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라는 노래가 매년 봄을 알리는 곡이 된 건 벌써 오래전 일이야. 음원차트는 물론이고 벚꽃 연금이라는 말까지 생겼잖아. 벚꽃이 피었다가 지는 그 짧은 찰나에도 사람들이 그 날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 듣기 때문일 거야. 봄이 찾아온다는, 사랑을 하고 있다는 그 설레는 기분을 대변할 만한 것으로 노래만 한 것이 또 있을까.
나 역시도 그래. 나 역시도 계절에 맞게, 내 기분에 맞게 노래를 찾아 듣곤 해. 널 만나고 집에 돌아와 여전히 내 마음처럼 간지러운 그런 노래들을 듣고 있는데,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고 네가 물었어. 내가 듣는 노래가 궁금하다고, 내가 궁금하다고. 내가 듣는 노래를 알면 날 알 수 있다고. 내가 듣는 노래를 너도 즐겨 듣겠다며 말이야.
그냥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넌 정말 내가 듣는 노래를, 나를 알아가고 있더라.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며 네게 알려준 노래를 얼마 안 되어서 내게 불러주고, 내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찾겠다며 내 앞에서 이 노래 저 노래를 틀어보곤 했잖아. 그리고 너의 핸드폰 속에는 내가 보내준 노래들이, 내 이름으로 된 재생목록이 자리하고 있었어.
그런 네 모습을 보며 생각했어. 네가 말했듯이 내가 알고 싶어 내가 즐겨 듣는 노래가 궁금하다면, 나 역시 네가 즐겨 찾는 노래이고 싶다고.
벚꽃이 휘날릴 때면 사람들이 언제나 벚꽃엔딩을 흥얼거리듯, 나도 네게 그런 존재이고 싶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예쁜 가사의 노래, 네가 한결같이 즐겨 찾는 노래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