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6일 홉스골 여행기 (스크롤 주의)
또다시 시작된 여행 :) 이번에는 홉스골이다아아아아.
지난 멤버에서 승오까지 합류해 8명+순재에그치의 두 언니들도 함께 했다.
이번 우리들의 여정은 이랬다.
이름 모를 마을(1박)->홉스골(2박)->차강노르(1박)->호르고화산->쳉헤르온천(1박)->하르호린->UB
특히나 이번에는 한국음식을 가르쳐달라며 하루 전날 이마트에서 장도 같이 보고 (그래서 좀 더 힘들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출발 전날에는 좀 황당한 일도 있었지만.. 이렇게 저렇게 잘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울란바타르에서 출발!
집에서부터 낑낑거리며 얼린 물과 삼각대(결국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음)와 목베개 등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수도로 향했다.
홉스골 여행은 짙은 녹색의 푸르공 두대와 함께 했다.
고비는 순재 언니의 오빠와 조카가 운전하는 푸르공을 타고 여행을 다녔고, 홉스골은 순재 언니의 시동생들이 운전하는 푸르공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것이 바로 가족 비즈니스-
확실히 홉스골을 가는 길은 고비로 가는 여정에서 봤던 길과는 달랐다.
아스팔트 길이 더 길었고, 푸른 초원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물이 많았다.
한 나라에서 이렇게도 다른 풍경이 펼쳐지다니.. 몽골이 한반도의 7배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시차가 다른 도시도 있음)
길을 가다가 처음 만난 호수.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호수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울란바타르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종모드에서도 이런 호수는 볼 수가 없었다.
물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쾌했다.
이번 여행 동안 매일 이만한 호수를 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 컨셉(?)은 우리가 음식을 하면서 다니기-
사실 처음에는 에그치가 한국 음식을 가르쳐달라는 것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매 끼 우리가 해야 하는 거였음. 커뮤니케이션 실패.. 처음에는 좀 당황했는데..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여럿이서 옹기종기 모여 재료도 다듬고 요리도 하고.. 뭐 그런 것들도 소소한 추억으로 남았다.
첫 식사로 고추참치랑 김치 넣어 볶은밥-
밥을 먹는데 '차르차'라고 부르는 메뚜기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큰 벌레가 풀 속에 엄청 많았다.
엄청 크게 우는 데다가 이놈이 딱딱한 날개를 부딪치며 여기저기 튕겨 날아다녔다. 그 사이에서 가만히 서있을 수는 없고, 그것들을 털어내느라 절로 디스코 스텝이 나왔다.
첫날은 홉스골 가는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서 짐을 풀었다.
게르가 아닌 2층으로 된 집- 1층에는 식당과 작은 가게가 있고 2층은 숙박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옆방 말소리가 그대로 들리고 복도에 누가 걸어 다니면 그 진동이 침대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는 그런 몽골식 게스트하우스였다.ㅋㅋㅋㅋ
아마 집주인이 직접 못질을 해가며 지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진이 없어서 아쉽군
짐을 풀고 1층 난간에 걸터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는데....
주인 둘째 아들이 저렇게 휴지 두르고 놀길래 'Сайн уу~(안녕!)'하고 말을 걸었더니
안아달라는 건지 핸드폰을 달라는 건지 갑자기 저렇게 손을 뻗으며 쫓아왔다.
외지인에 대한 낯가림 따위는 바람에 날려버렸는지.. 아주 적극적인 아이였다 ㅋㅋ
바람이 많이 불어서 휴지 하나로도 정말 재미있게 놀 수 있었다.
이날 저녁엔 김치찌개랑 김으로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왜냐하면 내가 만들었기 때문이지 껄껄껄
자기 전에 저 멀리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없어서 저 멀리 하늘에서 땅으로 번개가 내리 꽂는 것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밤새 집이 날아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바람이 많이 불었다는데 바람소리는 1도 듣지 못하고 쿨쿨 꿀잠을 잤다.
홉스골 가는 길-
역시나 물이 많다. 큰 호수도 많고, 가는 길목에 작은 강줄기나 웅덩이들을 종종 만났다.
