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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Feb 21. 2019

[몽골 여행] 가장 추운 날 찾아온 의문의 손님들

극강의 추위를 따라 차탕족을 만나기 위해 모험을 떠났다- (긴글주의)

# Prologue

작년에 비해 유난히 따뜻하고 눈도 내리지 않았던 올 겨울. 누군가가 나의 이런 생각을 가소롭게 여긴 것인지 우리는 뭣에 홀린 듯이 차탕여행을 추진했다.

 

사실 처음에는 홉스골 얼음축제를 생각했는데 이동금지기간(귀국 1달 전)에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사람도 많을 것 같아서 차강사르 연휴 동안에  홉스골 위쪽 어딘가에 산다는 차탕족을 만나러 가기로 급 우회.

차탕족이 정확히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 채 용감하게 사람을 모으고 가이드와 일정을 짰다.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처음 계획대로 다 같이 출발!


다르항 선생님들 4명과 나 그리고 엄눼와 세계여행 중인 그의 친구 SG, 그리고 운전사 빌게 아저씨와 가이드 따기까지. 조금은 어색한 사람들끼리 푸르공 한대로 4박 5일의 여행. 이 사람들과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나의 꼼꼼함이 이토록 치명적이었다니...

처음부터 우리의 계획은 5박 6일 여행이었다. 그리고 5박 6일의 일정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이은주가 정작 가이드랑 이야기한 것은 4박 5일의 일정이었다. 가이드와 팀원의 중간다리 역할을 했던 나는 이 일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아예 모르고 있었고, 내가 공유한 일정을 보면서 의문을 가졌던 사람들도 다른 뭔가 있겠지.. 하고 생각을 했었더랬다.


첫날 달리는 차 안에서 가이드의 전체 4박 5일 일정 브리핑을 듣고서, 내 멘탈은 안드로메다로 훨훨 날아갔다.

추가 금액으로 돌아오는 날 홉스골 호수에서 1박을 추가하면 어떤가 했는데, 운전기사 아저씨와 원래 돌아오기로 한 날까지만 계약이 되어있어 하루 연장은 안된다고 했다. OTL......................

호ㅗㄹ로노로롤로ㅗ로아나아ㅏㅣ나아악ㅇㅇㅏ으ㅇ아아아ㅏㄴㄱ

역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세상 똑 부러지게 일하는 척은 혼자 다하다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하아...

다년간의 경험으로도, 그렇게 수 없이 돈지랄을 했으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것이 있나 보다. 슬프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특히 세계여행 중인 친구에게는 이 하루의 일정이 꽤 중요할 텐데.. 참 미안했다.

혼자 멍 때리고 있으니 옆에서는 괜찮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줬다.

정말 정말 고마웠다 ㅠㅠ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러나 저러나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Day 1. 우리가 날을 잡긴 잘 잡았네- (feat. 올 겨울 가장 추운 날)

 UB-> 다르항 -> 무릉


+ 이번 여행 중에는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서 우리가 직접 밥을 해 먹고 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한 사람당 3~4인분의 밥을 얼려서 가져오고, 공금을 모아 장을 봤다.

장을 보고 나니 이번 여행의 테마가 정해졌다. 이번 여행은 아무리 못해도 밥은 참 잘 먹고 다닐 여행이었다.


각자 침낭에 배낭에 식재료까지.. 어마어마한 짐과 9명의 사람들. 푸르공 한대로 가능합니까?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우리의 가장 큰 의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푸르공을 타보니 짐은 넉넉히 들어갔고, 사람도 충분히 앉을 수 있었다.

오히려 차 한 대로 다니는 것이 더 좋았던, 그리고 무엇보다 푸르공에서 히터가 빵빵하게 나와서 다행이었다-

이래저래 적절했던 선택이었다.

(원래 우리가 생각했던 차는 스타렉스였다.  하지만 차강노르까지 들어가려면 스타렉스보다는 푸르공이 더 유용하다고 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에 스타렉스로 홉스골 호수에 다녀온 지인도 차강노르까지 들어가려 했으나 푸르공을 다시 빌려 가야 한다는 이야기에 포기했다고 했다)



UB에서 아침 8시에 출발, 다르항 터미널에서 점심으로 김밥을 먹으며 나머지 일행을 맞이했다. 다들 침낭에 배낭에 짐이 한가득-

어색하게 김밥을 먹으며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가이드였던 따기만 가장 어색했던 것 같은 느낌 ㅋㅋㅋㅋ


다르항에서 푸르공을 타는 그 짧은 순간에 느꼈던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여행 전 주만 해도 따뜻했는데.. 이 날씨 무엇?? 껄껄

본격적으로 푸르공 뒷자리에 7명이 자리를 잡고 길을 떠났다.


