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디지털 철로 위에 4,225개의 기차가 달립니다.

by 오윤

설상가상, 디지털의 시대, 누구나 쉽게, 하물며 인간이 아닌 로봇도 뉴스를 제작 유통할 수 있게 되면서 너무도 많은 다양한 인터넷 언론 매체가 등장했고, 이들은 포퓰리즘, 어뷰징, 정파성으로 무장한 채 속도 전쟁에 불을 붙인다. 디지털 공간에서 마주하는 뉴스의 상당수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기사들을 표현만 조금씩 바꿔 속보식으로 다량 올려 사람들의 마우스 클릭을 유도한다.


4-1 신문방송사업체수.JPG 출처 : 2018 신문산업실태조사 / 방송산업실태조사 ; ( )는 전년 대비 증감률

위에 표는 2018년 <신문산업실태조사>와 <방송산업실태조사>에 나온 신문과 방송의 사업체수, 종사자수, 매출액을 정리한 거다. 매출액은 방송이 16조 5,000억 원, 신문이 3조 8,000억. 신문이 방송의 1/5 수준이다. 그러나 사업체수는? 신문이 방송(423개)의 100배, 4,225개 수준이다. 종사자수(4만 2,000명)도 방송(3만 7,000명) 보다 많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작은 시장에 기사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하고, 이 경쟁은 우리가 네이버나 다음 포털에서 무심코 클릭하는 뉴스를 둘러싼 경쟁이며, 이 과도한 경쟁은 뉴스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괜찮은 기사, 추천할만한 기사들은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이상한 기사, 낚시성 기사, 유언비어, 카더라 기사, 편향된 의견 기사, 쓰레기 기사에 묻혀 버린다.


4-2 조국일일기사생산량.JPG 소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1,828

이 숫자는 조국 법무부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2019년 8월 9일) 이후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네이버 포털사이트에 출고된 기사 수다. 네이버에 제공되는 모든 언론사가 아니라 상세검색에서 “일간지(14개), 방송사(64개), 경제IT전문지(70개)”에 국한해 뽑아본 거다. 검색 포털의 경우 언제 검색하느냐에 따라 노출되는 기사량이 달라 이 숫자가 아주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검색창에 조국을 치면 뜨는 새로운 기사 숫자가 하루에 1,800개를 넘는 상황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숫자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경쟁적인 속보식 기사 전쟁에 사건과 의혹이 발생한 배경과 맥락을 검토해서 그 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찾아 제시할 여력은 현장에 전혀 없겠구나.”

하루에 1,800개씩 쏟아지는 기사, 그중에 어떤 것은 소설일 테고, 그중에 어떤 것은 악의적 비방일 테고, 그중에 어떤 것은 가짜 뉴스일 테고, 대부분의 기사들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맥락이 사라진 팩트 하나, “여론조사 결과는...”, “딸이 몇 등급이다”, “논문이 취소됐다.” 등등 정도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언론인에 대한 조롱으로 기레기라는 말이 붙고,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가짜뉴스 OUT”이 자리하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종이 신문은 너무도 정파적이고, 새로운 디지털 언론은 종이 신문의 나쁜 관행에 속보성, 포퓰리즘, 어뷰징을 토핑으로 얹는다. 종이 언론이 인쇄가 되자마자 재활용 소각장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디지털 언론은 쓰레기라는 조롱을 받는다.


이런 언론환경에 대해 서울대 이준웅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언론은 언론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권력 비판에 특별히 취약하다.... 내가 말하는 취약성이란 권력 비판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그 방법이 부실하고, 양식은 허접하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도식적 관행을 따르고, 관행을 따른 사실적 근거가 곧 기사라는 듯이 글을 쓴다. 도식적인 관행이란 관련자나 전문가에게 육성이나 문서로 확인을 받는 방식 같은 것을 지칭한다. 이렇게 확인한 내용이 기사 전체가 되는 것이 관행적 글쓰기에 속한다(이준웅, 2019, 9, 8, 경향신문).”


중앙대 정준희 겸임교수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이렇게 진단한다.