강 위로 다리가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때로는 강을 가로질러 건너야 했는데, 내가 탄 푸르공은 조금 깊은 웅덩이를 한 번에 건너지 못했다. 엔진에 물이 들어가면서 시동이 꺼지는 듯했다.
절벽 밑으로 강이 흐르고 나무가 있고.. 너무 이쁜 풍경-
어디서 왔는지 몽골 가족들이 나와서 돗자리를 펴고 놀고 있었다.
돗자리를 펴고 쉬고 있는 몽골 가족들에게 창문으로 손 흔들면서 지나가려 했는데 강을 거의 다 건너서 푸르공이 시동을 꺼버렸다.. 두둥
이때다 싶어 바지 걷고 물속으로 들어가 발도 담그고(씻고) 허리도 좀 펴고 사진도 찍었다.
푸르공이 신기한 것은 저렇게 시동이 꺼져도 또 어떻게든 다시 굴러간다는 것!! 엄지 척!
홉스골로 가는 길은 언덕을 넘어 산을 지나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아주 높은 언덕을 넘을 때마다 이 언덕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하며 창밖을 내다봤다.
무릉을 지나서 홉스골 가는 길, 점심은 부침개를 하기로 했다.
지난번 고비에서 순재에그치가 아침식사로 핫소스랑 밀가루를 섞어 부침개를 해준 적이 있었다. 비주얼로 보면 딱 김치 부침개였는데 꽤나 신박하면서 조금은 충격적이었던 맛 ㅋㅋ
이번에는 간단하게 감자전을 해 먹자 했는데, 처음에는 분명 감자전으로 시작했는데... 모둠 야채전이 되었다.
점심을 준비하려 자리를 잡았는데 저 멀리 날씨를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저 구름을 보고 '저건 완전 비구름이야!!' 라며 신기해했는데 저 구름의 아류쯤 돼 보이는 애들이 어느샌가 우리 머리 위에 올라와서 비를 몇 방울 쏟아냈다. 그러다가 또 부침개를 부칠 때쯤에는 다시 해가 쨍쨍하게 났다.
홉스골 넘어가기 전 몽골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여러 가지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예전에 게르에서 한 아저씨가 야크 손잡이로 만든 주머니 칼로 나무를 쪼개서 불쏘시개를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것을 보고 '나도 저 칼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여기서 그 비슷한 칼을 팔고 있었다.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이 칼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냥 팔찌 하나와 냉장고 자석만 샀다(역시 한번도 안함)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순록들-
북쪽 지방으로 올라오니 양, 염소, 소보다 야크를 훨씬 많이 봤고, 순록도 간간히 만날 수 있었다.
드. 디. 어 저 멀리 홉스골이 보이기 시작함!
홉스골[Хөвсгол, Khovsgol Lake]
홉스골 호수는 홉스골 아이막에 위치한 몽골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자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깊은 수심(262m)을 자랑하는 호수이다. 해발고도 1645m에 위치해 있어 우리가 찾았던 7월 말에도 날씨가 서늘했다. 380km에 달하는 둘레를 소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어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
고비사막은 주로 외국인들이 찾는 관광지인데 반해 홉스골 호수는 몽골 사람들도 상당히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이다. 몽골 사람들은 홉스골을 '바다'라고 부른다.
홉스골의 입구인 하트갈을 지나 좀 더 위쪽에 위치한 장하이로 이동했다. 장하이에서 이틀 동안 머물 캠프에 도착 후 짐을 풀자마자 우리는 요리를 시작했다. 이마트에서 사 온 돼지고기를 양념해서 불고기를 만들었다. 사실 요리는 1도 모르지만 다 된 양념에 조물조물 섞는 것만 했다. (엄청 매웠다)
여행에서 화장실을 잘 못가는 사람들은.. 중간에 매운 음식 한번 넣어주면 혈액순환 아주 잘되고 개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요거 꿀팁☆)
밥 먹고 홉스골 산책.
날이 꽤나 추워서 가져온 옷들 다 껴입고 나가야만 했다. 몇 명은 담요를 두르고 나가기도 했다 ㅋㅋ
왜 몽골 사람들이 홉스골을 바다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분명 호수인데 파도가 치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맑은 물-
좋다 좋다 좋다.
