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주어디가 Oct 25. 2018

[몽골 여행] 가족과 함께한 몽골 여행 vol.2

몸도 마음도 넉넉했던 몽골에서의 추석 연휴 :)


동생은 한국으로 먼저 돌아가고, 엄마 아빠와 몽골 여행 2탄이 시작됐다. 이번엔 기차여행이다-

그동안에는 항상 밤 기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기차여행은 풍경을 봐야 한다는 엄마의 의견을 따라 오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셀렝게로 가기로 했다.


아침에 종모드에서 나와 울란바타르의 기차역까지 가는 길-

버스는 30분 뒤에나 출발한다 해서 겨우 택시를 잡아타서 올라가는데 태양의 다리를 건너기 전 구간 길이 엄청 막힌다.

아.. 울란의 출퇴근 시간을 잊고 있었다.

택시 아저씨에게 기차를 타야 한다고 말하니 자기 회사 근처에서 내려줄 테니 거기서 걸어가면 된단다.

시간은 흘러가고 차는 계속 막히고.. 우리는 점점 초조해지고... 아저씨는 생전 보지도 못했던 길로 들어간다?!!

우리 기차 탈 수 있나요??


택시 안에서 아저씨 혼자만 세상 태연하다. ㅋㅋㅋㅋ  계속 시계를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니 주게레 주게레(괜찮아 괜찮아)만 말하고 계신다..ㅎ

우리는 택시기사 아저씨 회사 앞에서 내려 아저씨가 알려준 나무 육교를 건너 기차역까지 헐레벌떡 뛰어갔다.

다행히 기차는 아직 출발 전. 시간 딱 맞춰서 열차에 골인했다. 워후~

이젠 너무나 익숙한 기차 안 모습-

가을의 낮 기차는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셀렝게로 올라가는 길-

(셀렝게 아이막은 두 개의 큰 강줄기가 만나 바이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물도 풍부하고 목초지가 많다. 그래서 다채로운 풍경을 자랑한다)

강줄기를 따라 늘어선 나무와 산들이 마치 유럽의 어디인 듯한- 매우 목가적인 풍경을 띄고 있었다.

딱 커피 광고 찍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ㅋㅋ

천천히 달려가는 기차와 가을의 정취가 한껏 오른 풍경들-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잔. 캬하~

기차는 천천히 달려갔다. 수많은 정차구간에 도착하기 앞뒤로 30분마다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만 제외하면 딱히 불편한 것은 없었다.

오전 10시 20분쯤 출발한 기차는 7시가 조금 넘어서야 셀렝게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에 해가 지면서 강물에 비친 멋진 일몰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감상에 젖어들기 좋은 그림과 시간-

엄마는 이때-개와 늑대의 시간-가 되면 심난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원래 이 시간은 나의 가장 애정 하는 시간이었다. 

해가 지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자기만의 빛을 발하는 시간.


근데! 문득 내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

해 질 무렵이면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에서 가족들과 혹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졌다.

특히 밖에서 창문으로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들을 보고 있을 때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마 위에서 엄마의 칼질 소리, 압력밥솥 추 흔들리는 소리, '은주야 수저 놔라~' 하는 엄마의 소리 등등..

일상이 그리워졌다.

아마 집에서 나온 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면서 집이 그리운가 보다.

분명 이러고 가족들과 일주일 이주일 지나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혼자 사는 게 편했지..'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그래도 함께 있는 게 좋다.

그렇게 한동안 감상에 젖어 있다가 셀렝게 도착!



7시가 넘은 시각, 셀렝게는 매우 어두워져 있었고, 왜 때문인지 거리에는 가로등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셀렝게 선생님에게 정보를 얻어 찾아갔던 호텔(?)은 만실. What?!!!!!

태어나서 세상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셀렝게 호텔이 만실이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외국에서 셀렝게 학교 방문을 위해 단체로 사람들이 오면서 셀렝게에 있는 호텔들이 다 만실이라는 이야기였다. 띠용 @@

이때부터 멘붕 시작.. 그리고 마침 보조배터리를 가져오지 않았는 데다 기차에서 핸드폰이 꺼지면서 어떤 것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띠로리..

기차에서 음악은 왜 틀어서... 아니 애초에 보조배터리는 왜 안 가져와서.. 이 고생을 하는가..ㅠ

이리저리 헤매다가 셀렝게에서 유일한 프랜차이즈인 모던 노매드에 들어갔다.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식당은.. 대단한 모험심이 필요하다)

핸드폰을 충전하고 저녁을 먹고, 그 옆에 붙어있던 H9(호텔 나인)에 2인실(85,000투그릭)이 하나 남아있다 해서 바로 결정!

방은 정말 좁았다. 좁은 방에 더블침대 하나- 하하하 그나마 이거라도 어디냐며.. 길거리에서 자지 않아서 다행이긴 했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전개에 엄마 아빠도, 나도 모두 당황했지만 어릴 때처럼 침대에서 셋이 오순도순 잘 잤다. 하하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본격적인 셀렝게 투어 시작-

작년에도 함께 했던 라오가 아저씨와 함께 했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별 따라 길 따라 기차 타고 낭만여행]에 나와있다.)


맨 처음 목적지는 새흐니 허털-

엄마 아빠는 여기저기를 사진 찍으며 돌아다니다가, 결국 저 독수리가 있는 바위까지 올라갔다 오셨다.

