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로니 폭포 & 아라비카 커피 체험
마테로니 폭포 & 아라비카 커피 체험
7월 29일
뭐가 그렇게 좋아서 이런 웃음이 나왔는지 모르지만 순간을 셀피로나마 기록해두었다는 것이 참 뿌듯하다. 항상 이렇게 웃긴 어렵겠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고 큰 웃음을 짓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보기 좋다.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 200 라이온 킹 실링을 받자마자 한국에서 보고 온 라이온 킹 영화가 떠오르며 내가 진정 동물의 왕국에 있구나 새삼 느꼈다. 받자마자 꺄 소리를 지를 정도로 귀여웠어서 내 행운의 코인으로 삼고 여행 내내 간직했다.
호텔의 간단한 조식은 토스트, 잼, 과일 그리고 커피, 차, 주스 등과 함께 오믈렛, 감자, 베이크드 빈, 짜파티, 소시지가 따로 나온다. 아침식사가 영국식이었고 어제 체크인 때도 보니 층수도 G층 Ground floor부터 시작이었어서 영국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싶었는데 약 1920년부터 1961년까지 영국 식민지였다고 한다. 한 가지 굉장히 궁금했던 점은 어찌 인도 짜파티가 여기에 있는가였다. 짜파티 외에도 사모사를 볼 수 있었고 또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산에서 먹은 음식 중에 인도 음식이 간혹 있었는데 이름마저 인도식 이름을 쓰고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아무래도 영국 식민지 시절 꽤 많은 인도인들이 다레살렘이나 몸바사를 통해 정착하며 문화적으로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오늘은 킬리만자로 등반 전의 워밍업으로 마테로니 폭포를 가기로 했다. 근처에 있는 아라비카 커피를 만드는 곳에서 커피 체험도 하기로 했다. 우리와 함께 할 크루는 우리가 이용한 여행사의 사장님인 마노쎄와 킬리만자로를 같이 갈 가이드 하지였다. 어제 만났던 마노쎄는 아침에 우리를 호텔로 픽업해줬다. 40분 정도 가니 폭포에 들어가는 입구-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에 다다랐고 이곳에서 입산(?) 정보를 적었다. 큰 산은 아니고 가벼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였지만 꽤 관리가 되고 있었는데 현지인들도 살고 있는 곳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카메라 정도만 가지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이곳의 날씨는 가을이었다. 특이한 기후였는데 오전부터 오후 1시 정도까지는 구름이 끼고 약간 습한 날씨였다가 오후 1시 정도부터는 해가 쨍하고 뜬다. 이후 오후 6시 정도 되면 해가 지기 시작하고 긴팔을 입어도 무리가 없어진다. 처음에는 날씨가 안 좋은가 싶었는데 매일 이렇게 연속되었고, 또 현지인들에게 물으니 원래 이렇다고 하길래 이게 탄자니아의 가을 날씨인 걸로 했다. 해가 쨍 날 때는 어찌나 반갑던지 유럽 못지않게 가을엔 해가 적구나 싶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도 계속 봐왔지만 이 붉은 땅에 직접 발을 붙이고 걸으니 색달랐다. 이것이 내가 그토록 꿈꾸던 아프리카의 모습이었다. 붉은 토양, 푸른 나무, 신선한 공기, 아프리카 사람들의 컬러풀한 전통의상도. 아니, 현대의상마저도 멋지게 차려입는 그들의 모습까지. 새소리와 바람소리 물소리는 물론이거니와 탄자니아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과 진심으로 환영하는 듯한 얼굴로 먼저 건네주는 인사말 '잠보'까지. 모든 것에 감탄하며 길을 걸었다.
사진으로는 다 담을 수 없었다. 담기지가 않는다. 필히 드론이 있어야 한다며 드론 드론 거렸는데 참 아쉽다. 처음 이 풍경을 봤을 때 동생이 영화 킹콩에 나오는 모습 같다고 했다. 정글북, 킹콩, 타잔 등 모두 진짜 있는 자연의 모습을 구현해놓은 거였어, 영화가 아니었어! 라며 어떻게 이런 자연을 이제야 마주했는가 싶었다. 축복받은 탄자니아 사람들. 하지에게도 너네 나라 참 아름답다고 했더니 자기가 탄자니아 사람이라 운이 좋다고 했다.
