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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ju Woo Aug 31. 2019

킬리만자로 트레킹 시작!

킬리만자로 트레킹 1일차, 마차메게이트~마차메캠프

06:00 기상 및 준비하기(짐 챙기기)

07:30 아침식사

08:20 체크아웃 및 출발

09:20 마차케 게이트 도착

10:50 입산 등록

11:00 트레킹 시작

17:50 마차메 캠프 도착 및 입산 등록

18:20 씻고 옷 갈아입기

18:40 팝콘/티 타임

19:20 저녁식사/ 식사 후 다음날 일정 브리핑



생각보다 시차적응이 한번에 잘 되어 아침에 일찍일어났다는 피곤함 외에는 컨디션이 괜찮았다. 게다가 마차메 게이트까지 1시간정도 이동시간이 있다고 했으니 벌써부터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무슬림 기도소리를 듣고 잠시 뒤척이다가 제때에 일어나면 됐을뿐이다. 마지막 샤워를 한 뒤 짐을 챙겼다. 7시로 예정되어 있던 조식뷔페는 30분이 되어서야 시작했다. 덕분에 8시 출발이었던 우리 일정을 20분가량 미뤘다. 우리가 이용하는 여행사의 사장님께서 직접 오셔서 체크아웃을 도와주셨고 호텔앞에서 우리의 오늘 일정 및 가이드에 대한 소개를 해주셨다.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호텔 입구로 나오면서 관광용버스-45인승까지는 아니지만-가 떡하니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 버스안에 포터들이 잔뜩 앚아있었다. 너무 놀랬다. 우..우리 크루들인가...? 이렇게나 많이????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필요해...? 심적으로 굉장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만났던 하지외에 3명의 가이드를 처음 만나게 되었고 일대일 가이딩을 한다고 했다.


드넓은 평야라기엔 나무들이 많지만 이게 내가 말했던 시선의 자유다. 모시Moshi동네가 시골이라 그럴수도 있는데 바나나 나무가 잔뜩 있는 곳도 있지만 이렇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바나나 나무는 마차메 게이트쪽으로, 그러니까 산쪽에 있는 동네에 더 많았고 이런 곳에는 옥수수나 다른 농작물을 키우는곳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우리는 정말 내 몸과 내 백팩 하나만 챙기면 됐다. 다른건 전부 알아서 해준다. 입산등록 하는 곳 왼쪽에 쉼터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크루들이 짐을 정리하고 올라갈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는 사이에도 우리가 들고 갈 2개의 물통-각각 1리터-에 물을 채워 줬고 트레킹 중 먹을 점심도 가져다 주었다. 큰 산 근처라 그런건지 아니면 탄자니아 특유의 날씨때문인지 엄청 화창하진 않았고 가랑비가 잠시 내리기도 했다. 추운것보단 더운게 낫다며 옷을 좀 더 껴입었다.

크루들 기다리며 셀피


입산 등록이다. 이 입산 등록은 매 캠프마다 이루어진다. 같은 여행사를 통해 트레킹을 하신, 우리보다 이틀 먼저 올라가신 미국에 사시는 한국인 아저씨께서 우리 가족이 잘 올라오고 있는지 만날 수 있는지 이 입산정보를 훑어보며 다니셨다고 했다. 하루차이면 마지막 정상 트레킹 때 야간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길에 만날 가능성도 있었기에 우리 또한 아저씨를 찾았었다. 내려와서 다시 일수를 세어보니 이틀차이였었다. 우리 모두 헷갈린 상태였다. 아저씨께서 이 얘기를 해주실때 왠지 모르게 감동받아 울컥했다. 입산정보에는 이름, 국적, 나이, 직업, 가이드이름, 여행사이름, 날짜, 서명란이 있었고 가이드가 써야하는 입산정보가 또 따로 있었다.

이 등록을 하면서 어딘가 가긴하는구나 라는 기분이 처음으로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나는 킬리만자로에 대한 큰 욕심,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


마차메 게이트 출발지점에서의 사진.