호수를 잠깐 보고 왔는데 벌써 해가 지고 어둑어둑-
첫날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밤새 캠프파이어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놀았다-
그래서 우리는 마쉬멜로우를 구워 먹고 스모어도 만들어 먹으며 게르 안에서 소소하게 즐겼다.
그리고 깊은 어둠이 찾아오면 빠질 수 없는 의식.
밖에서 돗자리를 펴고 침낭을 덮고 하늘을 보는데, 그믐이라 별과 은하수가 아주 잘 보였다!
(우린 별을 보겠다고 그믐에 맞춰서 몇 달 전부터 홉스골 여행을 계획을 했었다)
근데 너무 추웠다.. 바닥에 누워있는데 얼굴이 꽁꽁 얼고 발이 시리고 등에 감각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그냥 게르로 들어갈 순 없었다. 옷을 껴입고 침낭을 덮고 담요를 덮고 누워있었다.
이번에도 별똥별을 꽤나 많이 봤는데-
하늘에 선명하게 자국을 남기며 떨어지던 그 별.... 그 잔상이 눈에 아직도 생생하다.
홉스골을 제대로 즐길 날, 그리고 홉스골에서의 마지막 날!
다음에는 좀 더 따뜻할 때- 한 삼사일쯤 시간 잡고 가서 쉬다 와도 충분히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 여유만 있다면 하루에 하나씩-
하루는 말을 타고, 하루는 모터보트를 타고, 또 하루는 호숫가에 돗자리 펴고 앉아서 책도 읽고 숲 속 산책도 하면서 여유 있게 쉬다 오면 정말 좋겠다. 다음번에는 꼭 그렇게 즐기다 와야지~
우리가 묶었던 게르 캠프의 모습.
아침이 되니 어제와는 또 다른 분위기에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이 즐거움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었다.
에그치들이 묵었던 통나무 집(침대 2개), 우리들이 묵었던 그리고 게르 (침대 5개)
호수에는 생각지도 못한 갈매기가 진짜 많았다. 여기에는 갈매기도 있고 까마귀도 있고 참새도 있고..
다양한 새들이 한데 모여 있는데, 저녁 어스름이 깔릴 때쯤 이들이 모두 자기만의 언어로 꺼이꺼이 울어댔다.
진짜 사람이 말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엄청 시끄러웠다.
게르 뒤편의 숲으로도 들어가 봤다. 나무들이 하늘 높이 쭉쭉 뻗어있었다.
깊이 들어갈수록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모습이었다.
더 깊이 들어갔다가는 길을 못 찾을 것 같기도 했고, 야생 동물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쓰윽 둘러보고 나왔다.
아침 먹고 에그치들이 좋은 곳이 있다며 우리를 데려간 곳.
푸르공을 타고 꼬불꼬불 길을 따라 산을 올라갔다.
보통 여기까지는 잘 안 오는데 너네가 좋아서 같이 온 거야-라고 하셨음 히히
(같은 게르에 묵었던 다른 외국인 일행들은 말을 타고 트레킹하고 있었다)
올라가 보니 홉스골 호수가 한눈에 다 보이는 곳이었다. 사진도 찍고 풍경도 즐기다가 내려왔다.
승마 타임! ㅋㅋㅋ모자부터 발보호대(?)까지 풀 장착하고 승마 고고싱
처음에는 말 타는 거야 뭐 다 비슷하겠지- 어디서든 말은 다 탈 수 있는데.. 홉스골까지 와서 말을 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정된 시간 동안 말을 타느니 산책을 하거나 다른 것를 해볼까 했었다.
홉스골 승마: 1만 투그릭 (1hr)
그런데... 웬걸! 여기서 말을 타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말을 타고 한 바퀴 돌았던 그 장소들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던 거지. 그곳들은 말을 타지 않았다면 가지 않았을 곳이었고, 조금이나마 높은 눈높이에서 수면에 비친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아시아의 우유니 사막 같은 느낌은 나만의 생각인가염-
한 시간 승마를 하고 모터보트가 조금 비싸긴 했지만, 오늘은 하늘도 좋고 바람도 좋아서 보트 타기 딱 좋은 날씨라고 보트 타는 걸 추천해줬다.