굽이진 붉은 토양을 밟으며 집 한 채 한 채씩 만나다 보니 폭포에 가까워졌다. 이상하게 멀리까지 들려야 할 폭포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굉장히 작은 폭포인가 싶었는데 웬걸... 가까이가니 소리를 질러야 말이 전달될 정도로 어마무시했다. 규모도 그랬고 무엇보다 쏟아져내리는 물줄기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폭포야 꽤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소리가 이렇게 큰, 물줄기 떨어지는 속도가 이렇게 큰 폭포는 처음이었다. 물줄기 떨어지는 속도에 의해 생긴 바람 때문에 몸이 휘청거리기까지 했고 튕겨져 나가는 물방울들이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시간이다. 폭포에서 사진도 찍고 물에 손도 담가보았다. 돌아가는 길은 주민들이 사는 곳 근처로 지나갔는데 집 만드는 과정, 그들이 사는 곳, 사람들을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장례식도 열렸기에 궁금했는데 들어가 봐도 된다고 허락을 해줬다. 다만, 장례식이 아직 시작을 안 해서 준비하는 모습만 볼 수 있다고 하길래 지나치기로 했다. 이곳의 장례식은 저녁부터 시작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문화라고 한다.
나무들이 빼곡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곳에는 이렇게 들판이 펼쳐진다. 바닥에는 토끼풀과 비슷한 라벤더 색 꽃들이 수 놓여 있었는데 동화에 나올법한 분위기와 모습이었다.
다시 폭포 입구 쪽으로 나오는 길에 마주친 도요타 올드카. 뭔가 여기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며 사진을 찍었다. 탄자니아는 중고차밖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이 일본차인 도요타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
보통이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걸리는 왕복코스를 우리는 달팽이부터 꽃, 나무, 전체 풍경, 이곳에 사는 사람들 등에 관심을 계속 가지고 궁금해하고 해서 거의 4시간이 걸렸다. 폭포의 규모도 그렇지만 트레킹 코스 자체가 정말 아름다워서 잘 다녀왔다고 생각했다. 거대한 밀림이 펼쳐지는 구간도 있었는데 공룡시대는 이랬을까 싶기도 했다. 이런 곳에 살면 어떤 기분일까를 시작으로 나의 여행 병 아니,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해 벨린 Berlin이 문제가 아니라 아프리카를 일주하며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다달았다. 아는 것도 없으면서 여행사를 차려보고 싶기도 했다. 첫날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숙소로 향할 때 창문으로 본 광경에서 정말 시선의 자유를 느꼈었는데 이곳에서는 양질의 초록이라고밖에 표현할 수없다며 풀, 나무 숲 산을 계속 어쩜 이리 초록할까 라며 신이 났다.
이제는 커피 체험을 하러 가는데 아주 멀리 있을 줄 알았던 커피 생산지가 10분 거리에 있었다. 이 초등학교 앞이었는데 우리가 신기한지 하교하는 아이들이 한참을 쳐다봤다.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커피 체험 전에 밥부터 먹겠다고 했다. 간단한 메뉴를 소개한 뒤 뷔페식으로 도자기 그릇에 밥을 떠먹었는데 진심 꿀맛이었다. 배가 고파서이기도 하지만 부모님도 입에 잘 맞으신다고 하셨다. 이 음식들은 보편적으로 탄자니아에서 먹는 현지식인데 특히 오른쪽 초록색 취나물 같은 나물 밑에 있는 감자같이 생긴 초록 바나나 스튜는 커피를 생산하는 차가 부족 Chagga tribe의 음식이라고 한다. 식감이 처음에는 감자 같았는데 조금 더 씹는 식감이 강해 오히려 토란에 더 가까웠다. 콩 스튜, 그리고 양고기 스튜, 간이 된 밥과 볶음밥(레시피를 알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도 있었다. 매운 소스도 있었는데 새콤하게 맛있었다.
본격적으로 커피 만드는 과정을 보고 체험하는 시간이었는데, 무엇보다도 이들이 커피를 만들며 부르는 노동요가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같이 멋졌다. 라이온 킹을 보고 온 직후라 그 아프리카의 특유의 소리들이 간혹 들릴 때마다 눈이 똥그래지며 정말로 신기하고 멋있었다. 차가 부족은 킬리만자로 산 근처의 고산에서 커피를 재배하며 생계를 꾸려가는데 이 커피는 순수 100프로 아라비카 커피이다 - 알고 보니 하지와 마노쎄와 차가 부족이란다. 커피콩을 따서 3번의 껍질을 벗기는 과정을 거친 뒤 로스팅을 한다. 로스팅한 커피콩을 절구에 두고 잘게 빻은 뒤 물을 넣고 끓인다. 근데 커피잔에 커피를 끓이는 정도의 양이 아닌 냄비채로 국 끓이듯 끓여서 당황하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했다. 이렇게 커피를 끓이면 모두 한잔씩 마신다. 아직 초딩입맛인 나도 부드럽고 진하지 않은 커피맛에 맛있게 마셨다.
