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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Jan 03. 2019

몽골에서 두 번째 새해를 맞았다.

 여러분, 역시 일출은 몽골입니다!  


#1. 크리스마스 없는 마을의 크리스마스트리


2018년을 보내기가 아쉬웠는지 마지막 한 주를 꽉 채워서 알차게 보냈다.

올해는 추위가 늦게 와서 광장에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과 얼음조각이 작년에 비해 늦게 들어섰다.

어떤 트리가 세워질까.. 매일매일 조금씩 모습이 변하는 트리를 찍어봤다.  

12월 25일은 너무나 평범한 화요일이었다. 혼자 나름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보려고 밤에 나가서 트리를 찍어봤다. 영하 30도 넘게 내려가는 날씨에도 놀고 있는 아이들. 이런 멋진 녀석들 같으니라고-




#2. 연말에는 손편지

감사하게 올 겨울에도 카드와 편지를 받았다. 다르항에서 하나, 한국에서 하나.

국내 우편은 일주일이면 받는 것 같은데, 국제우편은 언제 받을지 알 수 없다. 아주 랜덤이다.

청첩장을 포함해 못 받은 편지가 아직 4개..


다르항에서 온 크리스마스 카드 한쪽에는 다르항 1번 학교 학생이 그림을 그려줬다.

근데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너무 내스타일~


그리고.. 한국에서 보낸 편지가 도착했다.

이 앞에 2개의 편지가 더 있는데, 그것은 아직도 깜깜무소식이다. 여기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보낸 손편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별로다. :(




#3. 연말은 몽골 가족과 함께-


자야네 집과 사랑 토야 언니네 집에 각각 초대를 받았다.

자야네 집에 들어가니 이것저것을 많이 준비했는지 음식 냄새가 가득하다.

우유에 만두와 밥을 넣은 반시테 체와 호쇼르, 감자 샐러드, 과일 샐러드, 당근 샐러드, 그리고 햄과 오이피클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침 배도 고팠던 데다 입에 딱 맞아서 반시테 체를 한 그릇을 뚝딱하고 호쇼르도 먹고 샐러드도 계속 먹는다. 이렇게 2년이면 입맛도 적응한다.


최근에 만났던 둘근은 아는 척을 한다. 자기 스테이지(방석)에서만 춤을 춘다는 둘군에게 춤을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싫단다. 그래서 음악을 틀었더니 흥이 올라오는지 이때부터 계속 춤을 췄다 ㅋㅋㅋㅋㅋㅋ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몽골 전통옷인 '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은 어떤걸 입냐고 물었더니 저렇게 친절하게 옷을 입고 포즈를 잡아준다. 귀여운 아가들-


다음날은 사랑토야 언니의 딸인 엥후슬레의 생일이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초대를 받았다. 올해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생일파티를 했다.

작년에는 어른들도 많이 왔는데 올해는 다들 일하느라 애들만 모였다. 방학이라 2시부터 모여서 놀고 있다.

생일에는 케익이 빠질 수 없다,
집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아이들-

생일 초를 자르고 뭐를 하자고 하더니 불꽃놀이를 한다고 한다. 작은 사이즈이긴 했지만.. 집에서 한다고?

작은 아빠가 불을 피워주니 다 같이 몰려들어서 재미있게 논다-

엥후슬레 아빠한테 생일선물로 받았다는 크리스마스트리-

트리와 벽난로 조명을 같이 보고 있으니 아늑한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이다.

엥후슬레가 주위 사람들에게 올해는 선물을 돈으로 달라고 했단다. 강아지를 사고 싶어서 지금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몽골에는 아직까지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이 많지 않다. 오히려 고양이는 나쁜 동물이라고 싫어했는데, 요즘은 집에서 강아지도 키우고 고양이도 키우는 사람들이 왕왕 늘어나고 있다.

할머니에게 받은 저금통에 선물로 받은 돈을 저금한다. 몽골도 저금통은 돼지 저금통인가 보다 ㅋㅋ

올해는 드레스도 입지 않고 조촐하게 진행한 생일파티였다.



#3. 음악은 힘이 크다


역시 연말엔 음악과 함께-

올해에는 호두까기 인형을 디즈니 영화로 봤기 때문에 'Snow Melody'라는 공연을 예매했다.

장소는 한국 대사관 옆에 있는 코퍼레이션 호텔 공연장. 일정상에는 7시 시작이었지만 공연은 7시 30분에 시작해서 10시가 다되어 끝났다.

처음 가보는 공연장은 매번 좌석 선택에 고민이 되지만.. 이번에도 좌석 초이스는 완벽했다. ㅋㅋㅋ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몽골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전통 악단, 그리고 재즈공연단.