홉스골 모터보트 1인: 20,000투그릭 (약 1시간)
아하와 에그치들 먼저 작은 보트를 타고 가고, 우리들은 다른 보트를 기다리면서 물에 발도 담그고 물수제비도 뜨면서 시간을 보냈다.
물이 맑고, 많이 차갑지 않아서 계속 발을 담그게 되는 호수였다.
모터보트의 짜릿함을 그대로 담은 사진-
보트 맨 앞자리에서 일어서서 눈 앞에 펼쳐진 호수와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으니 청량음료를 원샷한 것 같은 벅차오름이 밀려왔다.
우리는 다 같이 보트를 타고 호수 건너편에 있는 작은 섬으로 갔다.
근데 마침 섬에서 한 커플이 웨딩촬영을 하고 있었다.!!ㅋㅋㅋ 신기방기
작은 섬 끝에는 바다에 돌출된 바위 언덕(?)이 있었는데, 거기를 꾸역꾸역 올라가 언덕 끝자락에서 사진을 찍었다. 케케케
돌아오는 길, 저 멀리 육지가 보이면서 우리가 아쉬워하니 보트를 운전했던 아저씨는 센스 있게
360도 회전도 해주시고 스릴 넘치는 액션을 선물해주셨다 ㅋㅋㅋ
이런 스릴을 너무 오랜만에 즐겨서였을까, 내려서도 우리는 한동안 흥분된 기분을 넣어둘 수 없었다.
공식 일정이 끝나고 배를 채울 시간-
에그치들이 툼스니 호쇼르(감자 호쇼르)해준다고 해서 그동안 홉스골 산책을 나갔다-
승마했던 길을 따라 호수 옆을 걷는데, 저 앞에 한 갈매기(우리는 조나단이라 불렀다)가 물에 발을 담그고 저 멀리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저놈은 움직이지도 않고 뭘 저렇게 보지?? 하고 시선을 따라 가봤더니..
짜잔~
저 바다 한가운데 무지개가 뙇!!!!!!!! 우와 여기서 무지개를 볼 줄이야~
야호 ㅋㅋㅋㅋ 홉스골 다니면서 무지개를 꼭 봐야지 했는데, 갈매기가 무지개를 알려줌 :D
사진도 수백 장 찍고, 호숫가에 앉아서 자연을 감상하다가(절로 현자 타임이 오는 경치였다) 오는 길에 쓰레기를 한상자 가득 주워왔다.
오늘 아침 에그치들이 호숫가를 산책하는데 사람들이 쓰레기를 하도 많이 버리고 가서 몽골 사람들이 다 줍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착한 일 해서 자존감 +1 올라감 ㅋㅋ
돌아오니 다들 툼스니 호쇼르(감자 호쇼르) 만들기 삼매경-
보통 몽골 사람들은 고기만! 넣은 호쇼르를 먹는다. 튀긴 고기만두인 호쇼르는 고기 냄새에 따라 먹을 수 있기도 하고 먹기 힘든 것도 있는데 감자 호쇼르는 언제나 실패가 없다(몽골 감자가 맛있다).
저녁까지 먹은 후 슬슬 어두워지자 어제부터 조금씩 모아둔 나무장작으로 캠프파이어를 시작했다 :)
어제 먹다 남은 마쉬멜로우를 구워서 게르 주인집 아이들한테 하나씩 주고(불이 아주 활활 타고 있는데 나무 꼬챙이는 넘나 짧아서 얼굴이 다 타버리는 줄 알았다) 맥주도 한잔씩 하고 과자도 먹으며 불 앞에서 룰루랄라-
그렇게 홉스골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홉스골에서는 마지막이지만, 우리의 여행은 아직 끝이 아니기에 그리 슬프지는 않았다.
(밤마다 일어나서 불 지피느라 4시, 6시에 일어난 건 안 비밀)
아침에 일어나니 길 건너에 있던 야크들이 먹이를 찾아 우리가 머물렀던 캠프 앞으로 이동했다.
야크들은 게르 문 앞에도 있고, 저 옆에서 저렇게 쉬도 싸고 있었다.
새벽에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야크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정말 잠이 잘 왔다!
홉스골을 떠나는 게 아쉬워 우리가 묶었던 미셀캠프 사진도 찍어보고
숲 앞에서 그림자 샷도 찍고, 해먹에 앉아 발샷도 찍었다.