포터들이 자기가 들고 갈 짐의 무게를 재는 곳이다. 예전에는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않아 포터 한명이 30킬로 이상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 제대로 옷도 갖춰입지 못하고 신발도 엉망으로 신고 몇날며칠을 그렇게 다니니 안타깝게도 사망하는 포터들이 꽤 많았다고 한다. 파스칼도 그 당시 포터로 활동했었는데 짐을 머리 위에 얹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 내리게 되면 다시 머리에 들어 놓아줄 사람이 없어서 그냥 그대로 바위에 기대서 쉬었다고 한다. 이제는 정부에서 15킬로로 제한을 두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근데 가이드들 가방은 각각 20킬로는 족히 되겠는데 가이드 가방은 괜찮은건가...가이드라서...


푯말이 너무 작아 못 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았다.


첫째날의 루트는 마차메 게이트1800m에서 마차메 캠프2835m까지였다-고도에 대한 정보는 각 캠프에 있는 간판에 따름. 우림지역으로 나무가 우거진 곳 사이를 꾸준히, 단 한번의 내리막길 없이 올라가는 곳이다. 장기 트레킹이고 또 고산이기 때문에 무조건 뽈레뽈레polepole 천천히 걸어야 했다. 한국식 산행에 익숙해져있는 아빠 엄마는 그 걸음속도를 맞추시느라 애를 먹으셨지만 나는 첫 트레킹을 알바니아의 엄홍길 대장님께 배웠으니 :D 아주 편하고 좋았다.


"생각보다 수월했다. 부모님의 계속되는 고산병에 대한 질문들, 체력에 대한 걱정들 등에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었나보다. 킬리만자로가 유명하고 산악인이라면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산이라고 꼽힌다지만 글쎄 나에게 그것이 무슨 커다란 꿈 같은것이 아니기에 그 가치의 빛이 덜 하다. 때문에 이곳의 정상을 정복하는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난 안가도 그만 혹은 중도하산해도 상관없었고 오늘 산행을 마치고 나서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첫번째 구간은 우림지역으로 영화 정글북, 타잔, 쥬라기공원에서 본 그대로의 자연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영화들이 영화스럽게 꾸며낸 것이 아니었음을 이 생태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깨달았다. 능선을 타기까지 단한번의 내리막길 없이 계속해서 올랐다. 마지막 부분에는 꽤 경사도 있었다. 그래도 좌, 우, 위, 아래를 천천히 구경하며 어떻게 이런 생태가 꾸려진거지라고 감탄하며 올랐다.

가장 처음으로 가이드 중 한명인 파스칼이 우리를 이끌었다. 첫 인상이 굉장히 차갑고 표정이 없어서 거리감이 느껴졌었는데 입산 직전 우리를 챙겨주며 말을 하고 웃을때 참 괜찮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외모도 잘생겼고 목소리도 좋았다. 젠틀하기까지한 파스칼의 첫 가이드는 정말 편했다. 그 뒤로도 솔직히 파스칼의 가이딩이 제일 잘 맞았다. 총괄자 하지 미안.

파스칼에 대한 에피소드가 트레킹 시작한지 30분도 안되서 하나 생겼다. 엄마 숨소리만 듣고서 엄마가 매고 있던 백팩을 대신 들어주었던 일이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엄마도 모르게 숨소리가 거칠어져 가는걸 파스칼이 캐치했는지 가방을 달라고 했다. 숨소리만 듣고 판단이 되다니...이런 전문가 너무 좋다. 게다가 정석이다.가이드가 꼭 있어야 하나 싶었는데 나도 뭘 모르긴 정말 몰랐나보다." -산에서 쓴 일기 중(이하 "" 표기)-


점심시간이다. 어떤 팀은 규모가 상당해서 매 식사시간마다 텐트를 치기도 했다.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파스칼, 오말리, 나, 하지, 신라면, 모하메드
모하메드와 나