다르항에서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에르데넷으로 넘어가는 길-

푸르공이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지 못하고 계속 뒤로 밀렸다. 어머, 벌써부터??? 아직 오프로드는 시작도 안 했는데!

계속 조금씩 뒤로 밀리는 푸르공에서... 심장은 쫄깃쫄깃... 차 안에는 웃음기가 싹 빠지고 긴장의 순간이다~~

결.국. 푸르공이 뒷걸음질을 치다가 갓길에 잠시 세워놓은 차를 긁으며 내려왔다!!  

작은 세단이었는데 왼쪽의 문이 다 긁히고 후미등이 다 깨졌다.. 띠용..

내려서 보고 싶었지만 너무 춥기도 했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어서 차 안에서 좌불안석.. 바깥 상황을 주시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던 빌게 아저씨는 심각해졌고 세단 주인과 뭐라 뭐라 이야기하더니 다시 우리는 길을 떠났다. 그 후로 빌게 아저씨는 한참 동안 여기저기 전화통화를 하면서 사고 후처리를 하셨다. 허허

아저씨 전화통화를 들어보니 UB에 있는 아들에게 자동차 부품을 UB에서 무릉으로 오는 밤 버스 편으로 보내라고 해서 무릉에서 받아서 차 주인에게 넘겨주려고 하신 것 같았다. 그래도 잘 처리돼서 다행이여-처음부터 스펙타클하구먼!


그렇게 한차례 사고처리가 끝나니 이미 해는 떨어지고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을 캄캄한 길 위를 달렸다. 그리고 우린 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ㅋㅋ


이날의 큰 웃음 포인트는 바로 SG의 제멋대로 디제잉 ㅋㅋㅋㅋㅋ해가 지면서 어두워지자 진쌤의 블루투스 스피커 조명과 함께 어디선가 DJ가 불쑥 등장! 이때부터가 시작이었고, 캄캄한 푸르공 안에서 얼마나 웃었는지 시간가는 줄 모르게 이동했다! ^^

무릉에 조금 미치지 못한 지점의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나서 첫 단체사진을 찍었다.

저녁을 먹고 조금 더 달리다가 무심코 창문을 열어 창 밖을 봤는데... 와!!!!! 별이 억수로 많다.

여러 번 본 광경인데도 볼 때마다 탄성이 나온다. 여행기간이 딱 그믐이라 별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왜 때문인지 이 차 안에서 본 별이 가장 환하고 밝게 보였던 것 같다.

 

드. 디. 어 무릉 도착.  

첫날 숙박은 칭기스 호텔이었다.   

오~~~ 첫날부터 호텔.. 심지어 예약까지 했단다. 여행 중에 머리 못 감을까 봐 어제 2번 감았는데 ㅋㅋㅋㅋㅋ

호텔이라는 이름이 조금 아까웠지만 그래도 따뜻한 물에 씻을 수 있고, 조식까지 나오는 곳이어서 만족 만족.

약 15시간 푸르공에 매달려있다가 내리면 어디서든 숙면을 취할 수 있지요. (사실 첫날은 다 아스팔트 도로라 힘든 축에도 들지 못했다)



Day2. 겨울왕국의 오프로드-

 무릉 -> 차강노르 솜


조식 먹으러 오전 8시 30분까지 1층 식당으로 모였다.

아침으로 홍차와 소세지, 계란후라이, 식빵 2장과 슬라이스 한 오이가 올려져 있는 간단한 브런치 느낌의 식사가 제공됐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아침식사였다!


아침을 다 먹었는데도 가이드인 따기가 내려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내일 차강노르를 지나가기 위한 허가서를 받기 위해 일찌감치 나갔다고 했다.

(+우리가 가는 곳이 러시아 국경과 매우 가까운 곳이라 국경지역 출입 허가서를 받아야 했다. 우리는 여행 전 미리 여권과 비자, 거주증을 스캔해서 가이드에게 보냈고, 이것을 가지고 따기가 직접 가서 출입 허가서를 받는 듯했다. 출입 허가서는 울란바타르에서도 받을 수 있고, 무릉에서 발급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침을 먹고 이동 중에 점심으로 먹을 주먹밥도 만들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카드놀이를 하며 따기를 기다렸다.

오전 11시가 다되어 따기가 운전기사 아저씨와 함께 돌아왔다.  

