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언론 생태계에 독자는 없다

by 오윤

우리의 일상 삶이 미디어와 더불어 사는 환경에서 미디어 산업의 경쟁은 결국 시간에 대한 싸움이다. 개인의 일상 삶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점유하느냐! 그것이 곧 그 매체의 파워를 의미하며, 그것은 곧 수익과도 연결된다. 그렇다면 개별 매체들이 전체 미디어 이용 시간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어떻게 될까?


3-1 이용시간 점유율.JPG

55:40

이 숫자는 아주 단순하게 이용시간 점유율을 표기한 거다. 2019년 한국인들은 전체 미디어 이용 시간 중 55%를 디지털 미디어에, 40%를 TV에 할애한다. 이게 2018년 기준이니깐 지금은 TV 점유율은 40%보다 약간 더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고 봐도 된다. 55%와 40%를 합하면 95%. 5%가 남는다. 이 5%를 라디오와 신문이 가져간다. 라디오의 이용시간 점유율이 3.6%, 신문이 1.7%.

미디어 시장은 전통적으로 두 가지 시장으로 구분된다. 광고시장과 수용자 시장. 지금은 미디어산업의 수익 창구가 다변화되어 단순히 광고 시장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광고는 미디어 산업의 핵심 수입원 중 하나다. 만약 광고 시장이 수용자 시장을 근거로 구성된다면 광고 매출 점유율은 무엇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을까? 당연하게도 이용시간 점유율이다. 대학 1학년 매스미디어 개론에 나오는 이야기를 꺼내보자면 광고주들은 시청자의 “시간”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럴까?


3-2 이용시간과 매출액 비교.JPG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이혜미(2019, 3, 11). 2018년 총광고비 분석과 2019년 전망. 제일기획 블로그.


2018년 미디어 광고 매출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1. 이용시간에 비해 신문의 점유율이 과도하게 과장되어 있다는 것

2. 디지털미디어 부분에 있어 광고 매출 점유율은 아직 이용시간만큼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그리하여 앞으로 디지털 영역의 광고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것)

3. 텔레비전의 경우 이용시간 점유율과 유사한 광고매출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이용시간 대비하여 광고매출 점유율은 점점 더 과소평가될 거라는 것. 왜? 한 축에서는 디지털 미디어의 압박이 있고, 또 다른 한축에서는 신문 산업의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년 사이 지상파 광고 매출액은 6,000억이 빠졌다(2015년 1조 9,100억 원 → 2018년 1조 3,007억 원). 전체 광고 시장의 1/3이 사라진 거다. 그 사이 종편이나 CJENM과 같은 신흥 경쟁 왕국들이 광고시장에서 자신의 지대를 확장시켜갔지만, 확장의 규모는 지상파 이탈 규모에 비하면 소박하다. 지난 3년 사이 PP(종편+지상파PP+CJ 등)채널의 광고매출 증가액은 2,600억 정도다(2015년 1조 3,500억 → 2017년 1조 6,167억). 6000억 중 2,600억이 TV(지상파)에서 TV(비지상파)로 이동했다면 나머지는 어디로 증발했을까?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디지털 미디어로 이동했을 거다. 문제는 TV 이용시간(시청시간)의 하락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거다.


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신문사 광고는 뺄 수 없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 놀라운 것은(사실 별로 놀랍지 않다는 사실이 더 놀랍지만) 신문의 광고매출 점유율이 15%나 된다는 점이다. 이용시간 점유율이 2%도 안 되는 신문 매체가 전체 광고 수익의 15%를 점유한다? 이건 분명 시장왜곡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문기자들에게는 구독자를 늘리는 것, 이용시간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 이를 위해 기사의 품질을 높이는 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기사를 잘 쓴다고, 기자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몸담은 언론사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기업, 정부기관, 지자체 등 자신이 출입하는 기관과 한 몸으로 밀착하는 것!

이른바 경언유착. 정언유착.


3-3 장충기.JPG 출처: MBC (2018,4,2). 스트레이트 5회-삼성의 언론관리 실태.


지난 2019년 6월 9일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뉴스는 누구의 돈으로 만들어지나?”라는 주제를 다뤘다. 여기서 주목한 것은 신문사들의 이용부수 뻥튀기였다. 기자들이 관공서, 지자체, 기업 등 출입처에서 고객관리를 하는 사이 신문사들은 독자를 늘리거나 신문 이용시간을 늘리기 위해 이용부수를 뻥튀기한다. 가령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규모의 신문더미들이 포장이 채 뜯기지도 않은 상태로 계란판 공장으로 이동한다.


3-4 계란판.JPG 출처: KBS (2019, 6, 9). 저널리즘 토크쇼 J : 뉴스는 누구의 돈으로 만들어지나?.


