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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Apr 01. 2019

굿바이 몽골-

소소하게 기쁘고 행복했던 나의 2년이 끝났다.


#1. 헤어지기 part 1.


종모드에서 나가기 전, 이런저런 모임들이 많았다.

한국으로 부칠 짐을 싸면서 현지 친구들에게 주고 갈 물건들이 끝없이 나왔다.

각자 필요한 사람들에게 약, 생필품, 옷, 먹거리 등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업무 후에도 만날 일들이 생겼다.

(별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떠나기 전날까지도 나는 뭔가를 계속 주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사랑토야랑 시내랑 함께 피맥-

그리고 시청 직원들과 함께 을지에그치의 게르 집에 초대받은 날-



사랑토야네 집에서 호쇼르 먹은 날- ㅋㅋ

사랑토야의 엄마인 뱜바 에그치가 일 끝나고 와서 호쇼르를 튀겨주셨다.



또 내가 초이왕을 먹고 싶다는 말에 사랑토야가 밀가루를 반죽하고 팬에 구워서 초이왕도 해줬다!!

이렇게 매일매일 내가 고기와 밀가루를 먹고 다녔다!!(그러니 그렇게 살이 찌지!!!)



다음날은 사랑토야네 위층에 사는 시내집에 초대를 받았다.

요리를 잘한다더니 과연.. 닭고기를 오븐에 구워 요리를 만들어 줬다- 그리고 이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엄마의 10cm 힐을 신고 놀기를 좋아하는 시내의 아들 바트벨릭 ㅋㅋㅋㅋㅋ

어느 나라나 아이들은 다 똑같다-


그리고 시청 내 윤선생님 방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이날 중간보스가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서 다들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 ㅋㅋ

(식사가 끝나고 접시는 다 가져가서 사진에는 술만 남았다..)


함께 피아노 수업을 했던 아이들과 본죽에서 파티를 했다.

갑자기 만나자고 약속을 잡길래 인사하려나보다 했더니 과자랑 케익, 빙수 등을 잔뜩 준비해놓고 있었다.

뱜바가 만든 케익에 초를 켰는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ㅋㅋㅋㅋㅋㅋ

올해 나의 첫 생일파티!!


시청 앞 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아이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내 발음을 듣고 약간 갸우뚱하긴 했지만, 한국사람이라는 말에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나를 다그치던 아이들이었다 ㅋㅋㅋㅋㅋ귀여운 아이들:)

별 것 아닌 사진인데도 이렇게 죄다 가져다가 붙여놓는 이유는 하나하나 잊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사람들과 만나면서 하루하루 감사하게 종모드에서의 마지막 날들을 보냈다.

그. 리. 고 눈물의 여성의 날을 보내고- 3월 7일. 이제는 진짜 떠나야 할 때-

집 열쇠를 반납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집주인 할아버지가 오셨다.


코이카 해외봉사단원들에게는 3가지 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무소 복, 기관(임지) 복, 마지막으로 집주인 복-

이 중 하나라도 잘 맞지 않는다면 그때부터 심심찮은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다행히 나는 셋 다 무난한 편이었는데, 어떤 단원은 집주인을 잘못 만나서 집 계약 후 돈을 받자마자 살림살이를 다시 다 빼서 가져가는가 하면, 세탁기가 안돼서 일 년 동안 손빨래를 하셨던 분도 있었다...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는데 감사하게도 나는 정말 좋은 집주인을 만나서 별 고생 없이 2년을 지냈다.


집주인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 부모님과 동갑이셨는데 벌써 손자와 손녀가 여러 명이셨다. 조금 느리긴 했지만 나의 필요를 하나하나 잘 맞춰주셨다. 그리고 재계약을 할 때나 집을 손 볼 일이 있어 방문할 때마다 항상 크고 작은 선물들을 주시기도 하고, 또 작년 가족들이 왔을 때에는 손수 펠트 방석과 인형, 양말 등을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열쇠를 받으러 오신 할아버지께서 할머니가 작년 겨울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작년 초에 몸이 편찮으셔서 수술을 했는데, 그 병을 결국 이기지 못하셨다고 했다. 수술 후에 울란에서 길을 걷다가 마주치기도 했었는데.. 그렇게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갑작스럽기도 하고 울컥하는 마음이 훅 올라왔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나도 글썽글썽 할아버지도 글썽글썽 ㅜ_ㅠ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선물이라며 어제 기관에서 받았던 것과 비슷한 은 접시를 주셨다.  