주먹밥도 만들고 도둑잡기도 하고- 시간은 잘 간다~
여행동안 먹고다닐 짐들- 저 비닐봉지가 모두 얼린 밥이었다
차안에서 찍은 사진 중 꽤 잘나온 사진 ㅋㅋㅋㅋㅋㅋ 저렇게 양손으로 천장을 받치고 앉으면 안정감이 두배-

여름에는 강이 얼지 않기 때문에 차강노르까지 들어갈 때에는 산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겨울에는 호수가 꽁꽁 얼면서 홉스골 호수 위로 들어갈 수 있다. 더 빨리 단거리로 갈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간절히 원했건만 빌게 아저씨는 위험하다며 그 길로 절. 대. 가지 않으셨다. 심지어 우리와 함께 들어가는 의료봉사팀이 그 길로 가니 같이 가자고 기다렸다는데도 함께 가지 않으셨다. 쳇-

(실제로 매년 겨울 홉스골에서는 꼭 한 팀씩 사상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도 마음씨 좋은 우리는 저렇게 조그만 강 위를 건너는데도 한껏 즐거워하다가 강 위에 차를 세워놓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푸르공 안에서 라면을 보글보글 끓여서 아침에 만들어 온 주먹밥과 함께 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JMTGR!

이 와중에 바깥에서 라면 먹고 있는 엄눼 ㅋㅋㅋㅋㅋ바람도 엄청 불었는데...

눈으로 냄비를 헹구시는 우리의 정리요정!

내린 김에 같이 사진도 찍어봤다! ㅋㅋ

아직까지 표정이 참 환하다! :D


이 사진을 찍고 다시 길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 날의 웃음포인트가 터졌다.


사방팔방 하얀 눈길을 열심히 달리다가 화장실을 발견! 잠시 차를 멈추고 한 명씩 화장실을 다녀왔다. 장난꾸러기 빌게 아저씨는 쟤들 두고 가자며 차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엄눼가 푸르공을 향해 빠르게 걸어오다가 넘어졌다... 이 순간을 SG가 바로 포착! 사진을 찍었는데 그 순간에 또다시 넘어졌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침 다른 방향에서 오던 진쌤도 이 순간을 목격했더랬다. 나중에 들어보니 푸르공이 지나간 자리에 왜 엄눼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가... 생각하는 찰나에 엄눼가 막 웃으면서 일어나다가 다시 넘어지더란다 ㅋㅋ

진짜 웃긴 건 사진이었다ㅋㅋㅋㅋㅋ사진 속에 막 일어서려는 엄눼가 본인도 웃겨서 엄청 웃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사진은 정말 보기만 해도 너무 웃겨서 이날 이후로 두고두고 보면서 깔깔깔 웃었더랬다ㅋㅋㅋㅋ

(지금 글 쓰면서도 혼자 웃고 있음 ㅋㅋ)


중간에 지나간 올랑 올(붉은 산이라는 뜻)

차강노르 솜에 들어가기 전 잠시 들렀던 마을. 2층 이상 건물이 없어서, 그리고 인적이 드물어서 고요하고 정적인 마을이었다. 분위기 참 좋다-


마트에 들러서 장볼때 챙기지 못했던 식용유와 이것저것들을 사고 다시 차강노르솜으로 이동!  

저 멀리 설산이 하나 보였는데, 몽골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양이었다. 마치 토블론 쪼꼬렛 포장지에 그려져 있는 몽블랑 같았다. 산을 보니 문득 여기가 몽골의 북부지역이라는 사실이 훅 와 닿았다.

히터를 켜고 달렸음에도 창문이 이렇게 꽁꽁 얼어서 열리지 않았고, 차를 타면 저렇게 입김이 화라락-

이렇게라도 당시가 얼마나 추웠는지를 전하고 싶다.. ㅋㅋㅋ


둘째날 숙소는 다 같이 요리하고 하룻저녁을 보내기에 아주 적절했다!

여럿이서 여행하는 팀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안 그래도 식재료를 많이 가져왔는데, 하루의 일정이 줄어들면서 더 많이 남게 생겼다.. 껄껄껄

여건이 되는대로 열정적으로 요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둘째 날 저녁은 김치찌개에 카레, 그리고 햄 달걀 볶음-  한 명 한 명 각 요리에 달려들어 밥을 해동하고 감자와 양파를 썰면서 후다닥 요리를 완성했다. 진심 저 김치찌개 너무너무 맛있었다!! 집에서 먹으면 이 맛이 안 나겠지..


저녁 후에는 맥주를 한잔씩 하면서 여독을 풀었다. 캬하- 여행은 이 맛에 하는 거지! ㅋㅋㅋㅋㅋ

엄눼의 넘어지는 사진을 다시 꺼내서 또 깔깔깔 웃고, 드디어 만나는 차탕족은 어떨까 상상도 해보고, 별 시답잖은 이야기에도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계속 웃다가 타닥타닥 나무 타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불요정이 밤새 나무를 잘 태워줘서 한 번도 안 깨고 잤다! ㅋㅋㅋ


이때는 몰랐지. 다음날 우리가 어떻게 자게 되는지- 호호호


그리고 이날부터 진쌤의 헤드랜턴이 빛을 발했다.. ㅋㅋㅋ

여러분 몽골에서 화장실 갈 때에는 무조건 헤드랜턴입니다!




