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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형일 Jan 24. 2022

센 강의 이름 모를 연인, 장미의 이름은 장미.

# 22.01.23.

기욤뮈소 (2022, 01, 19). 센 강의 이름 모를 연인. 양영란(역). 밝은 세상

기욤 뮈소의 18권째 소설이 나왔다. 매년 한 권씩 소설을 내고 있는데..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그의 소설을 기다린다. 최근 2년 동안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인생은 소설이다》 등 조금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선보였는데, 이번에는 고대 그리스의 오니소스 신화와 센 강을 배경으로 전해 내려오는 ‘데스마스크’ 이야기를 결합시킨 소재란다. 

센 강을 지키는 하천경찰대가 익사 직전의 한 여인을 구조한다.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알몸, 손목에는 시계와 팔찌를 차고 있다. 여인의 다리에는 담쟁이덩굴로 만든 왕관, 얼룩무늬 모피 문양 문신이 새겨져 있다. 질문을 해도 기억을 잃은 상태라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하천경비대는 여인을 경찰청 간호실에 입원시키려 하는데 (예상하는 것처럼) 도망친다. 그리고 남겨진 단서 하나 병실에 남겨진 금빛 머리카락과 소변. 소변. 소변? 

사건을 맡은 록산은 여인의 머리카락과 소변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여인의 이름은 밀레나 베르그만, 독일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다. 그런데 그녀는 일 년 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출발해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229 항공기에 탑승했다가 추락 사고로 현장에서 사망했더란다. 기욤뮈소 소설에서는 항공기 추락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데,,, 그렇다면 센 강에서 건져 올린 저 여인은 누구지?

설마 도플갱어?


박완서 글, 이성표 그림(2022.1.20). 시를 읽는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지금 이 시대, 도대체 누가 시를 읽을까? 나는 왜 시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을까? 시를 꼭 옆에 두어야 하는 것일까? 시란 무엇인가?  이 추상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박완서 작가의 짧고 담백한 답변 에세이란다.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박완서가 남긴 나이듦, 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즈음 따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스티븐스필버그(2022, 1, 10). 스필버그의 말. 브렌트 낫봄 , 레스터 D. 프리드먼(엮음), 이수원(역). 마음산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인생을 들려주는 책이라니.. 훅하는 게 있다. 스필버그의 말이라 하니 인상적인 말을 쟁겨보면...

"어떤 한 부류의 감독이 되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요. 나는 액션을 사랑해요. 관객들의 마음을 꽉 움켜쥔 채, 그들이 난장판이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뭔가를 보며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구부리거나 움찔하는 걸 좋아하죠. 관객을 완전히 영화에 몰입하는 수준으로 끌고 가는 게 좋아요. 그러나 자동차 사고나 엔진 폭발 없이도 그런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p. 65)."

"살아가는 동안 어떤 논리로도 설명되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발생해요. 텔레비전은 분명 늘 우리에게 쉬운 답, 쉬운 해결책, 즉 모든 것이 존재 이유가 있다고 가르쳐왔어요. 아시겠지만 삶은 그렇지 않죠. 나는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영화들을 사랑해요. (p. 91)"

"내게 최우선은 인간성이에요. 인간성이 없다면 아무도 내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성공하는 영화는 모두 인간적 차원에서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을 좋아해야만 하죠. 매우 중요한 문제예요. 만약 그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영화가 월등하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해요. (p. 161~162)”

"만약 어떤 장면이 전체 이야기에 기여하지 않거나 캐릭터들의 성장선 혹은 포물선에 기여하지 않는다면 그 장면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자리를 잃는다는 거였어요. 모든 장면은 각각 이야기의 진전, 살아 있음에 대한 축배, 그리고 마지막 비극에서 수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어요. 그 비극이 발생하기 전, 대화는 불가능했어요. 영화의 메시지는 무엇을 시도하기 전에는 늘 반드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거예요. (p. 457~458)"


사울레이터 (2022.1.20). 영원한 사울 레이터. 이지민(역). 월북

사후에 더 유명해진 포토그래퍼, 사울 레이터의 사진 에세이다. 사울 레이터는 1952년 뉴욕 이스트 빌리지 10번가에 아파트를 얻어 201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 살았다고 한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곳에 머물며 뉴욕의 거리 풍경과 오가는 사람들을 필름에 담았다. 하지만 극히 일부만을 현상했다. 레이터는 “세상은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있다”라고 자주 말했고,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은 대부분 부질없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리하여 스스로의 삶, 일, 관계에 행복했다고 한다. 본인의 삶도 예술도 내세우려 하지 않았고, 언제나 자신의 기쁨을 위해 사진을 찍었다. 그의 시선은 세상 반대편이 아닌 가까운 사람들과 주변으로 향했으며, 찰나에 담긴 아름다움과 영원성을 포착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사진가가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일상의 간과된 아름다움’이라고 레이터는 생각했다.  눈 내리는 풍경, 우산 쓴 여자, 고가 철도, 신호등의 빨간 불빛 등 우리 주변에 언제나 비슷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들, 너무 평범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상들. 다른 어딘가가 아닌 바로 이곳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은희경(2022.1.18). 장미의 이름은 장미 : 은희경 연작소설. 문학동네.

