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주어디가 Feb 15. 2019

작은 시골 마을의 명절 준비

민족 고유의 명절을 앞두고 장이 열렸다.

유난히 눈도 적게 오고 따뜻한 날들이 이어지면서 시청 앞 광장 스케이트장이 아이들로 붐빈다.

물만 쓱 뿌려놓으면 자연이 만들어주는 빙판장. 여기에 조금씩 눈이 덮여 종모드의 스페셜한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졌다. 방학이지만 학원도 없고 과외도 없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광장으로 모인다.

날이 따뜻해졌다고는 해도 -10도와 -20도를 웃도는 기온. 장갑도 없이 노는 아이들이 참 해맑다.


광장에서는 아이들이 평화롭게 놀고 있는 동안 작은 마을의 한쪽 구석에서는 몽골의 고유명절인 '차강사르'를 앞두고 손길이 분주해졌다.  


올해 차강사르는 2월 5일(화)부터 7일까지. 한국의 구정보다 하루 빠르다.

뒤늦게 정부에서 8일인 금요일도 임시 연휴로 지정하고 9일인 토요일에 대체근무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몽골 뉴스에 따르면 차강사르 명절 동안 한 가정에서 지출하는 비용이 약 150만 투그릭 (한화 약 75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이 중 고기와 유제품 등의 식재료를 구매하는데 약 70만 투그릭, 한 가정당 평균 60여 명의 손님이 방문한다고 가정했을 때 손님용 선물을 사는데 평균 80만 투그릭을 지출한다고 한다.

몽골의 한 가정당 평균 소득에 비하면 꽤나 큰 지출이다. 그만큼 차강사르가 중요한 명절이라는 의미다. 사람들은 차강사르 몇 주 전부터 차강사르에 먹는 몽골식 찐만두인 보쯔를 빚고 명절 음식을 준비한다.

보통 한 가정당 1000개에서 3000개가량의 만두를 빚는다고 한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큰집이나 집안의 큰 어른이 계시는 가정은 많은 친척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많은 보쯔를 만들어 대접해야 한다.

예전에 몽골 화폐에 동전이 있을 때에는 수천 개의 보쯔 중 하나에 동전을 넣고 빚는다. 그리고 누군가 그 보쯔를 골라 먹는 사람은 한 해 동안 운이 아주 좋다고 믿었다고 한다.



종모드에서도 솔롱고 체육관에서 이틀 동안 차강 사르 장이 열렸다.

함께 구경하러 가자는 자야의 제안에 흔쾌히 카메라를 들고 장이 열린 솔롱고로 향했다.

추운 날씨였지만 야외 주차장에서는 고기와 아이락 (Айраг 몽골 전통술) 등을 파는 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평소 텅 비었던 주차장에 이렇게 사람이 복작복작하는 모습을 보니 명절 느낌이 물씬 났다.

몇 번을 봐도 신기한 양고기 덩어리다.

왜 꼬리의 털은 저렇게 남겨두고 파는가 했더니 양 꼬리는 주로 지방으로 되어 있어, 요리하기 전 꼬리의 털을 깎고 지방을 잘라서 보쯔에 넣거나 함께 삶아서 먹는다고 한다.

고기의 나라 몽골-


몽골 전통주인 아이락을 드럼통에 넣어 팔고 있다.

아이락은 말 젖을 가죽 포대에 넣고 계속 저어가며 발효시켜 만드는 몽골의 전통술이다. 한국의 막걸리랑 매우 비슷한 맛으로 10도 이내의 도수라서 평소에 몽골 사람들이 가볍게 마신다.

차 트렁크에 몽골 비타민 열매인 차차르강 음료와 이것저것을 팔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몽골에서 많이 사간다던 암염을 물고기 모양으로 팔고 있다. 손바닥 만한 크기가 5000투그릭(한화 2500원)


실내에서는 뭐를 팔고 있을까?


체육관 밖 복도에서도 이렇게 각종 채소와 달걀 액세서리 등을 팔고 있었다.

이 동네에서 이렇게 신선한 야채를 보는 게 얼마만인가! 신선한 야채가 많아서 좀 사고 싶었는데 도저히 이런 분위기에서는 양파를 고를 수가 없었다. ㅋㅋ무서워잉


체육관에 들어가니 한쪽 벽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김치 광고- ㅋㅋㅋ

와......  종모드 사람들 다 어디 있나 했더니 이 작은 건물 안에 다 모여있었다ㅋㅋㅋㅋ


실내에서는 투브아이막 27개 솜이 부스를 차려놓고 각지에서 조달한 특산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몽골 전통옷과 신발, 그리고 각종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사실 이제는 하도 여러 번 봐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다.


구경하다가 이쁘게 델 입고 악세서리까지 갖춘 언니가 있어서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이쁘게 포즈를 취해주셨다ㅋㅋㅋ

여기저기 구경하고 돌아다니는 중에 사랑토야 언니의 엄마인 뱜바 에그치가 저기에서 아롤을 팔고 계셨다.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시는 뱜바에그치!

에그치가 건네준 아롤 먹으면서 한바퀴 훅 둘러보고 나왔다~


딱히 살 것은 없지만 그냥 보기만 해도 재미있는 시장구경!




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자야가 임신할 때마다 찾아서 먹었던 것이라며 어떤 나무줄기 같은 것을 소개해줬다.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ㅠ)

처음에는 꾸리꾸리 한 냄새에 오징어나 생선 말린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치즈처럼 우유를 발효시켜 만드는 음식이라고 했다. 조금 더 짜고 부드러운 오징어 같은 맛.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캬하


조금 먹어보고서는 생각날 것 같아서 따로 사 왔는데 냉장고 속에서 존재감이 보통이 아니다. 근처에 손을 가져가기만 해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집 갈 때까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즐겁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Сайхан шинэлээрэй ~

매거진의 이전글 몽골에서 두 번째 새해를 맞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