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초등학생이 되기 이전의 나는 잔병치레가 많아 엄마의 손이 많이 가던 딸이었다. 유치원 등원은 고사하고, 누워만 있다 엄마의 등에 업혀 병원으로 등원하던 딸. 그래서였을까, 그런 딸 덕에 집에서 꼼짝 못 했던 엄마는 초등학생이 되어 건강해진 나를 뒤로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딸이 초경을 시작했을 때에도 엄마는 퇴근길에 생리대를 사들고 들어와 늦은 밤 딸의 속옷에 생리대를 붙여줄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 엄마는 내게 항상 바쁜 엄마였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바쁜 엄마는 현재 진행 중이다. 엄마는 언제쯤 편히 쉴 수 있을까, 집에서 가만히 쉬지 못하는 엄마가 쉬기는 할까. 그 날이 온다 한들 스물다섯의 딸도 아직 신지 못하는 킬힐을 신는 지금의 엄마가 아니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엄마의 그런 모습을 동경한다. 그리고 엄마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더 나아가 엄마는 그런 당신의 모습을 딸에게 오래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더 늦기 전에 담아야겠다, 엄마와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