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테를지-아르항가이 여행
한국에서 처음으로 지인이 방문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은 아니지만 종종 깊은 대화도 하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던 언니가 온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있는 동안 몽골에 놀러 가겠다고 했지만..
시간을 내는 것도, 여행기간에는 100만 원 넘게 치솟는 비행기 값에.. 놀러 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ㅠㅠ
여행 다닐 때마다 이 좋은 것을 오랜 친구들과, 가족들과 즐길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몽골에 여행 오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이 몇 군데(고비, 홉스골) 있는데,
그곳들은 최소한 4박 5일은 잡아야 하고 소수의 인원(2~3명)이라면 경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한번 다녀와보니, 여기저기를 다니며 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한 두 군데에서 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좋았다. (다니다 보면 다 거기가 거기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여행 경비도 다른 지역보다 대략 100불 정도가 저렴했다.
특히나 휴가도 짧은 한국에서 여행을 온다면, 조금이라도 쉬었다가 가게 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우리는 4박 5일로 테를지와 미니 고비, 쳉헤르 온천에 다녀오기로 했다.
몽골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차를 빌려야 하는데(다른 차들도 가능하지만, 몽골이라면.. 푸르공 ㅋㅋ) 이 비용을 1/n 하면 여행경비가 확실히 줄어든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오락거리가 없기 때문에 여럿이 가는 게 더 재밌다. :D
성수기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이기도 하고, 테를지와 쳉헤르를 가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동행을 구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잘 아는 사람들과 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과 다니는 게 힘들지 않을까.. 그리고 언니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좀 고민이 됐는데, 6명이 모여서 더 재미났던 여행이었다.
우리는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만났다.
종모드에서 택시 타고 이동했음에도.. 첫 만남에 30분이나 늦었다 ㅠㅠ
(우리가 탔던 택시가 퍼지기 직전의 상태였다!! 언덕에서는 골골대며 시동이 꺼지고... 그러한 이유로 쉬었다 가기를 반복했다. 세상에!!)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
울란바타르에서 테를지까지는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출발이 뭐이리 어려운지!!
출발 하자마자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울란바타르 도심을 다 벗어나기도에 차가 섰다. 두둥..!!
차 안은 엔진에서 나오는 열기로 후끈하고 밖은 비가 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ㅋㅋㅋㅋ
이래서 갈 수 있는 것일까..........시작부터 여행을 망치는 건 아닐까 심히 걱정이 됐다.
그래도 여차여차해서 다시 출발.
테를지의 거북바위에 들렀다가 게르로 가서 짐을 풀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 바로 저녁을 먹고 말을 타기로 했다.
근데 순재 에그치가.. 이제 요리를 넘기려고 하는 건지 고추장 불고기를 하자고 고기랑 재료 다 사놨으니 양념을 하라며- ㅋㅋㅋㅋㅋㅋㅋㅋ 껄껄껄 그래서 언니가 고기를 다듬고 양념을 다 해주셨다...
비도 잠깐 멈춰서 밖에서 돗자리를 펴고 밥을 먹었다. 진짜 맛있었음 껄껄
밥 먹고 바로 시작한 승마.
카메라가 밝게 나와서 그나마 저 정도 실루엣이 찍혔고 이 이후로는 초점이 잡히지도 않았다.
구름 가득한 밤하늘에는 달도 별도 보이지 않고 아주 캄캄했다. 서로의 목소리만 들으며 엉덩이 축축하게 게르로 컴백. 역시 승마는 야간 승마라며-ㅋㅋㅋㅋㅋ
짓궂은 날씨 속에 첫날 여행이 끝났다.
테를지에서 나와 흔히 '미니 고비'라 부르는 엘승 타사르헤에 도착했다.
아침 출발 때만 해도 꽤 구름이 많았는데, 도착하니 아주 하늘도 좋고 무지개도 보고-
사실 이제 무지개는 뭐.. 비 오면 항상 보이는 거 아닌가 싶다. 몽골에 살다 보니 당연한 자연현상 같은 느낌.
평생 본 무지개보다 몽골에서 두 달 동안 본 것이 훨씬 많았다.
오늘 식사는 몽골의 전통요리인 허르헉.
허르헉은 익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에 우리는 게르 뒤편에 있던 모래사막에 다녀왔다.
고비사막이 300m의 높고 웅장한 사막이었다면, 여기는 말 그대로 미니 고비.
