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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Jun 16. 2020

 딱 3시간의 희망

그러므로 자소서는 3시간 안에 완성시켜야 한다


나의 취업 목표는 뚜렷했다.

'즐겁고 돈 많이 버는 일'

취미 즐기듯이 자기 사업을 할 수 있는 재력과 능력이 없다면, 이런 목표를 가진 사람이 취업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도 힘들었다는 하소연을 해보려 한다. 그리고 덧붙여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더라는, 남들에게는 진부하지만 나에게는 그래도 조금 신기한 이야기도 써보려고 브런치를 열었다.


내가 가진 돈, 아니 가용할 수 있는 돈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지만, 조금 더 가난하게 살더라도 집에서 뽀뽀랑 놀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가능한 오래 그 시간을 누리고 싶었다. 그래서 주간신문마냥 일주일에 한두 개씩 자소서를 쓰며 '요즘 시기가 이래서..'라는 핑계를 댈 수 있을 정도로만 움직였다. 이것이 당시 내가 하는 유일한 '생산적인 일'이었다.


돈을 넘어선- 취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채용공고에서 희망의 파편을 모아 모아 취업에 대한 의지를 연명했다. 내가 발견한 희망의 파편은 이런 것이었다.

업무를 가장 재미있고 긍정적으로, 내가 감수해야 할 것 보다는 받을 것만 생각하며 행복한 상상의 날개를 끝 없이펼치는 것-.

각 회사가 사용하기 좋은 일꾼을 구하기 위해 그럴듯하게 써 놓은 구인 공고를 읽다 보면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열정과, 업무에 대한 호기심, 풍요로운 생활, 그리고 삶의 보람.. 뭐 이런 것들이 다 내 것인 듯한 생각이 들며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몇 안되는 것들을 요리조리 버무려서 나라는 사람을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이런 열정은 이 시간이 좀 더 지나거나, 잡플래닛에서 회사에 대한 아주 현실적인 코멘트를 읽다 보면 금세 수그러들기 때문에, 맘에 드는 채용공고를 발견한 후 3시간 이내에 자소서를 완성해야 지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지난 6개월 동안 취준생의 인생을 살았다.


이렇게 맘 편한 대로 살다 보니 취업이 쉽게 될 리 없었다. 나의 안일한 마음가짐에 비해서 면접은 많이 본 편이었는데, 서류에서는 어떻게 넘어갔다 하더라도 한 시간가량 1:1로 진행되는 면접에서는 나의 이런 속성이 다 간파되기 마련이었다. 특히나 내가 지원했던 업무들은 다 1분 1초를 다루며 세상을 빠르게 돌리는 일이었다. 그 속에서 빠르게 일을 쳐낼 능력 있는 사람을 구하던 실무자들에게 ‘나’라는  사람은 그저 4년의 경력단절 후 아직 이 사회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성냥처럼 불꽃을 피웠다가 쉽게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던 중,

아이러니하게도 이력서와 자소서를 제출하지 않고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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