젊은 음악가에게도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제2의 직업이었다.
승객과 드라이버를 잇는 기술 플랫폼의 모습은 우리가 기다렸던 스타트업의 전형이었다. 영화에 등장한 타다 구성원은 서비스와 자신의 일체화 했던 그때를 회상한다. 각자의 역량을 모아 그동안 없던 혁신적 결과물을 출시했다. 도로를 연상시키는 타다의 브랜드 로고는 정도를 걷겠다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그만큼 소비자만 바라보고 정직하게 서비스를 준비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확인을 거쳤다. 위법성은 없었고, 서비스는 태어났다. 타다는 세상에 등장하자마자 많은 팬이 생겼고, 성공과 성장은 지속될 것 같았다.
충격적으로 카니발의 시동을 끈 건 국회였다. 172만 명이 이용하던 '타다 베이직'을 멈추라며,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모빌리티 산업의 패권을 쥔 택시 종사자들과 신규 비즈니스의 갈등을 조율하는 데 실패했고, 결국 의사봉을 두드린 것이다. '타다 활성화법'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글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딱 하나의 서비스를 겨냥해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을 개정했다는 것을.
다만, 영화가 흘러갈수록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분노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법적 안정성을 무시한 위정자들에게 배신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누가 정부를 믿고 사업을 하겠냐는 박재욱 창업자의 물음은 강한 울림을 준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강조해야 하는 건 VCNC가 보여주는 새로운 도전과 기업가 정신이다. 그들은 '타다 베이직'을 멈추면서 많은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다. 박재욱 대표는 페이스북에 "알고 있던 상식이 무너진 날"이라며 타다 금지법이 법사위를 통과한 2020년 3월 4일을 못 박았다. 이들이 여기서 멈췄다면 분명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굉장히 암울했을 것이다. 하지만, 타다는 젊은 조직의 열정을 동력으로 여전히 도로를 누비고 있다. 그 사실에 안도감이 든다.
이들은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모빌리티 산업은 변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를 가져오겠다"라고 말했다. 베이직 서비스는 멈췄지만, 이들은 곧 대리 운전과 택시 '타다 라이트'를 출시했다. 플랫폼이 현장에서 잘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 밤 거리를 발로 뛰었다. 타다 라이트는 모집한 기사의 수가 목표에 닿지 못해, 베타 버전으로 먼저 세상에 내놓기도 했다. 예측에서 벗어난 상황이었지만, 해결 방법을 찾아 VCNC은 고군분투했다. 심지어 대리 운전 사업은 현재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토스에 인수된 후 이들은 다시 한번 움직이고 있다. 대형 택시인 '타다 넥스트'를 12월 중 출시한다는 목표를 밝히는 등 신규 사업을 현실화 하는 중이다.
타다 출신인 한 지인은 "베이직 종료 후 이탈한 이용자를 다시 앱으로 불러오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VCNC의 바퀴는 여전히 굴러가고 있다. 기업이 서비스를 내놓을 때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 넣어야 하는 지를 그대로 엿보게 한다. 능력 있는 동료들과 팀을 이뤄 치열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대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VCNC에 숙연해진다. 또, 존경스럽기도 하다.
스타트업은 위기가 많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때문이다. 헤게모니 싸움에 피 흘리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이해 관계자들의 반응에 "끝이 없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든다"는 박재욱 창업자 같은 기업가도 있다. 모든 스타트업의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도, 새롭게 도전하며 뛰어드는 게 스타트업의 숙명 같다. 여기어때도 마찬가지로 많은 위기와 갈등이 산재한 가시밭길 위에서 한 발 씩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며 함께 일하는 동료를 다독이려고 노력한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은 풍파를 겪으면서도 치열하다. 그게 영화 '타다 :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에서 볼 수 있는 현장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