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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Apr 11. 2018

[몽골 여행] 별따라 길 따라 기차 타고 낭만여행

3박 4일 세렝게-다르항 기차여행

기차여행..?

8월 말이 되면서 날도 좀 추워지기도 했고, 이전 여행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어서 사실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더 추워지면 집 밖에 나가기도 힘드니 돌아다닐 수 있을 때 열심히 다녀야지!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울란바타르에서 밤기차를 타고(오후 8시 35분 출발, 8시간) 셀렝게에 올라가서 오전 10시부터 하루 코스로 셀렝게를 둘러보고 다르항으로 내려가서 하루 숙박. 그리고 다르항에서 다시 밤기차(자정 12시 10분 출발, 6시간)를 타고 새벽에 울란바타르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다녀왔다.

좋은 좌석 (누워서 가는 침대 기차)은 일찍 매진될 수도 있다고 해서 하루 전날 기차표를 사기로 했다.

인터넷 구매처는 따로 없고 직접 기차역에 가야 차표를 살 수 있다.

기차표를 구매하는 곳은 기차역의 대합실(가운데 가장 큰 건물) 왼쪽에 있는 곳이다.


어느 블로그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장의 티켓을 예매했다고 하길래 그냥 되는 줄 알고 갔더니 각각의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좌석을 구매하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가기로 한 다른 일행도 급하게 소환했다.


울란바타르-셀렝게

총 379km, 약 8시간 소요.

쿠페(한 칸에 4개의 침대와 여닫을 수 있는 문이 있다.)-24,200₮

뜨거운 물과 차가 제공되며, 이불과 베개, 그리고 각각의 커버가 별도로 제공된다.


여행을 떠나는 날. 일을 마치고 수도에 사시는 선생님 집에서 저녁을 먹고 길을 나섰다.

복드항 겨울궁전 건너편에서 택시를 타고 기차역까지는 2km 정도의 거리.

택시를 타면 2,000투그릭 (한화 1,000원) 이면 간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빨리 가기를 잘했다.

몽골에서 탔던 어떤 교통수단(버스, 택시, 심지어 비행기까지)도 정각에 출발하는 일이 매우 드물었는데, 기차는 정말 정각에 출발했다!


기차 타기 전에 요런 티켓 인증은 해줘야지-

기차에 타면서 티켓을 다 내기 때문에.. 사진은 미리 찍는 걸로!ㅋㅋㅋㅋ

기차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쾌적했다.

침대와 베개 시트도 새 걸로 다 주고, 따뜻한 물과 차까지! 굿굿 :D



**몽골 기차도 등급이 있다. 그리고 이 기차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상당 부분 동일하다고 한다.


쿠페- 4인실로 위아래 침대가 2개씩 배치되어 있다. 잠글 수 있는 문이 달려있다.

하가스 쿠페- 쿠페와 마찬가지로 4인실에 침대가 위아래로 2개씩 배치되어 있지만 공간을 분리하는 문은 없다.

니틴- 앉아서 가는 좌석.


쿠페가 가장 비싸고 하가스 쿠페- 니틴 좌석 순으로 가격 차이가 있다.

보통 3명, 4명 정도 되는 인원이면 쿠페 좌석으로 가는 것이 편하지만, 1~2명이서 기차를 탄다면 하가스 쿠페를 추천한다. 혼자서 기차를 타게 되면 어떤 사람들과 동승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 없는 방이 더 안전하다.


우리는 3명이서 이동하기 때문에 쿠페로 예약을 했다. 저 남은 한 칸은 빈칸이길 바라며.. 아무도 안 오면 좋겠다 했는데, 어디서 술을 좀 드신듯한 아저씨가(어쩌면 나보다 어릴 수도) 나타났다 ㅋㅋㅋ

우리끼리 이야기하고 있으니 잠깐 안에 있다가 복도에 있다가 왔다 갔다 하셨다. 옆에 앉아서 우리가 싸온 간식들을 좀 드시라 하니 빵을 조금 먹고서는 앉아있다가 2층으로 자러 올라가셨다.

