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5
공주야.
8시 10분. 우리는 집에서 나왔어. 손을 꼭 잡고, 어제 다 못한 학교 이야기를 하며 너의 학교로 향했지.
건널목을 건너고, 육교를 걸으면서 오늘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을까 생각도 했지.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느려지는 네 발걸음을 알아챘지만, 모른 척했단다.
입학식 내내 불안하게 엄마를 찾던 네 마음을 엄마가 알아주면, 오늘도 어제처럼 눈물바람을 하게 될 것 같았거든.
그래서 육교에서 아현이를 만난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어.
둘이 반가워하면서 뛰어들어갔으니 말이야.
가방을 메고 20분을 넘게 걸어서 도착한 학교에서 네가 밝게 들어가는 걸 보니 어찌나 뿌듯하던지.
신발을 갈아 신고, 야무지게 보조가방을 챙기고, 잊지 않고 엄마한테 흔드는 손까지!
오늘 아침에 너는 완벽했단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는 시계를 자꾸 보게 됐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짝이랑 인사는 했을까?
선생님을 잘 보고 있을까?
8시 30분부터 고작 4시간 정도였는데,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아지던지.
엄마에게 신기한 경험이었어.
공주야, 오늘 하루가 쉽지만은 않았는지 자리에 눕자마자 잠이 드네.
학교에 다녀와서 네가 해주는 이야기로 너의 오늘을 가늠해 본다.
가정통신문을 잘 전달하는 것을 보니 선생님 말은 잘 듣고 있었겠구나.
급식이 맛있었다고 하니 젓가락질이 서툴러도 점심을 잘 먹었구나.
짝 친구들이 자꾸 네 자리를 침범했다고 툴툴 대는 걸 보니 아직 친구는 못 사귀었구나.
운동장을 가로질러 엄마에게 뛰어오던 니 표정에서 오늘 하루가 나쁘지 않았음을, 아니 생각보다 즐거웠음을 읽을 수 있어서 기뻤어.
내일도 오늘보다 3번 더 웃을 수 있는 날이 되길 기도해 줄게.
잘 자고 내일도 씩씩하게 학교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