정들었던 내 집. 안녕~

2년동안 정들었던 집-




#2. 헤어지기 part 2. (feat. 도시생활)

집주인 할아버지와 아련하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 동안 사랑 토야가 집으로 찾아왔다.

고맙게도 오늘 수도로 이동하는데 우리를 직접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차에 짐을 싣고 수도로 떠나기 전 사랑토야의 엄마인 뱜바에그치를 다시 만나서 인사를 하고.. 나는 또 눈물을 글썽이고.. 그렇게 종모드를 나섰다.

점심으로 다 같이 밥을 먹고.. 사랑토야가 일본의 오로나와 함께 준비했다며 내 몽골 이름을 새긴 은목걸이를 선물로 줬다. 허허허 아무래도 나는 몽골에서 한 밑천 얻어가려나보다.

그리고 다르항의 어요카가 은혜 언니를 통해 보내준 귀염뽀짝한 선물!! 이렇게 한번 더 생각하게 되니 감사하다.

주말 동안 함께 차탕여행에 다녀온 다르항 쌤들이 울란으로 내려왔다.

3월 모임으로 정해둔 양꼬치 집에 가서 꼬치를 40개였나.. 먹었다. 호호호 냄새도 안 나고 다 맛있었다!!

(그럼.. 그러니 40개나 먹었겠지..)

몽골에서 고기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 소개해주고 싶은 곳- 여기를 이제야 알았다니.. 아쉽다 아쉬워

2차로 엄눼집에 가서 한국에서 공수해온 귀한 딸기도 먹고 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수다 수다 타임 ㅋㅋㅋㅋ

만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이야깃거리가 많아도 되는 거임??
만날 때마다 뭐 이리 할 이야기도 많고 웃을 일도 많은지ㅋㅋ 한국에서 다 같이 만나도 그대로일 것 같은 사람들이다!!



차탕여행으로 알게 된 사람들- 가이드였던 따기와 따기를 소개해준 앤드류 ㅋㅋ

앤드류가 홍콩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인사하자며 모였다가 후딱 자리를 파하고 엄눼랑 물담배를 하러 갔다!!

엄눼피셜에 따르면 울란바타르에 물담배를 할 수 있는 곳이 3군데인가 있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샹그릴라 몰 1층에 있는 스카이워커(sky walker)라는 곳으로 갔다. (6만 투그릭, 약 2시간 정도 피울 수 있었다)  

난생처음 접해본 물담배! 와~~ ㅋㅋ향도 좋고 뻐끔뻐끔 연기를 내뿜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동그란 도넛 모양의 연기를 만드는 것은 넘나 어려웠다.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코이카 단원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날-

귀국발표회를 위해 종모드 시청에서도 3명이나 참석하심. 겨우 며칠 만에 만나는 사람들인데도 엄청 반가웠다!

발표 후 오찬으로 샹그릴라 호텔에 있는 뷔페를 먹으러 갔다.

내가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몽골에서 가장 좋다는곳에 왔으니 우리 시청 직원들 많이 먹었으면 좋겠는 마음!! 그래서 나는 아줌마마냥 많이 먹으라고~ 계속 먹으라고~~ 닦달해서 모두들 디저트까지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나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는 은빈 언니의 집들이 겸 저녁식사에 초대받았다.

여러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하며 언니가 준비해준 음식도 다 먹고, 결국 군만두에 후식까지 깔끔하게 챙겨 먹고

나와서 급 재즈클럽행 ㅋㅋㅋㅋㅋ

'베란다'라는 레스토랑의 지하 1층에 있는 FAT CAT JAZZ CLUB인데, 입장료는 1인당 2만 투그릭이고 음료는 별도 주문하는 시스템이었다. 실내 공간이 그리 넓지는 않은데 소소하게 모여 앉아 음악을 듣기 좋았다.