Day 3. 한 겨울날의 꿈

 차강노르 솜 -> 차탕족 마을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먹고 남은 재료로 아침을 후다닥 먹고 짐을 쌌다.

여행 내내 항상 먼저 일어나 짐을 챙기고 짐을 싸주신 우리의 부지런한 정리 요정 덕분에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나는 정말 한 일이 없었구나! 참 뺀질거렸군 ㅋㅋㅋ


바깥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밤새 얼어버린 푸르공의 엔진을 빌게 아저씨가 녹이고 있을 동안 정리 요정이 화투로 오늘의 운세를 봐주셨다. 뭔가 착착착 패를 고르는 손놀림에 진짜 전문가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정리요정의 손놀림-


8시쯤 출발해 차강노르 솜에 있는 출입허가소에서 허가를 받고 약 두 시간 동안 찬길을 달려 차탕마을로 올라갔다.

차탕[цаатан:차탕]족은 순록[цаа-буга: 차복]

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는 의미. 이들은 러시아 투바 공화국 민족의 일부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직접 만나보니 마을 사람들끼리는 전통언어로 이야기하고 외지인들과는 몽골어로 이야기를 하셨다.

이 부근의 차탕족이 사는 지역을 '타이가'지역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지역을 크게 중(зуун :동쪽) 타이가와 바롱(балуун :서쪽) 타이가로 나눴다. 동쪽에 위치한 중 타이가 지역은 차로 갈 수 없기 때문에 겨울에는 방문하기가 힘들고 여름에 말을 타고 들어간다고 한다. 바롱 타이가 지역에는 현재 80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순록이 추운 지역에서 살기 때문에 이들도 함께 순록을 키우며 추운 지역에서 지낸다. 때문에 여름에는 더 서늘한 지역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홉스골 하트갈에서 장하이로 넘어가는 길에도 차탕족이 순록을 묶어놓고 기념품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여름엔 더워서 순록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Finally!!

우리의 목적지인 차탕족 마을에 도착했다!

사실 처음에 도착했을 땐.. 음? 여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방문했던 게르들은 모두 뻥 뚫린 평원에 게르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여기는 숲 사이로 오두막집 한 채, 오르츠(Урц: 차탕족이 사는 삼각형 모양의 집)가 한 채씩 보이는 풍경이었다. 그나마도 자연색을 띄고 있어서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그동안의 몽골 여행지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 마을의 이장(?)쯤 되는 강바 아저씨네 통나무집-

집 앞 나무 사이에 옷을 줄줄이 걸어놨다. 옷이 꽁꽁 얼어서 그대로 세워놓으면 사람마냥 서 있을 것 같다.

마침 우리가 차탕족에 들어가는 날 울란에서 오는 의료봉사팀도 함께 차탕족을 방문해 의료봉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여름과 겨울마다 이렇게 오지를 다니며 의료봉사를 하시는 듯했다. 그중에는 한국인 의사들도 있었는데 몇몇 분은 교회에서 마주치면서 알던 분들이었다. 이 먼 타지에서 만나니 세상 반가웠다ㅋㅋㅋㅋㅋㅋㅋ

순록이 어디 있나 했더니 어디선가 한 무리의 순록이 내려왔다-

하얀 눈과 갈색 나무속에 있으니 보호색이 따로 없었다. 저 숲 속에서 한참을 봐야 찾을 수 있었던 순록들-

띄엄띄엄 나무 사이에 오두막집과 오르츠들이 위치해 있었다.

사방팔방이 이렇게 높은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오르츠가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서 만난 진짜 순록! 루돌프 코가 빨간색은 아니었다.(다른 종인가..?) 그리고 털을 깎아서 표식을 새기는지 글자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ㅋㅋㅋ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순록 무리들-


의료팀이 다 도착하고 의료 장비까지 도착하자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료봉사팀에는 한국인 의사와 몽골 의사, 간호사들과 이들을 도와주는 선교사님, 그리고 요리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비록 놀러 왔지만 남들 다 쉬는 명절에 여기까지 와서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ㅋㅋㅋㅋ

발전기를 돌리고 주변의 통나무집과 오르츠에 전기를 연결해 각각의 병원 장비를 설치했다.

한의원, 이비인후과, 치과, 소아과, 내과, 산부인과를 각각의 통나무집과 오르츠에 마련해서 엑스레이도 찍고 간단한 진료와 약 처방까지 해줬다.


우리도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의료팀을 도와(?) 아이들과 함께 놀기로 했다!

그전에, 우선 점심을 만들어 먹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겉에서 보면 짐 쌓아두는 창고로밖에 안 보이는 저 천막이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천막에 아지트라는 단어는 너무 포근하다. 야외에 천막을 세워 놓은 곳이라 저어어엉말 너무 추웠고 엄청 어두웠다. 