크게 3가지로 나눠진 공연단이 번갈아가면서 혹은 합동으로 클래식 음악과 영화음악, 캐롤, 스윙 재즈, 몽골 전통 음악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곡을 연주했다. 역시 라이브로 보는 공연은 실패가 없다.

매번 오페라 극장에서만 보다가 화려한 전광판을 배경으로 공연을 보니 세련된 느낌이 왕왕 들었다.

 올해도 잘 즐겼다!



#4. Good bye 2018!


울란에 나온 김에 한국어 말하기 클럽에서 함께했던 다시가와 서린 언니를 만났다.

이날 밥도 이들이 다 계산하고, 이것저것 선물도 잔뜩 준비해서 카드까지 써줬다.

(이들이 사준 밥 먹으면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사진 속에 웬 가발 쓴 돼지가 앉아있었다. 어머나..)

 

사실 종모드에는 함께 이야기를 하고 놀만한 친구가 없다. 내 친구들은 모두 돌봐야 할 애와 가정이 있다...

그래서 토요일마다 나가서 같이 한국어로 놀고 떠든 것 밖에 없는데 너무 큰 마음을 받았다.

한국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은 두 사람이다.

그리고 울란바타르에서 여러가지 모양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만날 기회가 생겼다. 몽골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들이 하는 업무와 생활 등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코이카와는 확실히 성격이 좀 달랐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듯-

좀 더 빨리 알았으면 새로운 협력활동 등을 많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봤지만 이제 나는 돌아갑니다~ 하하하

어색하게 자기소개하고 게임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어쩌나 했는데 알찬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진행자 선생님이 몇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서로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개개인이 몽골에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가지 각각의 답이 나왔다. 그리고 몽골에 혼자 있으면서 내가 꽤나 진지충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ㅋㅋㅋㅋㅋ


*내가 생각하는 몽골에 대한 키워드 3개

*올해에 새롭게 시도한 것은?

*몽골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

*새해에 하고 싶은 것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 듣게 하고 싶은 말은?


해외봉사자들은 한 번쯤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남겨놓는다.


그리고 드디어 선물교환! ㅋㅋㅋㅋ나는 수저와 포크 세트를 준비했고, 바디오일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부피가 적어서 참 마음에 들었다. 껄껄껄

이후에 피자랑 햄버거도 맛있게 먹고 숙소로 가는 길에 택시에서 내려서 다 같이 어르길 마트에서 1인 1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숙소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또 밤새 수다 타임-




#5. Hello 2019!


31일 저녁에는 송구영신예배에 가서 떡국도 먹고 새로운 마음으로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리는 중에 자정이 되니 여기저기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와우- 허허허

그리고 근처의 지인 집에서 새벽 5시까지 뜬눈으로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드디어 기차역으로 고고!


올해는 해돋이 기차를 타보기로 했다.

이런 기차가 있다는 것만 알고 어디서 어떻게 표를 구매할 수 있는지 전혀 정보가 없었는데, 역시 페이스북에서는 없는 게 없다.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에 정보가 올라와 있었다.


Шинэ Оны Анхны Нар Харах Галт Тэрэгний Аялал [신년 해돋이 기차 여행]

울란바타르 철도여행센터 주관하는 해돋이 열차였다.  


1월 1일 새벽에 6시 10분 울란바타르 기차역 출발 (5시 30분부터 표 배부)

95km 떨어진 항가이 역 도착

일출 및 관련 행사 진행 (8:40분 일출)

 항가이 출발 울란바타르 도착 (오전 11시 23분)  

 

- 여행 가격

3등석 (6인실) : 33,000 ₮(1인) - 커피 및 차 제공

2등석 (4인실) : 54,000 ₮(1인) - 커피, 차 및 샴페인 제공

1등석 (2인실) : 65$ (1인) - 커피, 차, 아침식사, 샴페인 제공  


왜 1등석은 달러로 써놨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4명이라 2등석으로 예약하고 미리 컵라면과 삼각김밥도 준비해 갔다. 요즘 울란바타르에 편의점이 생기면서 새벽에도 식료품을 살 수 있다.


다들 기차타러 가셨는지 대합실이 텅텅 비었다. 새해를 맞아 여기저기 이쁘게 꾸며놨다.

울란바타르 기차역의 앞 뒤 모습-

5시 30분이 지나니 여기저기 기차에 올라타는 사람들- 일본인이나 한국인 등 외국인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기차가 막 출발하려 할 때 도착해서 타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ㅠㅠ 조금만 더 일찍 오시지..