객실 내부의 불을 다 끄니 창 밖으로 별이 엄청 많이 보였다-

(창문 가운데에 걸쳐있는 커튼 봉을 뒤로 뺄 수 있다. 이 봉을 빼면 창 밖이 아주 잘 보인다!)

특히나 1층 침대에서 누워 있으면 머리 위로 별이 잘 보였다. 창 밖으로 나무 실루엣과 별들이 휙휙(이라고 썼지만 시속 50km 속도..) 지나가는 모습이 색다른 분위기의 몽골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창밖으로 별 보다가 잠들고 먼저 잠이 들었던 아저씨는 다르항에서 먼저 내리면서 우리 소지품 조심하라고 말해주시고는 떠나심!

수흐바타르 역에 내리니 새벽 4시 30분 ㅋㅋㅋㅋ

아직 날은 쌀쌀한데 어디 들어가 있을 데는 없고.. 해서 기차역 바로 앞에 있는 모텔에서 5시간만 예약하고  10시까지 자다가 셀렝게 투어를 맡아주실 타오가 아저씨를 만났다.


택시 1대로 다니는 셀렝게 투어-60,000투그릭


근데.. 비가 계속 오고, 날은 춥고.... 덜덜덜

우비를 잘 챙겨 와서 우비 쓰고 다녔다 ㅋㅋㅋㅋ

모텔에서 본 셀렝게 풍경


새흐니 흐틀 [Сайхны хөтөл]

맨 처음 달려간 곳. 새흐니 흐틀

언덕 밑으로는 셀렝게 강이 흐르고, 저 멀리로는 러시아 국경이 보이는 곳이었다.

구름이 가득 껴서 러시아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흐리면 흐린 대로 운치 있는 곳이었다.


산 곳곳에 여러 가지 조각들이 많이 있어서 그 사이사이를 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새흐니 흐틀에서 내려와 다음으로 간 곳은 기찻길.

아마 아저씨만이 알고 있는 어떤 장소가 있는 것 같았다. 여기는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이쁜 곳이었다. 러시아까지 이어진 기찻길이 지나고 있었다.

강 옆으로 지나가는 기찻길도 올라가 보고 사진도 찍었지만.. 저 당시에는 추워서 큰 감흥이 없었다.

위아래로 히트텍을 입었는데도 나중엔 온몸이 으슬으슬 ㅠㅠ

나도 이쁘게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아 소극적으로 보고 왔다.

기찻길 옆에는 셀렝게 강이 바로 있었는데, 지난겨울에 꽁꽁 얼어버린 이 강 위에서 놀다 왔었지..



기찻길에서 조금 더 가다가 다음으로 들른 곳은 강 옆에 있는 커다란 언덕이었다.

넓게 펼쳐진 초원에 나무도 보이고 저 멀리 소와 말, 그리고 돼지가 있는 모습도 보였다.

타오가 아저씨가 직접 포토존을 알려주며 사진을 찍어주셨다. ㅋㅋㅋㅋㅋ

나름 포즈도 잡아봤지만.. 움츠러든 어깨가 펴지지는 않았다...

구름이 낮게 깔려서 어쩌면 더 멋있었던 것 같은 모습-

저 언덕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풀이 자라고 있었다.

부추도 있고, 한국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어떤 이끼(?) 종류의 풀들도 있었다.

그래서 같이 갔던 언니와 선생님이 열심히 뭔가를 찾고 있는 모습.

뭔가를 캐서 종이컵에 담아서 가져가셨다. 우리 엄마인 줄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언덕에서 놀다가 수흐바타르 자이승 전망대에 올라갔다.

자이승 전망대는 수흐바타르 민가(?) 옆에 위치해 있었다.

자이승 전망대에 올라가면 수흐바타르 시가지가 한눈에 다 보였다.

여기도 종모드만큼이나 조그마한 동네였는데, 느낌이 사뭇 다르다.

색색별로 이쁘게 칠한 지붕이 푸른 초원과 대비되어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활기찬 느낌을 만들었다.

아직까지 가본 적은 없지만... 좀 더 정적인 알프스의 느낌이랄까 ㅋㅋㅋㅋ

꽤나 계단이 많아서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올라가기를 잘했다. (그리고 사실 계단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수흐바타르 지역을 지나 이동한 곳은 사막-

대체 이 푸른 초원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사막이 생겼는지.. 1도 모르겠지만 사막이 있었다.