바깥에서 조금만 돌아다녀도 코가 줄줄 흐르고 볼때기의 감각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저기도 있다보니 정이 붙어서 내내 들락날락 했더랬다.) 여기가 차탕마을이라서 이럴게 추운 줄 알았더니 이때 몽골 전체가 매우 추웠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할 때부터 갈 때까지 검은 강아지가 우리의 아지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마을에는 각 집집마다 커다란 강아지들이 있었는데 덩치도 크고 인상도 그리 좋진 않았는데 참 순한 아이들이었다.

우선 불을 지펴 온기를 만들고 요리할 짐을 날랐다. 그리고 밖에 쌓인 눈을 쓸어와 녹여서 물을 만들고 헤드랜턴을 쓰고 짜장을 만들었다. 헤드랜턴 쓰고 요리하는 사진은 다시 봐도 너무 웃기다 ㅋㅋㅋㅋㅋㅋ 

나는 누구 여긴 어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 사람들의 수고로 맛있는 짜장밥을 먹을 수 있었다-

부탄가스가 얼어붙는 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짜장밥을 만들어내는 멋진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알래스카에 가서도 잘 먹고 다닐 수 있겠다.. 싶다.


점심을 다 먹고 의료팀이 식사를 하는 동안 밖에 나와서 주위를 한 바퀴 둘러봤다.

고요한 마을 한쪽에서 강바 이장님 아들이 손님들에게 줄 나무를 하고 있었다.

이토록 추운 겨울.. 오르츠에서 사는 삶이라니-   

아직도 내가 채 모르는 다양한 삶이 많겠지!

밥을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작업을 할 차례-

발전기에 전기를 연결해 솜사탕을 만들고, 솜사탕 기계가 쉴 동안에는 막내쌤이 센스 있게 챙겨 온 마시멜로우를 구웠다. 다들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꽤나 그럴듯하게 모양이 나왔다. 손발이 얼추 잘 맞는다 ㅋㅋㅋ


나는 주로 호객행위를 맡았다. 엄마 아빠를 따라서 진료를 받으러 온 아이들에게 맛있는 거 먹으러 오라며 아이들을 불러왔다. 아이들은 저 사람이 몽골 사람인가 외국인인가 긴가민가하면서도 달달구리를 먹기 위해 졸졸 따라왔다. 역시 먹을 것만큼 빠르게 사람을 가깝게 하는 것이 없다.

분홍 모자와 분홍색 안경을 쓴 여자아이는 벌써 솜사탕을 꽤 여러 개 먹었는데, 조금 뒤에 ‘또 먹을래?’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나를 더 내주니 옆에 있던 아빠가 ‘얘 치과 가야 하는데..’라고  말하셨다.

‘아...그래..!!? 하하(멋쩍은 웃음) 그럼 너 이거 먹고 양치 잘해야 해!!’라고 말하니 꼬맹이는 솜사탕이 먹고 싶었는지 또 고개만 끄덕끄덕ㅋㅋㅋㅋ참.. 줘도 되는 건가 싶고...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귀여웠던 두 꼬맹이들

우리 천막 바로 옆 오르츠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어른들에게도 솜사탕을 드셔 보라고 나눠드렸다.

처음 먹는 식감에 약간 놀라면서도 맛있으신지 서로 먹어보라고 입에 넣어주면서 돌아가면서 다 드셨다ㅋㅋ


우리끼리만 방문했으면 추운 날씨에 할 일 없이 어디 들어가서 앉아만 있었을 텐데,

이분들과 함께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우린 참 운도 좋다.


여기서 또 셋째 날의 엄청난 웃음 포인트가 등장!

이날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우린 화로에 끊임없이 불을 지펴야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로가 시뻘겋게 달궈져서 그 주위를 잘못 지나친 사람들의 패딩이 그을리고 타서 솜털이 삐져나왔다-


그중 최강은 권사님-

요리를 하다가 롱패딩 아랫단이 다 녹아버린 것이다! 그때 나를 포함한 몇 명은 강바 이장님 집에 있었는데 흰 털들을 날리며 박스테이프를 찾으러 다니는 권사님을 보고 어머!! 깜짝 놀랐다. 나중에 그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함께 있었던 일행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주 스팩타클 했더랬다.ㅋㅋㅋㅋㅋㅋㅋㅋ

(후에 차탕마을에서 내려와 울란에서 다시 만났을 때 여쭤보니 다행히 한국에서 다른 인편에 새로운 옷을 받으셨다고 한다ㅋㅋㅋㅋㅋ)

 

그렇게 어처구니 없다고 웃다가 살펴보니 몇몇을 제외한 사람들이 모두 롱패딩에 크고 작은 스크래치가 가득했다.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니었다..ㅎ)

나는 아닌 줄 알았더니 저 밑에 벌써 깃털이 퐁퐁 빠져나오고 있었다. 야나 ㅋㅋㅋㅋ

급한 대로 박스테이프로 붙이고나니 좀 없어보이지만 그런대로 잘 입고 다니고 있다-


아이들에게 솜사탕과 마시멜로우 나눠주는 일을 끝내고 더 이상 나눠줄 아이들이 없어 영업을 일찍 접었다.