이렇게 계란판으로 변신한 신문은 ABC협회에서 인증하는 발행부수와 유료부수의 조사 결과에 반영된다. ABC 협회의 부수 인증은 신문 광고 단가 책정의 거의 유일한 기준인데, 이 시장지표가 “술에 물을 타서 파는 양아치” 수법과 비슷하게 만들어지고, 이에 준하여 신문 광고 단가가 매겨지는 거다. 가령 ABC협회가 발표한 <2018년도 일간신문 166개사 인증부수>를 보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발행부수는 100만 부를 상회하고, 그중 유료부수도 조선일보 124만, 중앙 73만, 동아는 74만 부다. 비교를 위하여 이들이 투자한 TV조선, 채널A, JTBC의 저녁 메인뉴스 시청자수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

3-5 신문이용부수.JPG 출처: ABC협회 & 닐슨코리아


TV조선과 채널 A는 50만도 안되고, JTBC만 100만 명을 겨우 넘어서는 국면입니다. 공짜에다가 저녁 시간에 채널을 돌리다 습관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TV 뉴스보다 훨씬 더 많은 신문 구독자수. 그것도 돈을 내고 보는 유료 구독자수. 상식적인가? 2018년 영향력 1위, 신뢰도 1위를 기록하는 JTBC <뉴스룸> 시청자수가 평균 105만 정도인데, 조선일보의 유료부수가 124만 명이라는 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문제는 이게 국가적인 공인 지표로 인정받고 있다는 거다.

신문사들이 인위적으로 이용 부수만 뻥튀기하는 게 아니다. 기업들 역시 신문사의 뻥튀기에 일조한다. 한국의 기업에 있어 신문사 광고 홍보비는 일종의 ‘고정비용’과 ‘보험’이다(저널리즘 토크쇼 J, 2019, 6, 9). 괜히 집행예산을 줄이면 신문사 쪽에서 시비를 걸거나 복수를 할 거라 두려워 쉽게 빼지 못하는 거다. 이는 종편채널이 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여전히 종이 신문들이 막강한 여론 장악력을 가지는 결정적 계기다.


"10년 동안 신문 광고비를 올리지도 않았지만 깎지도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고정비용이라고 보는 거죠.“ (A기업 홍보담당자)
"연말에 갔을 때 예를 들어 작년에 1억 원을 했는데 올해 6천만 원밖에 안 했다 그러면 12월에 가서 4천만 원 채워달라고 합니다. 심지어 4천만 원에 플러스알파를 요구해옵니다. 저희가 '이번에는 광고를 못 한다' 그러면 결국엔 취재부서 부장이 연락이 오죠. 네트워크가 언론 홍보계에서는 중요한데 그쪽하고 관계가 악화되면 나중에라도 혹시 저희 입장을 설명하거나 적극 대처할 때 반영이 안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취재부서 부장들이 전화하면 쉽게 넘어갈 수 없죠" (B기업 홍보 담당자)
“내가 비슷한 의사결정을 하던 15년 전부터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광고비를 결정할 때 무슨 근거로 하는 것이냐고 질문하면 광고 담당자들은 '그냥 그렇게 가는 것'이고 '이걸 움직이면 신문사 쪽에서 시비를 걸거나 복수를 하기 때문에 안 건드리시는 게 좋다'라고 얘기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

출처: KBS (2019, 6, 9). 저널리즘 토크쇼 J : 뉴스는 누구의 돈으로 만들어지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8 신문산업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7년 기준 종이 신문산업의 매출액 가운데 광고수입 비중은 60%, 부대사업 수입이 21%이고, 신문 판매수입(구독료) 14%, 온라인상의 콘텐츠 판매 5%다. 신문의 위기는 방송의 위기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야기된 상황이다. 이 “위기”를 날 것으로 말하면 이런 이야기였다.

“구독자수가 줄어들고 그 결과 광고수익에 직격탄을 맞을 거다.”


이런 담론이 만들어진 게 거의 20년 전인데 여전히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광고에 의존한다. 방송 산업은 어떨까?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보면 지상파방송의 방송사업 매출액 가운데 광고수익 비중은 34% 수준이다.


3-6 신문광고매출액비중.JPG


60% : 34%

유사한 맥락의 위기담론에 처했던 신문과 방송! 이 두 매체의 매출액에서 광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토록 차이가 나는 이유는? 답은 뻔하고도, 고루하고도, 심플하다.

광고매출액을 지켜내기 위해서 신문사 기자들이 해야 하는 일은 광고주들에 대한 암묵의 협박, 때로는 홍보성 기사를 통한 회유, 그러니깐 출입처와 취재원 관리였던 거다. 그리고 이 경언유착은 기업의 입장에서 일종의 고정비용과 보험처럼 처리되고 있다. 포털에 부유하는 수많은 신문 언론사들의 기사라는 게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고, 콘텐츠 경쟁력, 품질, 이용시간에 대비하여 방송사들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는 설상가상, 디지털 시대의 도래가 만들어낸 언론의 면모,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장을 관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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