마테로니 폭포에서는 아프리카의 자연, 아니 탄자니아의 자연을 느낄 수 있었고 커피 체험에서는 아프리칸의 소울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내일 등산을 위한 장비를 렌탈하러 가야 하는 시간이다. 아침부터 생각보다 활동량이 많았어서 인지 잠깐 졸았다 깨보니 벌써 시내에 다다랐다.
*코카콜라 시계탑 뒤의 KNCU는 Kilimanjaro National Cooperative Union의 약자인데 이전에는 킬리만자로에서 수확하는 커피를 한정된 대형회사에서 일체 사갔는데 이제는 노동자 자신들이 직접 재배, 생산, 판매까지 하고 있어 그들만의 조합을 형성한 것이 그것이라고 한다.
차 타고 가면서 슬쩍쓸쩍 찍어봤는데도 모든 게 멋지다. 아프리카 처음인 거 티 내는 중이다. 그냥 찍어도 잘 나오는 화보 같은 곳. 사람들도 모두 모델 같다.
옷을 렌트할 땐 대게 한 시간이면 끝난다던데 우리는 두 시간이나 걸렸다. 그 긴 시간 동안 계속 웃으며 우리를 도와준 탄자니아 하쿠나 마타타 친구들에 높은 존경을 표한다. 사람을 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인데 모든 일 하나하나에서 재미를 찾고 그것에서 웃을 거리를 찾으며 매시간을 즐기는 모습이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신기했다. 나 같으면 손님이 이리 우유부단하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땐 짜증이 바로 났을 텐데... 아니, 솔직히 누구라도 그랬을 텐데 말이다. 아무리 우리가 돈을 지불했고 그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한다 해도 사람을 딱 보면 알지 않나. 그 사람이 진심으로 그런 건지 억지로 그러는 건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많이 배웠다. 얼마 없는 인터넷 데이터를 빌릴 때도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심지어 돈을 빌릴 때도 하쿠나 마타타. 이것이 독이 될 때도 물론 있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빛을 발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등산화와 몇 가지 옷 제외하고 전부를 빌렸다. 겨울 모자, 마스크, 겨울 패딩과 겨울 바지(스키복 같은 것), 플리스, 두꺼운 바지, 가을 바지, 쫄바지, 완전 두꺼운 양말, 스키 장갑, 일반 장갑, 폴대, 스패치, 스포츠용 선글라스, 물통, 백팩, 침낭. 마음만 먹으면 등산화와 다른 옷들까지 전부 빌릴 수 있지만 우리는 등산화 포함 몇 가지를 가져와서 위의 목록만 렌트했다.
옷을 더플백에 전부 담아 차에 실어 호텔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는 저녁 먹기 전에 시간이 조금 있어 동네를 둘러보았다. 눈에 띄는 1954라는 카페가 있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사진에서처럼 밖에 나와 앉아 있길래 뭐하는 곳인지 잘 몰랐는데 카페란다. 우리도 한잔 마시겠냐고 했지만 시간이 부족해서 함께 하지 못했다. 나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다시 재방문을 하지 못했다. 무척 아쉽다. 이 카페는 1954년에 카페 운영자의 아버지가 직접 지으셨는데 당시 목적은 종교활동이었다고 했다. 이후 주거지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카페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렇게 대를 거쳐 남아있는 것들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구석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 집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다.
잠시 카페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이 곳 탄자니아는 여러 종교들이 한데 어우러져 산다고 하셨다. 비록 이 카페에는 대다수가 무슬림이지만 타 종교인과 아무렇지 않게 잘 잘 지낸다고 하셨다. 종교적 이상주의를 이곳에서 보게 되었다.
기도소리에 얽힌 몸소 체험한 에피소드가 있다. 무슬림의 기도시간에 따라 새벽 5시경 호텔 근처의 모스크에서도 기도가 이루어진다. 그 기도를 듣고 새벽에 눈을 뜨게 되었다. 킬리만자로 등반을 마친 뒤 호텔을 변경했는데 그곳은 주변에 모스크가 없으니 괜찮으려나 싶었는데 아니 웬걸... 바로 앞에 큰 교회가 있었고 무슬림 기도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새벽 4시부터 할렐루야 합창이 시작되어 거의 새벽 6시까지 계속되었다. 무슬림 기도는 금방 끝나는데 두 시간씩이라니... 차라리 무슬림 기도가 나았다.
전 세계를 다 가본 것도 많은 나라를 여행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꽤 여행했다 싶었는데 이런 문화적 혼돈은 처음 겪었다. 영국식 시스템, 인도음식 그래, 그 정도는 그렇다 쳐. 근데 이 마작은 대체 언제 어떻게 어디로부터 흘러들어온 건지...??? 정녕 문화의 일체를 여기서 보는 가 싶다.
내일은 킬리만자로 트레킹 첫날이다. 기대된다. 얼른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