올라갔다 내려오는 동영상이 꿀잼이지만 두 분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나만 간직해야지! >_@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여기저기에 먹을 수 있는 열매들이 잔뜩 열려있었다.

라오가 아저씨가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며 작은 열매들을 조금 따 주셨다. 라오가 아저씨가 원래 과일을 좋아하시는 것인지, 엄마 아빠가 과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런지 그 뒤로부터 어딜 가나 계속 과일을 따 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아저씨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열심히 과일을 맛봤다. ㅋㅋㅋㅋㅋㅋ

사과보다 조금 더 신 맛의 과일이었다.

가을이 되니 샛노란 단풍이 들었다.

저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으면 아주 잘 나온다며 라오가 아저씨가 알려준 스팟 :-)

새흐니허털에서 내려오니 소떼가 저렇게 들어오고 있었다 ㅋㅋㅋ음머~

셀렝게 투어 일정은 작년과 매우 비슷했다 ㅋㅋㅋ

새흐니허털에서 나와 기찻길을 따라 강가까지 들어갔다가 정박(?)해 있는 작은 나룻배에서 사진도 찍었다.

작은 나룻배를 신기해하니 다른 관광객들이 그 배를 타고 강가에 떠 있는 사진도 보여주셨다. 스윗한 아저씨 :)

셀렝게를 휘감아 도는 어르헝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여긴 눈으로 봐야 그 멋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수흐바타르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바람이 세다.

다음 코스는 미니 고비.

하늘이 흐려지고 바람이 불면서 점점 추워져서 딱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내 패딩 입고 있는 엄마 ㅋㅋㅋㅋㅋ

미니 고비 옆에는 작은 개울이 흘러 여름이면 사람들이 여기로 많이 놀러 온다고 한다. ㅋㅋ

여름에는 어디든 다 좋을 것 같은 셀렝게다.



미니 고비를 지나 러시아 국경도시인 알탄 불락에서 셀렝게 아이막 박물관을 둘러봤다.

당시의 전투를 그린 그림

알탄 불락은 수흐바타르 장군이 중국군들과 전투를 벌였던 지역이었다고 한다.

수흐바타르는 러시아군과 협력해 중공군을 몰아내고 몽골의 독립을 가져온 몽골의 장군이다. 그래서 몽골에는 수흐바타르 아이막, 셀렝게 아이막 안의 수흐바타르 시, 그리고 울란바타르 안에 수흐바타르 광장 등 그의 이름을 딴 지명이 참 많다.

'도끼 영웅'이라는 뜻을 가진 수흐바타르라는 이 이름은 원래 사람 이름이라는 것-

박물관 안에는 수흐바타르를 기념하는 온갖 물건들과 당시의 전투에 사용했던 무기들, 셀렝게 아이막에 살던 아주 오래된 동물들의 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 안에서 수흐바타르 얼굴만 백번은 본 것 같은 느낌- 하하 그 얼굴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박물관에서 나와 러시아 국경지대를 구경하고 산림욕장인 '넘트'로 이동했다.

셀렝게에서 가장 좋았던 곳. 올 때마다 여기서 하루 이틀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여기서 잘 생각은 쉽게 하지 않는.. 그런 요상한 곳이며, 전화도 통하지 않아 잠수를 타기에 아주 적절한 곳이다.

넘트에도 역시 노란 가을이 절정이었다. 어딜 가나 노오란 풍경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마음만.. 몸은 추웠다)


투어를 마치고 8시 기차 시간까지 조금 쉴 곳을 찾아다녔다.

샤슬릭 맛집은 단체 예약으로 들어갈 수 없었고, 괜찮은 카페라던 아모라는 영업을 하다가 어딜 갔는지 중간 문만 잠가놓은 채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나는 정처 없이 헤매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데... 바로 이런 경우다.

저 카페는.. 벌써 몇 번째 왔지만 언제나 문이 닫혀 있었는데, 이쯤 되니 이제 좀 화가 났다 ㅋㅋㅋ

물론 가게를 열고 닫는 것은 주인 마음인지만.. 이건 뭐랄까..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

뭐 이젠 셀렝게를 올 일이 없을 것 같으니... 이제 안녕-


역 앞 작은 식당에 앉아 있다가 밤기차를 타고 다시 울란바타르로 돌아왔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한 여행이 끝이 나면서 2018년 몸도 마음도 꽉 찬 추석이 지나갔다.

여행 내내 엄마 사진을 열심히 찍으시는 아빠의 모습이 신선하게 기억에 남았다.

원래 나들이를 가면 사진은 나 또는 동생 전문이었는데, 이젠 두 분이서 다니시느라 아빠가 사진 담당이 되어 있었다. 엄마 아빠가 계속 건강해서 오래도록 우리 넷이 더 좋은 것 보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닐 수 있길!!


옷장과 신발은 홀쭉해졌고 냉장고는 뚱뚱해졌다. 그리고 나도 (더) 뚱뚱해졌다.

역시나 공항에서는 눈물바다가 되었고..(눈물이 많은 건 집안 내력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전기사 아저씨는 내가 안타까워 보였는지 언제든 외로우면 자기네 집에 놀러 와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자고 초대도 해주셨다. 껄껄


이렇게 2018년 몽골에서의 여행은 얼추 마무리가 되었고, 밀린 브런치도 어느 정도 정리함. ㅋㅋ야호!





매거진의 이전글 [몽골여행] 가족과 함께한 가을여행 vol.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