홉스골 안녕-
홉스골을 떠나면서 내가 탄 푸르공을 운전해준 니마 아저씨가 여기서 사진을 찍으라며 차를 세우셨다.
그래서 뒷모습도 찍고 니마 아저씨도 찍었는데...
그동안 로보트마냥 가만히 서서 차렷 자세로 사진을 찍던 니마 아저씨가 드디어 포즈를 바꾸셨다.
푸쳐 핸접ㅋㅋㅋㅋ
오늘의 여정은 홉스골에서 나와 아르항가이의 차강 노르까지.
원래 차강 노르는 하루 만에 가기에는 운전하는 아하들이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 여행 일정에서 뺐었는데,
에그치랑 아하들이 가도 되겠다 싶었던지, 급 일정 변경하고 가게 됐다!! 야호야호 ㅋㅋ
오늘도 어김없이 작은 개울가를 건너다가 푸르공 시동이 꺼졌다. 껄껄껄
이때다 싶어 우리는 또 홀랑 개울가로 들어갔고, 에그치들과 아하들도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ㅋㅋㅋ
하늘이 맑은 강에 비치면서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됐다.
점심으로 주먹밥 먹고, 잠깐 내려가 점프 샷도 찍었다.
이 날이 정말 기억에 남았(힘들었)던게,
1) 아침 8시 전에 출발해서 차강 노르에 저녁 9시가 다되어 도착.
2) 이틀 동안 열심히 놀기도 했고, 새벽에 불 때우느라 잠을 오래 깊이 자지 못함 ->피로 누적
3) 이날 하루 종일 푸르공 역방향으로 앉아서 여행을 함
4) 아스팔트가 거의 없었던... 길도 정말 좋지 않음
나중에 내릴 때에는 하도 의자를 붙잡고 있어서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ㅠㅠ차강 노르에 도착해서는 바로 게르에 들어가 저녁도 안 먹고 잠...
그래서 다음날 아주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 Day 5.
테르힌 차강 노르 [Тэрхийн Цагаан нуур, Tsagaan Nuur: 하얀 호수]
차강 노르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담수호로 홉스골처럼 맑은 물이 가득한 고요한 호수였다.
전날 해가 거의 질 무렵 호숫가에 도착해서 주위 풍경을 아무것도 보지 못하기도 했고, 저녁도 안 먹고 잠이 들어서 아침 일어나자마자 모닝 라면을 준비했다.
호숫가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라면도 먹고 차도 마시고, 음악도 들으며 잠깐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섰다.
호르고 화산 [хорго, Khorgo Uul]
차강 노르에서 나가서 조금 더 가다가 만난 화산지대-
참 별의별 지형이 다 있는 몽골이다- 수천 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좀 더 가다가 만난 촐로트 협곡
촐로트 협곡 [Чулуутын гол, Chuluut Valley: stony river]
차강 노르에서 쳉헤르 온천에 가기 위해서는 체체를렉이라는 지역을 지나야 한다.
체체를렉은 아르항가이 아이막의 도청소재지. 그리고 아기자기한 예쁜 마을이라는 이야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마침, 우리가 체체를렉을 지나가는 날, 아르항가이 나담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두둥-
올해 공식 나담 기간에 우리는 다 같이 고비로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나담축제를 구경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쳉헤르 온천을 가는 길에 체체를렉에 들러서 나담을 보기로 했다~ ㅋㅋㅋㅋ
나담 경기장에 들어가니 저 멀리서 뭔가를 찍고 있었다. 아르항가이 지역방송에서 촬영을 하고 있나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한국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있었다!
(약 한 달 뒤쯤 방영한 추성훈 가족과 몇몇 연예인들이 몽골에서 생활 하는 내용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몽골에 와서 저런 연예인들을 이렇게 많이 볼 줄이야 ㅋㅋㅋㅋ진짜 신기했다.
아마 그분들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못했겠지..... ㅎ
한쪽에서는 몽골 전통 씨름인 부흐(Бөх, bukh)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장 주변에서는 몽골의 전통음식인 호쇼르와 탄산음료, 샐러드 등과 같은 음식을 팔고 있었다.
