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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Mar 01. 2019

집들이에 초대받았다

여러분 몽골 집들이가 이 정도입니다~


몽골의 구정인 차강사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

하지만 차강사르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여기저기서 집에 초대를 해주셨다.

덕분에 이번에도 매일 거의 매 끼마다 보쯔를 먹을 수 있었다 ^^


최근 종모드 시청에서도 몇 가지 소소한 행사가 있었는데, 그중 바야르새흥 전() Томгийн дарга(탐긴 다락: 부장님)의 집들이가 있었다.


작년 여름쯤 종모드 버스정류장 건너편에 아파트 한 채가 지어졌다.

공무원 우선순위로 분양을 했는지, 시청 직원 여러명이 그 아파트로 이사해 살고 있다. 다른 이들은 이미 작년 여름 이사 후 집들이를 얼추 마쳤는데, 바야르새흥 다락은 이번에 집들이를 한다고 했다. 아마 차강사르가 끝나고 겸사겸사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 같았다.


**시청의 시장과 부시장은 선거로 선출되는 선출직이다.

하지만 그 밑으로 실제 실무를 지시하고 관리하는 중간관리자인 탐긴다락과 각 분야별 전문 공무원들은 시험을 보고 들어오며, 이들은 대통령이 바뀌거나 시장이 바뀌어도 중간에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종종 공석이 생기면 1년, 6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직원이 있다.


바야르새흥 다락은 이 중간관리자로 일을 하다가 얼마 전에 더 상위기관으로 이직해서 지금은 함께 일하지 않는다. 평소의 인상과는 달리 음주가무에 뛰어나 문자 그대로 '신발 밑창에 구멍이 날 정도로' 스텝을 비비면서 춤을 추셨다. 아, 왕년에 춤 좀 추셨구나 하는 발재간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면서 디스코를 추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ㅋㅋ


바야르새흥 다락이 다 초대해서인지 웬일로 시장과 시의장, 그리고 현 탐긴다락까지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그 밑에 직원들도 줄줄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집들이 선물로는 각자 1만 투그릭씩 모아서 현금으로 드렸다. (지금까지 모은 돈 중에 가장 큰돈이었다)

*시청 직원들은 주로 생일이나 축하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현금을 모아서 준다-



코담배 하는 법-

몽골 집에 초대받으면 음식이 나오는 순서가 있다.

우선 수체테를 한잔씩 받고,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스프를 먹는다.

그리고 앞에 놓인 파스타 샐러드와 감자 샐러드, 고기, 햄 등을 먹는다.

이렇게 음식이 서빙되고 사람들이 먹는 동안 집주인은 손님 한 명 한 명과 코담배를 주고받는다.

이후에는 찐만두인 보쯔가 나온다-

어느정도 식사가 끝나면 다음은 술이다.

몽골에서 사람이 모인 자리에는 술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한국의 막걸리와 비슷한 아이락 (Айраг: 대략 10도, 한국의 막걸리와 매우 비슷한 맛과 모양. 말 젖을 발효해서 만든다고 한다)을 한 대접씩 받는다. 그다음에는 몽골 소주인 몽골 아리흐(Нэрмэл архи, Монгол архи: 투명색으로 몽골 요거트로 만든다고 한다)를 한잔씩 또 받는다.

왼쪽부터 아이락, 몽골 소주, 보드카
럼, 헝가리 약주인 unicom zwack(츠박)

이렇게 계속 술이 돌고 돈다.

아이락은 개인별로 잔에 나눠주기 때문에 각자 마시던 말던 큰 상관은 안 하는데 몽골 소주부터는 잔을 돌린다.

앉은 순서대로 한 명씩 술을 따라서 돌린다. 잔을 비우지 못해도 첨잔을 해서 옆사람에게 넘긴다. 그래서 눈치껏 어느 정도는 마셔야 한다.


보통은 보드카에서 끝나는데 오늘은 럼주랑 헝가리 약주까지 나왔다.. 두둥

헝가리 약주는 우리나라의 진한 인삼주를 마시는 맛이었다. 그리 나쁘지 않은 맛- ㅋㅋㅋㅋㅋ

이날 집들이에서 아주 재미있게 술을 먹이는(?)  방법을 또 하나 배웠다.

바로바로 도자기 종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종을 뒤집어서 오목한 그릇에 보드카를 담아주고 다 마신 후 뒤집어서 종을 흔들어야 잔을 넘길 수 있다.  

와- 세상 신박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술을 따른 종은 손잡이가 둥글어서 어디 세워놓을 수도 없다. 그냥 마셔야 한다!!

그동안에는 입만 대고 넘기던 언니들도 오늘만큼은 그냥 넘길 수 없었다ㅋㅋㅋㅋ다들 한잔씩 클리어 하심 ㅋㅋ

표정으로 말해주고 있는 언니 ㅋㅋㅋㅋㅋ
시원하게 원샷하고 종 흔드는 첸드수렝 언니!



이렇게 종이 한 바퀴 돌고 나니 다음은 은 대접에 몽골소주를 따라서 다시 돌리기 시작한다.

근데... 노래를 한다..?ㅋㅋㅋㅋㅋㅋ

첫 잔을 받은 시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 그러자 사람들이 다 같이 떼창을 부른다. :-D

이후로 잔이 돌 때마다 한 명씩 일어나서 전통 민요로 추정되는 한곡씩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매번 다 같이 떼창을 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훈훈한 집들이라니!!

나중에 들어보니 술잔을 받으면 노래를 불러야 하는 어떤 문화가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좀 황당하긴 했지만 재미있고 즐거웠다. 하하


그리고 돌고 돌아 나에게도 순서가 왔다.. ㅎ


다들 한국 노래 듣는거냐며, 한국 노래를 해달라고 해서 가곡을 불렀는데.. 목소리가 올라가지 않아 가성과 진성을 넘나들며 고음불가로 모두에게 큰 웃음을 드릴 수 있었다 ^^

그리고 알았다. 아 내가 취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선가 집주인이 이런 마이크도 꺼내오셨다-  재밌다며 마이크 들고 노래 부르는 시장님 ㅋㅋㅋㅋㅋㅋㅋ

다들 기분 좋게 취해서 먹고 마시고 ㅋㅋㅋ

흥 많은 몽골 사람들~~ 이젠 이런 분위기에서 몽골의 정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몽골에서 술자리에 가면 엄청 술을 먹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술 안 먹으려고 억지로 빼고 잘 어울리지 않으려 했다. 이제는 조금 달라졌는데, 사실 여럿이서 나눠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는다. 보통 나에게 할당되는 양은 보드카 한두 잔. 그리고 이렇게 노래 부르고 웃으면서 먹는 분위기가 좋아서 또 굳이 뭐든 사양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현 탐긴 다락이 바야르새흥 다락에게 새집에서의 날들을 축복해주는 인사를 하고 다 같이 건배를 하면서 얼추 집들이가 마무리됐다.

엄청 길게 말씀하셨는데 마지막 핵심만 잘랐다-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손님들에게 이렇게 돈과 간식(?)을 선물로 준다-



오늘도 유쾌한 몽골 사람들이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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