낮은 사막이 저 멀리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이 지역은 비가 내려서 한 발 내딛으면 두발 미끄러지는 그런 마른 모래는 아니었다. 그래서 걸어 다니기는 조금 수월했다.
저 멀리 낙타를 탄 사람도 보고, 그림자도 찍으며 평온한 몽골의 초원을 즐겼다.
드디어 완성된 허르헉!!
순재에그치가 양고기에 돌까지 넣어서 제대로 만들어 주셨다.
따뜻한 돌을 손에 들고 건강도 챙기고, 고기도 손으로 막 뜯어먹으면서 현지 적응을 완료했다. 껄껄껄
허르헉은 조금.. 짰는데.. 맥주 한 캔 마시면서 먹기 딱 좋았다!! 8명이서 배부르게 먹고도 엄청 남았다.
그리고 이 고기를 매일 조금씩 먹었는데도.. 마지막 날까지 남았다. ㅋㅋㅋㅋ네버엔딩 허르헉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쉬다가 밖이 어두워지자 맥주 한 캔씩 들고서 게르 밖으로 나왔다.
돗자리 깔고 누워서 세 시간 동안 하늘만 봤다.
실로 이날 하늘에는 매우 오묘한 자연현상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발 밑의 저 아래쪽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 낀 채 천둥번개가 끊임없이 꽝꽝거렸고, 내 머리 위에는 엄청난 별들과 은하수가 생생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상에나..
제법 큰 별똥별도 몇 번 볼 수 있었다. 이 날도 별똥별 20개 정도는 본 것 같다.(세다가 말았음)
밤하늘은 보고 있을 때는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수천 개의 별들이 머릿속에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쳉헤르 온천으로 떠나는 날.
슬슬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만 하고.. 쳉헤르 온천에서 개운하게 씻어야지~ 호로롤럴ㄹ랄라
게르를 떠나기 전에 낙타랑 단체사진을 찍었다.
도도한 낙타야, 여기 좀 한번 봐주겠니..??
가는 길에 잠시 차를 멈추고 점심으로 샐러드와 어제 남은 허르헉을 먹었다.
아르항가이 아이막은 초원이 허브로 뒤덮여 있었다.
이슬 머금은 풀을 발로 한번 스윽 휘저으면 허브 냄새가 훅 올라왔다. (그래서 아르항가이 아이막의 고기들이 냄새가 많이 나지 않고 맛있다고 한다)
마침 저 멀리 수백 마리의 염소와 양 떼가 먹이를 찾아 이동을 하고 있었다. 뒤따라가니 이놈들이 모두 도망간다.
그동안 지켜본 본 결과 양은 정말 겁이 많다.
이동 중에 만났던 흰 염소- 진짜 온몸이 다 흰색이었는데, 내가 맛있어 보였는지 내 손도 막 먹으려고 했다 ~_~
그리고 도착한.. 쳉헤르!!
하늘에 구름이 가득 껴있었다. 그렇지만 그 사이로 무지개도 보이고 드라마틱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짐 풀고 밥도 먹고 온천에 들어가니 그동안의 피로가 풀리면서 하아아.. 좋다 -
저 먹구름이 뒤덮이며 저녁 무렵에는 비가 계속 내렸는데, 비를 맞으면서 노천탕에 들어가 있자니 머리는 시원하고 몸은 뜨뜻한 그 기분.
음.. 뭐랄까 겨울에 창문 열어놓고 뜨끈한 이불속에 들어있는 느낌.. 그런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온천에 앉아 내일 아침이면 돌아가야 하는 순재에그치(이번 여행에서 에그치는 중간에 가버렸다..! 그래서 우리끼리 밥을 다 해먹었다ㅋㅋ다행히 크게 할 일이 없어서 밥하는 과정이 재미있긴 했는데 그래도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계약위반..)랑 이야기도 하고, 스위스에서 여행 왔다던 두 명의 여자들(한 명은 고기를 엄청 사랑하고, 다른 한 명은 채식주의자였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거의 3시간 넘게 앉아있었다.
온천을 마치고 게르에 들어가니 운전사 니마 아하와 다른 일행들이 열심히 손으로 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니마아하랑 순재에그치가 한국 여행객들에게 몽골 이름을 하나씩 지어줬다.
