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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Sep 05. 2018

양 축제

유목민의 삶을 이해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축제는 없었다.

투브아이막 도청의 생태관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양 축제'에 다녀왔다.

지역주민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을 수익으로 전환시키고, 방문객에게는 몽골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모두에게 즐거운 축제였다.


투브아이막 도청 관광과 직원인 자야의 추천으로 알게 된 프로그램.

7월 28일 (토)에 하루 동안 진행되는 축제였다. 마침 몽골 여행을 하러 몇몇 지인들이 몽골에 방문하던 참이어서 함께 축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축제는 수도에서 70Km가량 떨어진 알탄볼락 솜에서 열렸는데, 어떤 랜드마크가 있는 장소가 아니라서 축제장소까지 찾아가는 것만 해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마치 아무 표지판 없는 제주도에서 윗새오름을 찾아가는 격이랄까..?

아스팔트 길을 지나 오프로드를 한참 달려서 도착한 곳에는 너른 벌판에 저 멀리 게르 몇 개, 그리고 천막이 한 개 있었다. (흐려서 앞도 잘 보이지 않았는데!! 용케 잘 찾아갔다)


차에서 내리자 몽골 전통 옷을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셔서 파란천을 두르고 아이락을 내어 주셨다.

아이락을 한잔씩 마시니 다음은 코담배타임.

귀한 손님을 맞는 몽골의 전통인사로 방문객들을 환영해주시니 오... 좀 괜찮은 축제인가? 하는 느낌 ㅋㅋ  


비도 오는데 여기를 관광객들이 찾아올수 있나?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미 도착해서 수테차를 한잔씩 마시고 있었다ㅋㅋㅋㅋㅋ

 그렇게 저렇게 축제는 시작됐다.  



#1. 소소한 시작

(역시나) 마두금 연주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다행히) 하나있던 천막 속에 옹기종기 모여 축제의 시작을 함께했다.

행사장의 왼쪽에는 여러개의 난로를 설치해서 수테차를 종류별로 끓이고 있었다.

우유만 넣은 수테차, 고기를 넣은 수테차, 고기에 부속물(?)까지 넣고 끓이고 있는 수테차, 그리고 밥도 넣은 수테차까지- 다양한 종류의 차가 있어서 각각 먹어볼 수 있었다.


트럭에서는 염소 안에 뜨거운 돌과 각종 야채 등을 넣고서 뜨겁게 익힌 고기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염소를 재료로 한 이 요리는 몽골에서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속은 뜨거운 돌로 익히고 겉은 불로 직접 익히는 듯. 염소고기는 처음인데! 어떤 맛일까? 기대하시라 ㅋㅋ



#2. 게르의 재료를 만들어보자.


요즘에는 몽골의 게르가 한국에도 많이 소개되어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몽골 사람들이 게르 한 채를 지을 때 1시간이면 넉넉히 짓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몽골 게르의 전통 제작법과 관련 풍습 [Traditional craftsmanship of the Mongol Ger and its associated customs]은  2013년도에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바 있다.

게르 만드는 과정을 잘 표현한 그림                @구글이미지
수천 년 동안 몽골의 유목민은 계절에 따라 초원지역을 이동했다. 여름에는 메마르고 바람이 부는 강변 지역이, 겨울에는 강바람을 피할 수 있는 산이나 언덕과 가까운 지역이 살기에 가장 좋다. 몽골에서 초지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공동 소유이기 때문에, 유목민들은 계절마다 최적의 장소로 자유롭게 이동한다.

