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다시 간다 해도, 오늘은 될 수 없을 거야.
올해 초부터 같은 모임에 들게 된 지인들과 가볍게 여행을 다녀왔다.
몇 달 전 준비했던 강원도 엠티도 코로나로 무산되고, 시간은 훅훅 지나가고..
이러다가 올해가 그냥 지나갈 것 같아 부랴부랴 당일치기 여행을 준비했다.
이 여행을 준비하고 떠나기까지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고,
그리고 가장 열심히 즐기고 행복해했던 것 같다. ㅋㅋㅋ
멀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여기저기 물망에 올랐으나, 우리의 최종 픽은 바로 '연천'
연천이라... 북한과 가깝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어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주 큰 선물이 있었다.
연천군 청산면 궁평로 5
원래 인원은 11명이었으나 한 명이 낙오되는 바람에 10명이서 출발-
스타렉스 한대와 중형차 한 대에 나눠 타고 길을 떠났다.
자유로를 타고 연천으로 가는 길.
토요일이었지만 차가 거의 밀리지 않아 슝슝 달리며 높은 건물 없이 넓게 펼쳐진 하늘을 만끽했다.
가는 길에 길 가에서 참외를 파는 노점상들이 많이 보였는데,
마침 우리 차 안에 참외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아침에 비닐하우스에서 수확했다는 참외를 한 봉지 구매-
과도가 없어서 부탁드렸는데 친절하게 참외도 까주셨다 ㅋㅋㅋㅋ여윽시 한국 인심 엄지 척!
냠냠 참외 먹으면서 논밭 보면서 떠나는 길은.. 뭐랄까, 여름방학에 시골 가는 느낌이랄까 :)
전날까지도 계속 비가 내려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 온 뒤 아주 맑은 하늘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 하늘은 오늘 여행에서 가장 큰 일을 했더랬지.
우리의 처음 목적지는 망향 비빔국수-
사실 지나다니면서 이 체인점을 많이 보긴 했었는데 직접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매콤 새콤한데 짜지 않은 양념이 국수에 찐하게 배어있어 맛있었고, 거기에 고기만두까지 함께 곁들이니 아주 적절한 조합이었다.
밥을 먹고 주차장에 갔는데 갑자기 시동이 안 걸린다? 두둥 ㅋㅋㅋ
급하게 보험업체에 연락하고 아저씨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근처 카페에서 빙수 고고!
여행은 또 요런 예상치 못한 일들로 풍성해지는 거 아닌가요 후후
팥빙수는 우유가 부드럽게 갈려서 후식으로 아주 적절했고, 한적한 야외 테라스도 굿 초이스였다.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그냥 이 상황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얼마 뒤 자동차 보험 아저씨(?)가 오셨는데, 그때 마침 신기하게도 차 시동이 그냥 걸렸다는.. ㅋ
알쏭달쏭 신기한 이야기-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비둘기낭길55
다시 달리기 시작한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한탄강 지질공원-
먼저 도착한 일행을 만나러 폭포로 내려가는 길.
하늘에 해가 걸려있는데, 비가 조금씩 내린다?
이런 날은 무지개도 한번 기대해볼 만도 한데 말이죵 쿄쿄-
하지만, 무지개 없이도 이미 하늘이 너무 멋지니 기분이가 참 좋습니다 ^_____________^
비가 많이 내린 후여서 폭포에 떨어지는 물줄기가 꽤 강력했다.
폭포까지는 내려갈 수 없었고, 멀리서 시원하게 물소리 듣다가 다시 이동-
다음은 하늘다리-
멀리서 봤을 때는, 저 정도 길이로 뭐 출렁이기나 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올라가니 생각보다 볼 것도 많고 다리도 쫌 출렁거리기는 하더라 ㅋㅋㅋㅋㅋ
산천 푸른 대한민국일세 ㅋㅋㅋㅋ
하늘다리를 건너고 계단을 쭉 내려가면 비둘기가 앉아있는 미니 출렁다리가 하나 더 있는데, 그 다리까지 건너서 밑으로 내려오면 물가에 발을 담글 수 있다. 발만 기분 내고 옴
좋은 카메라를 가져온 지인이 사진을 잘 찍어주셨다. 호호
다같이 나온 이쁜 사진이 많지만, 싫어할 수 있으므로 내가 나온 것만 올려야지-
이날 검정 츄바스코를 신고 갔는데, 물에 닿으면 색이 발에 묻는다는 유일한 단점을 몸소 체험하는 날이었다.
(편하고 가볍고 물에 닿아도 잘 마르는데, 내 발에 물든 검은 물은 다음날이 돼야 다 사라졌다고 한다)
연천군 군남면 군중로 134
여긴 정말 나만 알고 싶은 곳이다. 후- ㅋㅋㅋ
입구에의 엄청난 수의 장독대에 한번 시강, 그리고 들어가서 내려다보는 뷰에 또 한 번 시강하는 곳.
음료보다는 경치 맛집이었고, 입구에 들어오면서 여긴 엄마 아빠랑 다시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카페 특성상 회전율이 좋지 않아 여러 명이 자리잡기가 쉽지는 않았는데(나 같아도 책한권 들고 몇 시간씩 앉아있을 듯-), 야외 천막 아래 자리 잡고 앉아서 책을 읽든 멍을 때리든 뭘 해도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카페 옆에는 한옥 카라반과 벙커, 그리고 커다란 캐빈이 각각 몇 채씩 있어서 자연 속에서 쉬기 좋은 곳이었다. 아, 카페 한쪽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발에 물든 검은 물을 빼보려고 한참 담그고 있었는데 별 효과는 없었다 흥.)
태풍전망대는 시간이 늦어서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바로 다음으로 넘어간 곳이 바로 여기.
경기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1258
이름도 어려운 이곳, 호로고구. 몇 번을 말하고 난 뒤에야 이름이 입에 붙었다.
여기를 처음에 사진으로 검색해 봤을 때에는 '엥.. 이번 여행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사람들끼리 친해지기가 컨셉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징이 없어 보였다(특히나 검색해서 나온 사진이 겨울 사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주차장에서 딱 내렸는데..!!!
와-
이것이 빛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 그대로 황금 같은 빛이 우리를, 그리고 호로고루를 비추고 있었다.
사실 일행 중에 아직 어색한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때에는 어색이고 뭐고 다 같이 사진 찍기 바빴다.
뭣에 홀린 듯 하늘을 보고 초록색을 보며 감탄이 쉼 없이 나왔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정말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여긴 몇 번을 다시 와도 오늘과 같은 풍경은 보지 못할 것 같다.
이렇게 놀라운 자연 속에 있다 보면- 그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때면, 정말 깊은 행복과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 자연을 창조한 창조주를 생각하게 된다.
반년 넘게 코로나로 혼란스럽던 마음과 불안정한 미래로 차곡차곡 쌓여가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감사의 마음이 넘쳤다.
역시, 자연은 힘이 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마음을 알았는지 쌍무지개가 뙇!!!!!!
크하~ 이쯤 되면 노래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무지개를 뒤로하고, 더 마법 같은 노을과 하늘이 우리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어쩜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자연 속에서 너무 행복했던 하루.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는 말이 생각나던 하루.
역시 나는 이런 데서 주로 행복을 느끼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