보통 '미니 고비'라고 이름을 불렀다. 허허벌판인 데다 비도 마구마구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정말 발도장만 찍고 왔다. 카하 흐리다 흐려



사막에서 수흐바타르 도시 반대쪽으로 달리면 러시아로 넘어가는 국경마을인 알탄 볼락이 나온다.

알탄 볼락 안에 있는 셀렝게 아이막 박물관에 갔다. (신기하게 몽골은 각 도시마다 박물관이 있는 듯하다)


이 박물관에는 몽골의 전쟁영웅 수흐바타르와 관련된 전시품들이 많이 있었다.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던지 우리가 들어가니 문을 열고 전시관 불을 켰다.

수흐바타르 조각상과 박물관 벽에 작은 조약돌을 붙여서 만든 벽화들.

몽골어로 쓰여 있어서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수흐바타르가 앉았던 의자, 사용했던 소지품 등은 알 수 있었다.  


셀렝게 아이막을 갔다가 러시아 국경에서 커다란 화물차들이 국경을 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도 보고,

국경 옆에 있는 과자와 술, 담배 등을 파는 면세점도 들러서 구경했다. ㅋㅋㅋㅋㅋㅋ

러시아가 바로 앞, 그냥 차로 넘어가면 되는 곳에 있었지만 우리는 갈 수 없으니 먼발치에서 다른 차가 가는 것만 보고 있었다. 또르르..

내 곧 저 국경을 당당히 넘어가리!!


알탄 볼락에서 다시 수흐바타르로 오면서 들른 '넘트'라는 산림욕장.

이 안에서는 인터넷도 심지어 전화도 터지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ㅋㅋㅋㅋ

숲 속에 게르도 있고 작은 숙박시설도 있어서 하루정도 쉬었다가 가기에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셀렝게에 다시 온다면 여기서 숙박을 해야지~ 바비큐도 하고 다람쥐도 찾아봐야지!


이렇게 셀렝게 하루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바로 다르항으로 넘어갔다.

투어를 다 끝내고 나니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마 날씨가 조금 더 좋았다면 투어가 훨씬 늦게 끝났을 듯-

셀렝게는 가을에 단풍이 들 때에도 꽤나 이쁘다고 하니 청명한 하늘에 단풍 든 가을날, 다시 한번 와야지!


다르항에서는 저녁을 먹고 몸을 녹이며 푹 쉬었다.

일요일에는 다르항에 있는 교회도 가고 다르항 도시도 둘러보다가 밤 12시 10분에 출발하는 밤기차를 탔다.

내려올 때에는 구름이 가득 껴서 별은 보지 못하고 바로 딥 슬림-


밤에 이동을 해서인지 시간을 많이 잡지 않고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이제 확실히 겨울이 오고 있었다.

올해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이제 긴 긴 겨울 칩거생활을 시작해야지!




이렇게 두달 동안의 몽골 여행기를 정리했다.

사실 몽골은 아직까지도 여행지로는 인기있는 나라는 아니다. 특히 가장 여행하기 좋은 여름은 비행기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가기 때문에.... 더더욱이 몽골로 놀러오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허허허


그럼에도 오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

시끄럽지 않고, 사람도 별로 없고, 차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또 다 있는 곳이 여기, 몽골이다.

얼마 전에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읽었는데, 바로 내가 추구하는 여행(?)을 글로 풀어놨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 독자들과의 만남, 바, 우연히 거닐게 되었거나 좀 더 멀리 나갔다가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던 길에 관한 추억뿐이다.

언젠가 나는 지도와 호텔 주소들만 있고 나머지 부분은 백지로 남겨둔 안내서를 쓸 것이다. 사람들은 그 안내서를 들고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도시들에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준 '필수 코스' 목록에는 들어있지 않은 식당, 기념품, 그 밖의 멋진 것들을 스스로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오자히르 중에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길 위에서 그 밖의 멋진 것들을 스스로 발견하고 돌아갈 수 있길! (몽골이면 더 좋고!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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