그리고 다시 바깥으로 나가 여기저기 얼쩡얼쩡 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사람들을 만났다. 귀마개가 언제부터 사라졌다 했더니 누가 저렇게 나무에 걸어두셨다! ㅋㅋㅋㅋㅋ

온 동네 강아지들이 다 미셸언니한테 모일 기세다 ㅋㅋㅋ

바깥을 다니다가 코가 나오겠다 싶을 즈음이면 강바 이장님네 집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곤 했는데,

한 번은 의료팀 일행 중 한 분이 저렇게 기타를 치셨다. 와~ 이 빛과 음악 무엇?!!

분위기가 넘나 좋아서 살짝 영상으로 남겨봤다!

노루가 생각보다 작고 말라서 타고 싶은 생각이 1도 들지 않았다.

몽골 사람들의 소울푸드인 수테차를 끓이시는 강바 이장님 아내분-

순록 뿔을 저렇게 걸어놨다. 한 짝만 들어봤는데도 엄청 무겁다!! 저걸 머리에 달고 다니는 걸 보면 순록은 보기보다 힘이 센가 보다.

진료를 다 보고 강바 이장님 집에서 할머니를 기다리며 동생 머리를 따주는 언니.

이날 가장 귀염둥이였던 아기가 엄마아빠랑 집으로 돌아가려해서 가기 전에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니 저렇게 손을 들어 포즈를 취해줬다. 근데 내가 사진을 망친 것 같다. 아가만 혼자 찍었으면 훨씬 이뻤을 텐데...으휴

차탕족 화장실...엉덩이가 시리다.

그리고 강바 이장님과 그의 손주 빌궁


오늘은 차탕족 마을에서 하룻밤 자고 내려가기로 했다.

어제 저녁 차강노르솜의 따뜻한 숙소에서만 하더라도 당연히 여기까지 왔는데 차탕마을에서 자고 와야지!!! 라며 큰소리로 이야기했지만, 막상 올라와서 상황을 보고나니 목소리가 좀 작아졌다..ㅎ

게다가 우리의 아지트였던 저 초록색 천막에서 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실화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당장이라도 내려가야할 것 같았다!!


정말 다행히(?) 따기가 다른 차탕 가족의 집을 빌려서 하룻저녁 함께 자기로 했단다.

얼추 우리의 역할을 다 끝내고 의료팀에서 나눠주신 카레를 먹고 해가 지기 전 우리의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의료팀은 며칠 더 있다가 내려가신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마지막으로 오르츠 앞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그중 포토제닉은 대문에 걸어놓은 차렷 사진!)

우리가 간다고 하니 지역 주민들이 여기저기서 기념품을 가지고 오셨다.

대부분 순록 뿔을 조각하거나 그림을 새긴 장식품이나 액세서리, 칼 등이었다. 흥미로웠지만 구매는 않는 걸로~

사진은 마치 진쌤이 파는 것처럼 나왔다-


강바 이장님 집에서 약 10분 정도 거리에 우리의 묵을 숙소가 있었다. 짐을 내리고 좀 쉬려고 하니 따기가 근처에 순록을 보러 나가자고 한다. ㅎㅏ.....

귀찮음과 추위를 무릅쓰고 발이 푹푹 빠지는 눈을 헤집으며 한참을 걸었는데도 순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 숲 속에 가득히 앉아있는 순록이 보였다. 와우!!

숲 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순록들이 끝없이 보였다.


심지어 이 순록들은 자기들이 강아지인 줄 아는 고런 순록들이었다. 신발과 바지에 자기들 얼굴을 막 비비고

내 신발을 먹으려고 하고... 손을 가져다 대면 냄새를 맡고 핥으려고 했다 ㅋㅋㅋ악 너무 귀여워!!!!

순록들과 더 놀고 싶었지만 해가 지면서 기온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얼굴과 손발에 감각이 사라졌다. 윽....

내 신발이 그렇게 맛있게 보였니

마지막으로 순록들과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아보았다. 자세히 보면 저 멀리까지 순록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후다닥 집에 들어갔다. 통나무 집은 역시나 원룸(?)의 형태로 양쪽 벽에 침대가 3개 놓여있고 가운데는 불을 피우는 난로가 있었다.  이 집에는 아빠와 엄마 그리고 딸 한 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런저런 게임도 하고 마피아도 하다가 10시 즈음 가족들의 취침시간에 맞춰 우리도 잘 준비를 했다. 