“언론은.. 질문만 던지기 경쟁을 해요.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왔으면 ‘그건 됐고 이건 어떻게 답할래?’라는 식으로 가고 있고... 계속해서 의혹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기 때문에 이 뒤에 남는 결과라고 하는 건 불쾌감이 남아요.... 의혹을 한 언론사가 던지면 그 의혹을 더 키우는 방식으로 왜 언론사들은 행동할까라는 합당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어요. 그게 쉬워서예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건 두 가지 부담이 생깁니다. 하나는 사실 검증에 책임이 생기고요. 사실이 검증됐을 때 어? 의혹이 해소되는 답이 나왔다? 그럼 뭐예요? 정치적으로 ‘쟤는 편드네’라는 식으로 낙인이 찍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낙인을 회피하는 방법은 다른 의혹을 자기들이 새로 던지거나 의혹을 키우거나 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하는 거예요. 이게 마침 언론이 현 집권 세력에 대해서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는 방법이거든요. 즉 책임도 회피하고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비판성이라는 알리바이도 만들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검증이라는 이름 하에 남의 질문에 답을 스스로 하지 않는 그런 방식으로 행동하는 게 나오는 거죠(정준희, 2019,9,1,저널리즘토크쇼 j, ).”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는 이런 이야기를 전한다.

“2019년 1월 15일. SBS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보도한다. ‘손혜원이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강력한 야마가 있었기 때문에 폭발적 화제가 되었다. 이후 한 달 가까이 1만 5000건 이상의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기사는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다. 그러나 이미 터진 이슈를 추격할 뿐 아무런 새로운 사실도 관점도 담지 못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뉴스가 뉴스를 만들고 뉴스가 이슈를 키우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가 보고 듣는 뉴스의 상당 부분이 이렇게 만들어지고 키워지면서 급기야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지경에 이른다. 우리는 종종, 자주 뉴스가 뉴스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이정환, 2019, 3월, 인물과 사상).”


방법은 부실하고, 양식은 허접한 권력비판 기사들, 질문만 던지고 의혹만 부풀리는 기사들, 뉴스가 뉴스를 만들고 뉴스가 이슈를 키우며, 꼬리가 몸통을 뒤흔드는 기사들, 이런 기사들을 접한 사람들의 얼굴은 찌푸려진다. 종이 언론이 인쇄가 되자마자 재활용 소각장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디지털 언론은 쓰레기라는 조롱을 받는다.

4-3 조국매체별기사생산량.JPG source: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이라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도적으로 담보받고 있는 KBS 뉴스는 얼마나 예외적일까? 조국 법무부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8월 9일부터 한 달 동안 KBS는 일평균 7개의 기사를 온라인상으로 송출했다. KBS 기사가 조선, 중앙, 동아, 경향, 한겨레의 기사와 차이가 있었을까? MBC, SBS, JTBC의 기사와 차이가 있었을까? 하루에 쏟아져 나온 1,800개의 기사와 차이가 있었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조국에 대해 언론은 무엇을 단독 보도했나?(2019년 9월 18일)>, <조국 단독 기사의 절반은 검찰이 썼다(2010년 10월 1일)> 모니터 보고서에서 주요 방송, 신문 언론사의 단독보도 출처를 분석했다. 이 두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방송, 신문 언론사의 단독보도 주요 출처는 검찰이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던 9월 6일 전후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출처로 한 단독보도가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대량 생산되었다면,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검찰을 출처로 하는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O부에 따르면' '검찰은 이러한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같은 단독 기사가 주를 이뤘다. 여기서 KBS도 예외는 아니었다. 단지 이것만 가지고 KBS 뉴스도 다른 언론사의 기사와 동일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KBS 뉴스가 “우리 언론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할 수는 더욱 없다.


4-4 단독기사출처.JPG 출처: 민주언론시민연합(2019,10,1). 조국 단독 기사의 절반은 검찰이 썼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있다.

첫째. 2019년 한국 시민들은 한국의 언론을 기레기라 부른다. 가짜뉴스 아웃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유튜브가 기존 언론을 제치고 언론 신뢰도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언론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둘째. 2019년 한국 시민들은 가짜뉴스아웃, 기레기와 같은 불명예 꼬리를 달고 있는 수많은 기사들과 공영방송이 제공하는 저널리즘 사이에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민언련의 모니터뿐만 아니라 거의 어떤 곳에서도 KBS 뉴스는 달랐다, 공영방송의 뉴스는 달랐다는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영미디어, KBS, 저널리즘의 미래는? 다음 장부터는 이 질문에 대한 소소하고 짧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짧지는 않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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