"두번째 가이딩은 모하메드였다. 점심식사 이후부터 캠프까지였다. 모하메드는 파스칼에 비해 조금 속도있게 걷는 편이라 나에게는 빠르게 느껴졌다. 그것보다 문제는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하는 것에 있었다. 나는 식사를 한 뒤 최소 30분은 앉아있어야 되는데 여기에선 그게 어려우니 소화가 약간 안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때 산에 오르면서 라다크에 로컬버스 타고 30시간 간거 생각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화장실 문제 해결이었는데 산길 중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다. 그러니 아무데나 자리잡아야 하는데 내가 깊숙한데 들어가서 볼일을 보지 않는이상 우리 뒤로 오는 다른 팀마저 내가 볼일을 다 볼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는 그런상황에서 해결하는 능력이 철저히 결여되어 있어서 깊숙한 곳을 선호했는데 그러지 못했을때 짜증이 정말 한바가지 났었다. 이것도 곧 익숙해지겠지만 나 스스로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약 7시간이 걸려 도착한 마차메캠프.

우리가 뽈레뽈레 할때 다른 사람들은-같은 일정으로 온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우리는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다-뛰다시피 하던데 경쟁이 아니니 상관없다. 어차피 그들은 빨리 가고 많이 쉬는 편이고 우리는 천천히 꾸준히 가니 그게 그거다. 다만 신기할 뿐이다. 역시 유전자가 다르다.


캠프에 도착하니 해도 저물고 있었다. 광경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오랜만에 보는 하늘이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요기 바로 앞에 보이는 파란색 텐트는 식당이고 그 오른쪽으로 주황색 똑같이 생긴 2개가 우리가족 텐트, 나무 뒤에 가려진 주황색이 가이드와 포터들 텐트였다.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팝콘과 차를 마셨고 이어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오이스프와 식빵(잼), 그리고 김치, 고추장아찌, 마늘장아찌 밑반찬, 생선가스와 감자, 야채스프와 밥까지 진수성찬이았다. 여기에서 굉장히 황제 산행을 하고 있는건 틀림없다."


일기에는 이게 끝이었지만 사실 이때부터 시작된 마일로 사랑은 끝이없었다. 100ml정도에 마일로 밥숟가락 6스푼 넣으면 딱 맞다. 여기에 스니커즈와 마스도 포함해서 점점 살을 찌워갔다...입맛이 더욱 좋아지고 식욕이 왕성해졌다...

살면서 팝콘을 먹은 적이 손에 꼽히는데 이렇게 맛있었던 건가요?
밤에는 어두워서 촛불을 켜고 식사를 하고 헤드랜턴이나 핸드폰 라이트로 길을 비춰 텐트로 이동해야한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이거였다. 나는 폭포가기 전날에도 하지한테 돈을 빌렸었다. 의도한건 아니었고 정말 우연히 돈이 내 손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또 일이 생겼다.


"마차메 게이트를 향해 가는길에 우리는 총 2번 멈춰야 했다. 첫번째는 크루들이 정육점에 들려 우리가 먹을 식량을 사야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우리가족이 필요한 스니커즈, 물티슈, 건전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와 동생, 하지를 포함한 가이드들만 내려서 슈퍼를 들렸다. 스니커즈를 10개정도 집으니 하지가 부족하다며 자기를 믿으라고 더 챙기라했다. 추가로 5개를 넣었는데 지금 1일차 산행을 마쳐보니 내가 생각보다 많이 먹었다. 역시 하지 짱. 돈 계산할때가 되어서 문제가 생겼다. 나는 이렇게 많이 살 줄 몰랐고 탄자니아에 생필품이 얼마나 비싼지 몰랐기도 했고 여튼 돈을 12달러만 가져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계산하는데 돈이 오버되서 너무 웃겼다. 하지한테 지급된 팁으로 계산을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지..두번이나 미안... 하쿠나 마타타라고 대답해주는 고마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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