(몽골 이름을 지어주니 몽골 사람들은 부르기 편해서 좋고, 여행자들은 몽골 이름이 생겨서 좋고- )
그리고 내가 조금조금 알려준 인사말을 금세 배우고 잘 사용해서 모두가 니마 아하, 순재 에그치랑 더 재밌게 지낼 수 있었다.
밤에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내일 식사 당번을 정하고.. (우리 팀이 이겼다 껄껄껄!)
역시나 새벽에는 추워서 깼다 ㅠㅠ
게르에 불을 피우고 새벽같이 울란으로 돌아가는 순재 에그 치를 배웅하고- 쳉헤르의 이튿날 시작!
이튿날, 아침에 새로 받은 온천물이 너무 뜨거워서 들어갈 수는 없고 달걀을 익혀보자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익지가 않았다..ㅋㅋㅋ그때 옆에 있던 한 아줌마가 온천 수원지에 가면 달걀을 익힐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오호?!
그래서 저 달걀을 익혀보겠다고 온천 수원지로 이동! 달걀 원정대 출발 ㅋㅋ
(이제 보니 다들 옷차림이 세상... 화려했네 ㅋㅋㅋㅋㅋㅋ)
이 사진에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자세히 보면 상황이 이해 가는 사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묶었던 게르 캠프에서 온천 수원지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물줄기가 흐르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 뻘이 생겨 발이 빠지고 미끄러졌다.
그런데...
저 조그만 개울을 건너다가 나라 언니 발이 미끄러졌다!!
"헐 신발이 떠내려갔어!!!!!! 어떡해!!!!!!!!"
나와 토야 언니는 멀리서 '헐 진짜?!!!! 뭔 일이야!!' 하는 사이에
저 진흙 속에서 신발을 딱 찾았다. 물속에서 신발 건져 올리는 장면 포착!
수해 손에 있는 게 나라언니 신발ㅋㅋㅋㅋ아웃곀ㅋㅋㅋㅋ다시봐도웃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웃겼음ㅋㅋㅋㅋㅋㅋ크록스랑 저 물이랑 땅이랑 보호색 오졌다리 오졌다ㅋㅋㅋㅋ
(나만 재미있었나..)
온천 수원지에 도착하니 물의 뜨거운 온도로 연기가 자욱했다.
이미 한 몽골 가족이 달걀을 넣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달걀을 살짝 넣어놓고 40분가량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우리는 달걀을 넣어놓고 누구는 뒷 산을 산책하기도 하고, 누구는 옆에 있는 어워(몽골식 서낭당: 시계방향으로 3바퀴를 돌면서 소원을 비는 곳)를 둘러보고, 또 누구는 온천 옆에 누워서 잠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아주 잘 익은 쫄깃쫄깃한 달걀을 얻을 수 있었다.
다시 게르로 돌아가는 길-
산속에 산책길이 잘 나 있었다. 왜 여기를 놔두고 저 진흙탕으로 왔을까? ㅋㅋㅋㅋㅋ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늘에 구름이 조금만 있었다면 정말 멋있었을 테지만, 이건 이대로 좋았다!
날이 매번 흐려서 아침에 일출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마침 이때 눈이 떠져서 아침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그믐달도 보이고 북극성도 보이고 해도 뜨고 있는 하늘-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짐을 챙겨 울란바타르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비가 조금씩 왔다가 해가 나오고, 다시 비가 오면서 끊임없이 무지개가 보였다.
그리고 돌아올 때에는 먼저 간 순재에그치 대신 내가 앞자리에 앉았는데,
푸르공 앞자리에 앉으니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생생하게 찍을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
이번 여행은...
첫째로는 이동거리가 많지 않았고,
두 번째로는 좋은 일행들-
곧 군대 가는 귀요미도 있고,
엄청난 내공으로 매 끼 맛있는 요리를 담당해준 두 분과
니마 아하에게 한국어를 참 잘 가르쳐주던 에너자이저 언니,
그리고 음악만 나오면 춤이 절로 나오던 댄싱머신 언니 덕택에
여행 성공적! 짝짝짝
바타, 수해, 나라, 토야, 사라 그리고 솔롱고 :D
이제는 이 모든 장면들이 추억 속에서 생생하고 아련하게 남았고-
엄청나게 타서 까매진 내 피부는 안 씻은 것 마냥 참 안타깝게 남았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