국가적인 주거 형태인 ‘몽골 게르(Mongol Ger)’는 이렇게 자유롭게 이동하고 초지에서 목축업을 하는 생활방식 때문에 발명되었다. 게르는 쉽게 분해할 수 있는 벽과 기둥, 캔버스 천과 펠트로 덮은 둥근 지붕을 밧줄로 묶어서 만들었으며, 둥근 구조이다. 게르는 몽골 유목민들이 운반하기에 가볍고, 접고 포장하고 조립하기 쉽게 유연하다. 또 여러 차례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며, 내부에서 온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수백 년 동안 게르는 초속 18~20m에 이르는 매서운 봄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완벽하게 공기역학적 구조로 개선되었다. 어른이 두세 명 있는 작은 가족은 게르를 30분 이내에 분해하고 1시간 이내에 조립할 수 있다. 몽골 게르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대중적인 ‘5 벽체 게르’는 둥근 벽을 구성하는 5개의 격자 부분, 문, 투노(toono)라 불리는 둥근 창으로 된 천장, 투노를 지탱하는 기둥인 바가나(bagana) 2개, 그리고 투노와 벽체를 연결하는 긴 기둥인 우니(uni) 88개로 구성된다. 또한 게르에는 몇 개의 부속물이 있다.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 소개글 중


먼저 양털을 가지고 게르의 벽을 감싸는 캔버스 천을 만들기 시작했다.

뼈대를 세운 게르 바깥으로 커다란 캔버스 천을 덧대는데 그 천을 직접 다 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몽골에서 본격적으로 게르를 지어서 생활하는 것은 양털 가공이 가능해지면서 부터였다고 한다.

이 장면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 몰랐을 것들- 실제로 저 양털로 만든 천은 그 보온효과가 아주 뛰어나서

 -40,50도의 매서운 겨울에도 게르 실내를 아파트보다 더 따뜻한 온도로 유지해준다.

*만드는 법!

우선 양털을 저렇게 고루고루 펼쳐놓는다. 그 위에 충분히 물과 우유를 뿌려 적셔준 다음 (사진 속의) 파란 천으로 감싸서 커다란 기둥에 둘둘 감아맸다. 그리고 그 기둥에 끈을 매달아 말에 매달고 계속 굴린다.

아저씨는 몇십 분 동안 계속 기둥을 굴리며 말을 타셨다.

그렇게 굴리다가 한번 펼쳐서 얼마나 단단하게 뭉쳐졌는지 확인하고 다시 기둥에 동여매서 굴리고.. 이 작업을 두세 차례 반복했다.  

두 세차레 저 양털 기둥을 굴리고서 펼치니 양털이 세상 납작하게 뭉쳐져 있었다.

이쯤 하면 된 것인지 어른들은 저 양털에 우유를 적시고 저렇게 발로 조물조물 밟으셨다.

약간 저 펠트천을 한번 빠는 건가? 싶기도 하고.. 더 납작하게 밟는 것 같기도 하고..

카메라 촬영하는 아저씨가 설명을 자세히 해주셨는데 부드럽지만 엄청 빠른 속도로 말을 하셔서... 반도 못 알아들었다. 하하하

이렇게 함으로 드디어 게르 캔버스 천 만들기 완료! 짝짝짝!!




양털로 게르 천을 만드는 동안 옆에서는 동물 가죽 위에 양털을 올리고 저렇게 가느다란 막대기로 매질을 하고 있었다. 이것으로 정확히 뭐를 만든다는 건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세계 테마여행인가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에서 러시아의 한 부족 마을에서 며느리들이 앉아서 저것과 똑같은 것을 하고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허허허 그래도 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또르르)


새끼 꼬는 것을 알려주시던 아주머니. 먼저 시범을 보여주시고 따라하는데 잘 못하니 이렇게 하는거라며 다시 알려주신다.

다음은 새끼줄 꼬기.

게르에 양털로 만든 천을 씌우고 그 천을 줄로 동여매는데 그때 쓰이는 새끼줄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날 정말 게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새끼줄은 말 꼬리나 동물의 털로 만들었다. 이 털들을 조금씩 엮어서 - 마치 한국에서 짚으로 밧줄을 꼬는 것처럼- 손바닥을 비벼서 새끼를 엮었다.