옹기종기 나란히 바닥에 침낭을 깔고 누웠다. 그리고 곧 화로의 불이 꺼지면서 바닥에서부터 냉기가 올라온다.

와.... 왜 나는 10시에 누웠을까.. 새벽 3시 반까지 침낭 속에 머리를 다 집어넣고 온몸을 꽁꽁 감싸고 잠들지 못한 채  누워있었다. 왜 하나 더 있는 후드를 입지 않았을까.. 패딩잠바를 가져와 입을까.. 침낭을 하나 더 펼까, 그냥 내가 난로 앞에 앉아서 불을 땔까.. 정말 오만가지 생각을 했는데, 침낭 밖에 나가는 것조차 너무 추울 것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게 누워있었다.


그러다가 새벽에 잠시 잠이 들었을 때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나 보다. 옆에 침대에서 쿨쿨 자던 빌게 아저씨가 아침에 일어나서 '너 밤새 자동차처럼 코 골았어ㅋㅋㅋㅋ'라고 나를 놀려댔다.

오지게 추운 것도 짜증나는데 혼자 쿨쿨 잘 자고서 저렇게 말하는 아저씨가 완전 얄미웠다!!!!!!!!!!!

(다음날은 상황이 역전돼서 내가 놀리니까 아저씨가 멋쩍어하셨다 ㅋㅋㅋ)


아침 7시쯤 아저씨랑 따기가 자동차 엔진을 미리 예열하기위해 일어나는 것을 보고 같이 일어났다.

더 자라고 했는데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ㅋㅋㅋㅋㅋㅋ일어나서 난로 앞에 앉아서 발을 녹이고 몸을 녹였다.


다른 사람들은 잘 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 비슷한 사정이었다.

정리 요정은 밤에 누워있다가 옆에 누운 진쌤이 머리맡에 둔 핫팩을 뜯는 소리를 들으며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랐다고 하시고 진쌤은 누군가 제발 불을 지펴달라며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고 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중 최고 반전은 이 집의 초딩 딸이 밤새 더웠다고 한 것이었다!!

내복 하나 입고 얇은 이불만 덮고 잤는데 말이다!! 하하


오지게 추웠지만 이날 밤 이야기를 벌써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ㅋㅋㅋㅋ

이래저래 잊지 못할 밤이었다!

출발하기 전,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한 장 뽑아드리고 나왔다.

추운 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Day 4. 여행 마무리의 정석!

 차탕족 마을 -> 무릉


오늘은 무릉까지 가야 하는 날!


차탕족 마을에서 후다닥 나와 차강노르솜의 게스트하우스에 들러서 아침으로 보쯔를 먹었다.

어제 의료봉사팀에서 만난 제이크 목사님이 아침은 여기서 먹고 가라며 우리를 초대해주셨다~

올 명절에도 보쯔는 먹고 지나가네!(라고 생각했고, 이때 이후부터 끊임없이 보쯔를 먹었다고 한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자동차 기름을 넣기위해 문 닫은 주유소에서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고즈넉한 풍경도 감상한다.

올해는 몽골에서 눈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쯤이나 올라와야 눈이 보인다-


점심은 아침에 보쯔를 먹고 후다닥 만든 스크램블에그와 쨈을 올린 식빵!

이쯤 되니 뭐든 다 맛있다! ㅋㅋㅋㅋㅋ


돌아가는 날까지도 홉스골로는 가지 못하고, 대신 꽁꽁 얼은 차강노르 위를 달렸다.

여기도 꽤나 큰 호수라 사방이 다 얼음판이었다.

지금 아니면 이제 이런 호수는 없다며 우리는 재빠르게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정말 추웠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엎드려서 찍자!! 하니 다들 으악~ 비명을 지르면서도 후다닥 엎드린다 ㅋㅋㅋㅋㅋㅋㅋ

차강노르솜에서 무릉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어서 올라갈 때보다는 빨리 갈 수 있었다.

저녁시간쯤 숙소에 도착했더니 주인집에서 수테체와 보쯔를 대접해주셨다.

맛만 보려 했으나 계속 먹으라고 하셨다.. ㅠ 예의껏 먹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요리도 시작~

식재료가 많이 남아 차강노르 제이크 목사님이 하시는 게스트하우스에 여러 가지를 두고 왔으나 그래도 많았다. 그래서 오늘 저녁은 김치전과 떡볶이!

시원한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면서 먹는 떡볶이랑 김치전은 진심 꾸ㄹ 맛! ㅋㅋㅋㅋㅋ

정말이지 지금까지 여행 다닌 중에 가장 잘 먹고 다녔다!


벌써 여행의 마지막 저녁!