느낌이 꼭 옛날에 시골마을에 운동회가 열린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가 나담을 둘러보는 동안 운전을 해줬던 아무라 아저씨와 니마 아저씨가 고향집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어슬렁어슬렁 나담 구경을 하고 아하들을 기다리면서 유치원 놀이터에서 몽골 아이들을 만났다.
5남매가 함께 놀고 있었는데, 하늘색 옷을 입은 큰언니가 동생들을 돌보고 있었다.
저 꼬맹이 남자아이들은 쌍둥이였는데, 한 명이 아이스크림을 줄줄 흘리고 먹고 있어서 누나가 안 흘리게 잡아준다고 건드렸더니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먹던 수저를 땅에 집어던지면서 막 울었다... 덜덜 ㅋㅋㅋㅋㅋㅋㅋ
반면에 그 옆에 있는 아가는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는 표정으로 앉아있음-
우리가 몽골어로 인사하면서 내 이름도 말해주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엄청 재미있어하면서 같이 놀았다 ㅋㅋ
드디어 도착한 쳉헤르 온천 캠프!! 오늘도 거의 길에서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오프로드 ㄷㄷㄷ
그렇지만 쳉헤르 온천에서 샤워도 하고 노천온천에 몸을 풀 생각에 들썩들썩 신이 났다.
쳉헤르에는 게르 캠프가 여러 개 모여있었다. 각각 게르마다 온천 수원지에서부터 파이프를 연결해 물을 끌어오는 것 같았다. 대부분이 노천온천이었고, 게르 값을 내면 온천 사용은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몽골 사람들도 많았고 외국인도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금강산도 식후경 -
저녁으로 닭볶음탕이랑 김치 부침개를 먹었다.
이번에도 엄청 매웠다. 이번 여행에서는 뭔가 매운 음식을 많이 먹은 것 같다 허허.
고춧가루가 매웠나.....
저녁 먹고 체체를렉에 있는 가게에서 사 온 비눗방울로 옆 게르 아이들의 환심을 좀 사다가- 저 멀리 온천 수원지에도 다녀왔다!ㅋㅋㅋㅋ 100m 밖에서도 들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리란..
저녁까지 먹고 우리는 다 같이 온천으로 들어갔다!! 노천온천이라 옷 입고 편히 들어가서 좋았다 :)
근데 보통 몽골 사람들은 수영복이나 그냥 속옷을 입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껄껄껄
물이 엄청 뜨겁지는 않지만, 낮에는 햇빛 때문에 더울 것 같고, 선선해지는 저녁때가 딱 좋았다.
온천물은 물을 아침마다 비우고 다시 채우는 것 같았다.
밤에는 비교적 여러 사람이 담갔던 물이 된다는 것- ㅋㅋㅋㅋ 어두워 물 색깔이 안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샤워장도 온천물이고 화장실도 온천물- 여행을 다니면서 화장실에 비누랑 휴지까지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이라 저녁에도 샤워하고 아침에도 씻고 아주아주 좋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날 -
4박 5일 여행과 5박 6일 여행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고작 하루가 추가된 것이었는데 피로가 누적됐고.. 몸이 피곤했다.
허허허 이젠 나이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지.
이제 진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익숙한 생활과 편안한 보금자리로 돌아간다는- 아주 한갓진 마음과 이제 여행이 모두 끝나고 돌아간다는 아쉬운 마음이 엎치락 뒤치락하였다.
하루 동안 적게는 6시간에서 12시간 동안 차에만 앉아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매 분 매 초마다 변하는 하늘과 존재 자체가 유쾌한 사람들과 함께여서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가이드해줬던 순재에그치와 그 언니들, 그리고 푸르공을 운전해 준 아하들까지-
거의 열흘을 동고동락했더니 이제는 진짜 쫌 많이 친해진 것 같다. (이건 나만의 생각일 수도-)
그리고 의도치 않게 몽골어로 막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몽골어가 조금 늘은 것 같기도 했다. 껄껄껄
올해 처음, 그리고 몽골에서 처음으로 준비했던 여행이기도 했고,
이 여행이 끝나면 긴긴 겨울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인지 집에 가는 길 내내 아련 아련한 감상에 젖어 있었다.
몽골의 다채로운 자연을 많이 만났던 여행-
유익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