이렇게 엮은 얇은 새끼 두세 갈래를 마치 여자아이들의 머리를 따듯 따면 두꺼운 끈이 만들어졌다.

말 꼬리가 억세서 아주 손바닥에 굳은살이 제대로 박일 것 같은 작업이었다.

나무로 게르 틀을 세우고 양털과 말 꼬리 등 동물에게서 나오는 것들로 집을 뚝딱 만들어 버리는 몽골 유목민들!


#. 축제도 식후경, 몽골식 고기 요리 

비도 오고 추운 날씨에 더 기다려지는 점심식사!

오늘의 주 메뉴는 허르헉과 아까 저 옆에서 하던 염소 통구이(?). 비주얼이 아주 그럴듯하다.

각각 접시에 담아서 조금씩 나눠주셨는데, 몽식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도 그리 힘들어하지 않고 먹었던 것 같다. (내 기억에서는.. ㅋㅋㅋㅋ)

저 염소고기도 먹어보라고 주셨는데, 불냄새가 나서.. 오히려 더 잘 먹었다! 의외의 선방 ㅋㅋ


그래도 역시 고기만 먹는 것은 많이 먹기가 힘들다. 한국처럼 쌈도 싸고 밥도 같이 먹어야 더 많이 먹을 수 있는데! 뜬금없는 삼겹살 생각.



#4. 누가누가 잘 생겼나! 핸썸 쉽 콘테스트

다음은 가장 잘생긴 양 콘테스트!

사람들이 양 무리 중에서 잘 생긴 양을 한 마리씩 골라와서 1등을 뽑는 행사.

하지만 계속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춥고 피곤하고..

우리는 차에서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양을 한 마리씩 골라오는 것을 보고 함께 합류했다.


양은 종별로 그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데 이 양들은 몸집이 큰 종류였다.

넙데데하고 뭉툭한 꼬리가 특이했다. 사람들은 꼬리를 들춰보기도 하고 이빨도 보고 하는 등 나름의 기준으로 양을 평가했다.

사람들은 거수를 해서 1번부터 5번까지의 양에 투표를 하고, 순위별로 소정의 상금을 수여했다.




#5. DDong 을 주워보자... (야외활동을 오래하기 힘든 날씨로 진행이 빠르게 이어졌다)

다음 차례에는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신기하게 생긴 저 바가지를 들고 나오셨다. 이걸로 무얼 하나 했더니..

말이나 소가 길에 쌓아놓은 똥을 주워 담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 땔감으로 쓰기 위해 가축의 똥을 주워 담을 때 쓰는 것 같았다. 이것도 오늘 처음 본 몽골의 물건.

우리는 저 바구니를 한 명씩 메고서 저 나무 빗자루 같은 걸로 똥을 담아 바구니 속을 넣는 경기(?)를 했다.

해야만 했다. ㅋㅋㅋㅋㅋ

같이 갔던 선생님이 무려 1등을 하셔서 저 펠트 방석을 선물로 받으셨다! (꽤 비싼 것이라는..)

세상 잘 담고 계시는 우리 선생님ㅋㅋㅋㅋㅋ



스쳐 지나가면서 시범만 보였던 이번 작업은 양가죽 같은 천(?)을 막대기로 긁어서 부풀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계속 긁어대면 겨울에 델(몽골 전통옷)에 넣어 입는 양털 (inner) 옷 같은 것이 만들어진다고 했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신기한 작업들!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해서 매우 유익하기는 했지만, 한여름에 꽤나 덜덜 떨게 만들었던 양 축제가 끝이 났다.

몽골의 생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유목민들의 생활모습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어느덧 비가 그친 초원에서 마두금 연주에 맞춰 몽골 전통 춤을 보고 전체 행사를 마무리했다.

올해는 정말 이상하리만큼 몽골에 비가 참 많이 온다.


몽골의 유목생활을 이해하기에 꽤나 유익했기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은 가보길 추천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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