다행히 무릉에서는 인터넷이 연결되어서 지금까지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추운 날씨와 긴 이동시간으로 사진을 많이 안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얼추 300여 장의 사진이 카메라에 담겨 있었다! 무겁게 가지고 다닌 보람이 있었구나! ㅋㅋ


각자 찍은 사진을 모두 공유하고 우리의 정리 요정이 직접 가져온 즉석필름인화기로 각자 3장씩 사진을 인화해주셨다. 사진을 인화해서 각자 어떤 사진을 골랐는지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ㅋㅋㅋㅋㅋㅋㅋ

정말이지 아름다운 마무리다.


빌게 아저씨와 푸르공이 멋지게 나온 사진을 인화해 드렸더니 푸르공 앞에 딱 붙여놓으셨다-!

전날 덜덜 떨면서 잤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마지막 저녁은 SG가 계속 불을 때 줘서 아주 따뜻하게 푹 잤다! 사실 난로 쪽에 누웠던 사람들은 너무 뜨거워서 벽에 붙어서 잤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ay 5.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무릉->UB


꿀잠 후 가뿐하게 일어나니 이제 정말 마지막 날!

무려 울란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우리는 여행 중이라 잊고 있었지만 명절의 막바지였다. 귀경(?) 차량으로 다르항에서 UB구간이 많이 막힐 것을 예상. 무릉에서 에르데넷-다르항을 거쳐 UB로 들어가는 아스팔트 길을 포기하고 오프로드로 볼강으로 내려가 아르항가이 아이막에서 UB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가면 약 두 시간 정도를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 새벽 1시보다는 밤 11시에 들어가는 게 좋겠어-


그렇게 오프로드를 부아앙 하고 달리는데... 꽤나 높은 산이 나왔다.

산 중턱에서 갑자기 차가 산을 오르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또?!!!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심각한 상황인지 아저씨가 빨리 차에서 내리라고 하셨다. 헐

갑작스럽게 후다닥 신발을 신고(들고) 내려서 보니 진짜 가파른 절벽이었다. 와..

3m만 뒤로 잘못 가도 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모양새였다!!! 이 상황을 보고 있자니 저 안에 내 짐이 뭐가 있지? 카메라는 챙겼는데.. 라며 주마등처럼 스치는 생각들.. ㅋㅋㅋㅋㅋㅋ


그 와중에 조금이라도 걸어 올라가겠다고 엄눼랑 손잡고 이동하려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얼굴이 바닥에 붙어있었다. 초딩 때이후로 이렇게 넘어져 무릎을 찧어 본 적이 있었던가.. 아픈데 황당해서 막 웃음이 났다. 

야나ㅋㅋㅋㅋㅋㅋㅋ이런 심각한 상황에 이건 뭐야 ㅋㅋㅋㅋㅋㅋ


우리가 이러고 있는 사이에 정말 정말 다행히 푸르공은 몇 번 철컹철컹하더니 혼자서 언덕길을 올라갔다.

와 얼마나 쫄리는 순간이었는지.... 다행히 푸르공이 올라가긴 하는데 저 언덕 꼭대기까지 혼자 올라 가버렸다.

다시 말하지만 이 산은 경사가 꽤나 가팔랐다.

우리는 주섬주섬 걸어서 푸르공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오랫만에 아침부터 목에서 피맛이 느껴졌다.

얼굴은 너무 차갑고 숨은 차서 헥헥거리고.. 나의 폐가 세상 쪼그라들었구나!


역시 몽골 여행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끝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하하


창 밖을 보고, 음악도 듣다가 여러가지 이야기도 하고, 첫날부터 있었던 우리들의 웃음포인트를 곱씹으면서 깔깔깔 웃다 보니 4박 5일이 훌쩍 지났고 우리는 어느새 울란바타르에 들어섰다.


유숙소에 도착해 4박 5일 동안 밀린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니 새벽 2시가 다됐다.

오랜만에 쿨쿨 푹 자고 다음날 정오쯤 되니 한명 두명 얼굴을 내민다.

남은 재료를 싹다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양껏 둘렀다. 각자 수저 하나씩 들고 달려들어 슥슥 비비는데 보고 듣고 맛보고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하마터면 여기가 한국인 줄로 착각할 뻔 했다. ㅋㅋㅋㅋㅋ

이렇게 먹고 저녁에는 차탕원정대가 다 같이 만나 뒤풀이를 하며 여행을 마무리 지으려 했으나... 아직 끝난게 아니지요 ㅋㅋ (그 이후로 몽골을 떠나기 전까지 우리는 기회가 될 때마다 만났더랬다)

아마 몽골을 떠나야 이 여행은 끝이 날 것 같다 ^^



돌아서 생각해보니 몽골에 살면서 눈물 나게 웃겼던 일은 모두 길 위에서, 여행 중에 있었다.

혼자 있을 때나 기관에서는 깔깔깔 웃을 일이 많지 않은데,

여행을 다니니 사소한 것 하나하나다 큰 웃음거리였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는 시간들-

오지게 추웠지만 충분히 행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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