역시 음악은 라이브로 들어야 최고 좋다. 클래식이나 재즈 같은 음악은 오프라인으로 듣다 보면 어느샌가 정신이 다른 데로 흘러가는데 라이브로 들으면 다른데 정신이 팔릴 새 없이 음악에 집중할 수 있다.

(역시 수도는 너무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체첵바트마 에그치가 언제 시간이 되냐며 연락이 왔다.

만나고 보니 전 사무국장인 첼멕다락과 엥흐진 시의장과 몇몇 직원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몽골 전통 글자로 이름을 쓴 것과 낙타 인형, 코이카와 종모드 시청이 앞뒤로 새겨져 있는 나무 조각을 선물로 받았다. 첼멕다락은 함께 했던 시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따로 챙겨주니 참 고맙기도 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마지막 날, 몽골의 하늘이 이렇게나 맑았다.

몽골에서의 마지막 날.

마지막 일정은 점심에는 동기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고, 교회 성가대 사람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점심은 베란다에서, 저녁은 The Bull에서 몽골식 샤브샤브를 먹고 까미노에서 레몬에이드도 한잔~


기대도 안 했는데, 몽골에서 이렇게나 풍성한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모임이나 교제가 아닌 온전히 예배와 말씀에서 이런 감동을 느끼는 게 얼마만인지! 이런 것을 보면 이 모든 것이 그냥 우연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평생의 목표였던 성경 1독도 완수했다! 껄껄껄)



유숙소로 돌아오니 자야가 이런 선물을 두고 갔다.

저녁식사 중이라 나는 만나지 못하고 윤선생님만 만나고 돌아갔는데 선물로 우리의 델을 각각 준비해왔다.

와... 정말 화려한 빨간색이 인상적인 스판 소재의 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너무 고마워서 입어서 사진으로 선물 인증.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부담스럽...ㅎ


수도에서 귀국 대기를 하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정말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를 나눴다.

그중에 나와 파견기간이 딱 1년 차이나는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브런치 글을 보고 연락을 주셨다!!)

맛있는 치킨과 맥주를 사주셨는데, 글을 잘 봤다며 격려를 해주셨다. 누군가 내가 쓴 이런 주저리를 읽어주는 것도 너무나 감사한데 맛있는 치킨에 격려까지 해주시니 기쁜 마음이 하늘까지 두둥실 떠올랐다.

(글을 다시 읽어보니 오탈자도 정말 많고 부족한 정보도 많더라.. 그래서 아직까지도 예전 계속 글을 수정하고 있다ㅋㅋㅋㅋ)


감사합니다! :-)





 

#3. 몽골의 Солонго도 이젠 안녕-

*Солонго(솔롱고: 무지개, 내 몽골 이름)


그리고 마지막 단원 발표자료 만들면서 찍어본 시청 내 내 자리-

짐을 정리하면서 2년 동안 받은 편지들을 찾았다.


2년간의 생활을 숫자로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몽골에 와서 받은 편지가 30통.

공연 관람이 11번

길고 짧은 여행이 약 16번

브런치 글 61개

책 86권 + 성경 1독


숫자로 카운트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몽골에서의 2년 동안의 시간을 잘 마무리해서 마지막 브런치 글에 쓰고 싶었는데, (그래서 이 페이지를 마무리하는데 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무래도 그 마무리가 하루 이틀에 될 것 같지가 않다. 어찌 됐든 이 페이지를 끝내야 한국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에..(2년 동안 한국은 너무 많이 변했고, 적응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나의 기록을 목적으로 이렇게 어중떠중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이 시간이 나에게 어떤 모양으로 영향을 미쳤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우선 확실히 알겠는 것 한 가지는 무사히 2년을 잘 지내다가 돌아간다는 것. 쉼표, 잘 찍고 돌아갑니다!


굿바이 몽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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