4편의 연작소설이다. 이름하여 뉴욕 4부작.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 ‘승아’는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 ‘민영’의 집에서 열흘 정도 머물 계획으로 한국을 떠나온다.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며 지내온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기 위해 충동적으로 떠나왔지만 막상 도착한 민영의 집은 기대와는 달리 한눈에도 낡고 오래된 모습이다. 게다가 주위에는 하늘을 찌르는 빌딩숲도 없고 사람들의 차림새도 뉴요커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상황에서 승아는 민영을 위해 애써 집안을 청소하고 해독 주스를 만들지만 민영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며 승아는 생각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 쟤는 어쩌면 저렇게 변함없이 자기 위주일까.”(pp. 67~68)

「장미의 이름은 장미」 : 이혼을 하고 홀로 뉴욕으로 떠난 마흔여섯의 ‘나’와 그녀가 어학원에서 만난 세네갈 대학생 ‘마마두’. 마마두는 수업 시간에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지 않지만 ‘나’는 그런 마마두와 종종 짝을 이루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성별도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한국에서와 달리 영어를 통해 분명하고 직관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나’는 마마두와 대화할 때면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어학원 프로그램이 몇 주 남지 않았을 때, ‘나’는 마마두와 처음으로 함께 학교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기로 한다. 하지만 따가운 햇살에 불쾌해졌기 때문일까. 평소와 다름없는 마마두의 모습이 그날따라 ‘나’에게 어딘지 불안하고 어리숙하게 느껴지고, 그와의 첫 나들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왜 떠나온 것일까. 누군가를 더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을 때 혼자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규칙적이고 또 가시적으로 발전이 드러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 대체 왜 그런 진지한 생각을 했을까. 그런 점 역시 내가 아는 범주 안에서 틀을 만들고 그 틀에 맞도록 의미를 재단하는 독선적인 진지함의 한 방식이 아니었을까. 나를 증오에 빠지고 용서를 외면하고 또 결별에 이르도록 만든 순정의 무거움, 그리고 서로 다름에서 생겨나는 일상의 수많은 상처와 좌절들, 낙관적이지 못한 복잡한 생각과 그것을 납득시키기 위한 기나긴 말다툼을 통과하고도 나는 여전히 그 틀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내가 과연 떠나오기는 한 것일까. (p. 117).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 뒤늦게 예술대학의 극작과에 진학해 극본 작업을 하는 ‘현주’는 올해로 네번째 미국에 방문한 참이다. 그렇게 정기적으로 미국에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삼 년 전 여름 처음 방문했을 때 사촌언니를 따라 피크닉에 갔다가 만난 ‘로언’의 영향이 있다. 중학생 때 이곳으로 유학 온 로언은 그날 피크닉에서 현주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며 스스럼없이 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지금,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지 않는 현주가 불만인 로언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도 현주를 배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현주는 로언의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다. 누구를 주인공으로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로언의 친구들에 대해 써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언과의 사이가 전과 같지 않고 코로나19로 인해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가 날카로워진 지금,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향하는 현주의 마음은 한껏 예민하고 굳어 있기만 하다. “현주는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채로 주어진 관성에 끌려다녔다. 의심을 하면서도 눈앞의 경로를 향해 계속 걸었고, 그러다보면 너무 멀리 와버려서 그 길이 맞는다고 믿는 데에 진심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p. 150). 


「아가씨 유정도 하지」 : ‘나’는 오십대의 소설가로 문학 행사의 일환으로 뉴욕에 간다. 평소 ‘나’가 작가라는 사실을 그리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고 자식들 일에 간섭하지도 않는 팔십대의 어머니와 동행한 채. 어머니와 닷새 동안의 일정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마음이 갑갑하지만 막상 도착한 뉴욕에서 어머니는 능숙하게 행동한다. 게다가 어머니는 ‘나’의 낭독회에서 만난 고학생 교포 ‘에이미’와 같이 뉴욕을 관광할 계획까지 세운다. 어머니는 대체 왜 이곳에 오고 싶어한 걸까.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는 가운데 ‘나’는 우연히 어머니의 캐리어에서 아주 오래된 항공우편을 발견한다. 어머니의 이름인 ‘최유정’이 수신인으로 적힌 그 엽서는 육십 년 전쯤에 미국 땅을 밟은 청년이 보내온 것이다. 다음과 같은 내용과 함께. “지난 주말에는 코니아일랜드라는 곳에 갔습니다. 정녕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 풍경을 도저히 편지에 담을 수가 없군요. 언젠가는 꼭 나의 유정한 사람과 그 해변을 걷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p.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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