창마다 크리스마스 스티커도 붙이고 반짝이 장식도 가득하다. 각 열차마다 개개인의 이름을 붙여놓고 티켓에도 한명한명의 이름이 다 써 있었다.

열차가 출발하자 샌드위치도 주고 샴페인, 각종 차들도 나눠줬지만, 너무 피곤해 바로 잠이 들었다.

눈을 감았다 뜨니 벌써 도착... 어찌나 일어나기가 힘들던지 ㅠㅠ

언니들이 문을 잠그려고 하지 않았으면 계속 잘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트텍에 바지에 낙타 양말 신고 핫팩까지 무장하고 출격!

기차에서 내려 저 멀리 해돋이 장소로 이동하는 사람들. 그리고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 무리들.

기차 말고도 대형 관광버스와 개인 차로 온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저 멀리 언덕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여기저기서 해돋이를 보기 위해 찾아왔나 보다.


*몽골에서는 신년에 해를 보기 위해 산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 여자는 같이 올라가지 못하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고 남자들만 산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참나)

그리고 보통은 가족이 다 모여 집에서 케익을 먹으며 새해를 맞이한다고 한다.

몽골에서는 새해 전날에 1년 케익 매출의 절반가량이 판매되는데, 1일에 케익을 먹지 못하면 한 해동안 잘 못 먹고 다닌다는 생각이 있어서 꼭 케익을 먹어야 하는 날이라고 했다. (어쩐지 길가에 사람들마다 다 케익을 하나씩 들고 다녔다)

가까이 있으니 확실히 따뜻하긴 했던 캠프파이어와 저 멀리 띄엄띄엄 몰려있는 사람들

Happy New Year!

기차에서 내려서 얼마 안지나니 해가 뜬다.

작년에는 하늘이 흐려서 해가 잘 안보였다고 했는데, 올해는 다행히 맑은 하늘에서 커다라고 시뻘건 해가 순식간에 두둥실 떠올랐다. 몽골은 해가 크게 보여서 해돋이를 보는 감흥이 컸다.

추워서 핸드폰이 꺼질까 봐 급하게 하다 보니 영상을 타임랩스가 아닌 슬로모션으로 찍어버렸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3분가량 찍었는데 28분짜리 영상이 앨범에 남아있더라.  

해가 떠오르자 사람들은 다 같이 '호래~ 호래~'를 외치며 양 손 손바닥을 모아서 하늘로 보이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원을 그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 '호래'라는 말이 이슬람 용어로 기독교의 '아멘'과 같은 의미라고 했다.

뭐 새해에 복을 비는 그런 의미인 것 같았다.


그리고 익히 소문으로 들었던 대로 사람들이 맨손으로 우유를 막 뿌렸다.

그냥 우유를 막 뿌리는데도 연기가 모락모락 난다. 엄청 춥다.

저 영상 찍고 있느라 몰랐는데 뒤에서 뿌리느라 나도 많이 맞았다고 했다. 옷 빨아야 함..ㅋㅋ

떠오르는 해와 함께 사진을 찍어봤다.

왼쪽 사진은 해가 너무 강렬하고 오른쪽 사진은 배경만 보면 무슨 전쟁통이다. ㅋㅋㅋㅋㅋㅋ

인근 마을에서 해돋이 행사에 몇몇 어른과 아이들이 말을 타고 구경을 왔다.

달려오면서 땀을 흘렸는지 말 털에 서리가 껴서 하얗게 얼었다. 와.. 야생이다 야생

역시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옆에 있던 관광객이 말 한번 타봐도 되겠냐고 물어보자 흔쾌히 말을 내준다.

말 타는 것은 봐도 봐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바깥에 얼마 있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핫팩을 붙인 발바닥의 발 끝부터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ㅋㅋㅋ

옹기종기 모여서 기차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따라 기차에 타서 바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고 창밖을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30년이 넘게 새해를 맞이하다 보니 이젠 새해도 별다른 감흥이 없다.

어제 김 선생님이 보내주신 메시지에 깊은 공감이 됐다.

 '물리적으로는 그 그저께, 그저께, 어제와 같은 날이지만, 늘 ‘새로운’ ‘시작’이 우리에게 필요하기에 ‘특별한 날’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 다른 해가 시작됐다. 시작됨과 동시에 마무리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올해 첫 분기까지는 지금까지의 2년을 마무리하면서 보내게 될 것 같다.


그래도 새해가 되니 여러 가지 새로운 소식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리고 나는.. 혼돈의 2019년이 될 듯하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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