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무한미디어 시대, 뉴스의 풍요? 뉴스의 몰락.

by 오윤

언론이라는 숲으로 들어가기 전에 언론의 토대가 되는 미디어 지형의 특징을 조망해보자. 이 조망은 뉴스 생태계 안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도대체 왜 한국 사회에서 이 생태계를 둘러싼 시끄러움이 점점 더 커지는지를 부감에서 간단히 맛보기 위함이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2018). <2018년 언론수용자의식조사>.


이 그림은 지난 2018년 12월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의 미디어 이용률을 연도별로 정리해본 거다. 이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5,04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로 이루어졌다. 국가적 단위가 아니면 불가능한 규모의 조사이고, 그만큼 신뢰도가 높은 조사 되겠다. 이 조사에서 2018년 TV를 1주일에 한번 이상 시청한다고 응답한 비중은 93% 정도 된다. 놀랄만한 수치는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텔레비전의 종언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지만, 텔레비전은 20세기에도 그렇고 21세기에도 가정에서 가장 손쉽게, 가장 습관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디어 매체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텔레비전만의 강력함은 사라졌다는 것. TV의 시대에서 PC의 시대로, PC의 시대에서 모바일의 시대로 넘어온 2010년 이후 인터넷 이용률의 증가는 꾸준하게 지속된다. 그래서 2018년 인터넷 이용률은 텔레비전과 거의 유사한 87% 수준이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손자 손녀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스마트폰 이용법을 알려주면서, 카톡과 유튜브 활용법을 알려주면서 이제 모바일/인터넷은 텔레비전만큼 보편적이고 강력한 매체가 되고 있다.


이 그림에서 유심히 볼 것 중 하나는 2016년에 SNS 이용률 조사가 더해지고, 2018년 동영상 플랫폼 조사가 더해졌다는 거다. 국가적 단위의 미디어 이용행태 조사에서 어떤 플랫폼(서비스)이 더해진 것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그 플랫폼(서비스)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증명하든 SNS는 조사를 시작한 2016년 48% 이용률에서 시작하여 2018년 50%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전 국민의 절반이 SNS를 이용하고 있는 거다. 2018년 첫 조사를 시작한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도 조사 첫해 33%를 넘어섰다. 세 명중 한 명이 유튜브, 카카오TV, 네이버 TV 등을 이용하는 거다. 참고로 그림에는 표시하지 않았지만 종이신문의 이용률은 18%, 라디오 이용률은 21%다.


이 그림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나? 여러 언어로 표현될 수 있지만 내가 이 그림에서 도출한 문장은 이런 거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미디어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미디어와 함께 하는 시간은 늘어난다. 그리고 그 모든 미디어에, 그것이 종이신문이든, 라디오든, 텔레비전이든, 인터넷이든, SNS든, 유튜브든 그 안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는 뉴스다.”


2-2 미디어이용시간.JPG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2018). <2018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이 그림은 2018년 기준 한국인의 일일 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을 재현한 거다. 텔레비전의 일일 평균 이용시간은 2시간 17분, 디지털 미디어(모바일+PC+메신저서비스+SNS+동영상 플랫폼)의 일일 평균 이용시간은 3시간 8분, 전체 미디어 이용시간(텔레비전+디지털 미디어+종이신문)은 5시간 43분이다. 이 5시간 43분에 대해 컬럼비아 대학의 저널리즘과 사회학 교수 토드 기틀린(Todd Gitlin)은 <무한미디어 : 미디어 독재와 일상의 종말(2001, 2006)>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미디어는 미디어와 더불어 사는 습관을 밀수하듯 몰래 들여온다. ...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 이렇게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예는 일찍이 없었다. 수많은 스크린과 채널이 사람들의 관심을 빨아들인다.... 분명하지만 포착하기 어려운 진실은 오늘날 미국인을 비롯한 인류가 미디어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의 모든 인류의 삶은 미디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Todd Gitlin, 2001, 2006)”


실상 5시간 43분이라는 숫자는 우리의 삶이 미디어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숫자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여가시간은 일일 평균 6시간 20분정도다(서울대 ‧ KBS, 2015). 잠자는 시간, 일하는 시간 빼고, 학교 가고, 출근하고 이동하는 시간 빼고,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는 시간 빼고, 오롯이 자기와 관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삶의 여백이란 하루 24시간 중 1/4 정도 되는 거다. 이 여가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우리는 미디어와 함께 한다. 평균 6시간의 여가시간 중 5시간 43분을 미디어와 함께 하는 거다. 어디 여가 시간만일까? 우리는 이동 중에도, 일과 중에도 미디어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의 감각은 늘 미디어를 좇고 미디어로 다시 돌아간다.


이중 뉴스를 이용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텔레비전, 디지털 미디어(모바일+PC+SNS+동영상 플랫폼), 종이신문, 라디오를 다 합해 일 평균 1시간 20분이다. 하루 80분, 우리가 하루도 빼지 않고 꾸준히 80분씩 운동을 한다면 분명히 우리의 몸과 마음, 삶은 변하게 마련이다. 서점에서 자기개발서 코너나 자녀교육 코너를 보면 유독 15분이라는 숫자가 많이 보인다. <하루 15분 정리의 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하루 15분 기적의 영어 습관> 등등. 하물며 매일 15분 동안 무언가를 지속했을 때 그것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진대, 하루 80분이라면? 당연하게도 뉴스는 우리의 행동과 생각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을 기레기라 부르든,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선별해서 읽든, 습관적으로 보든 상관없다. 가난한 자, 부자 상관없다. 60대든 20대든 상관없다. 이 영향은 미디어의 강력함 때문이 아니라 반복적 노출 때문이다(Todd Gitlin, 2001, 2006)


그리고 미디어의 강력한 영향력 때문에 언론은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회적 제도로 주장되었고, 인정되었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건강한 언론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오랜 사회적 합의였던 것이고, 한국의 민주화 흐름에 있어서 “언론민주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로 여겨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3 뉴스이용시간.JPG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2018). <2018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2019년 한국사회에서 언론이 민주주의의 동반자, 필수조건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유효한가? 언론은 민주주의의 든든한 동반자이기는커녕, 개혁의 대상, 적폐의 산실, 기레기들의 무덤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이에 대해 KBS 최경영 기자는 자신의 SNS에 이런 소회를 밝힌다.

“멀리는 동아투위 선배들로부터 시작해서 가깝게는 공영방송사들의 파업투쟁까지. 우리는 그때 "언론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을 했었다. 그리고 자유가 찾아오니...언론이 민주화가 됐는가? 언론인들이 민주주의자들이던가? 아니면 검찰주의자, 조직 지상주의자, 기계적 중립주의자, 지극한 개인주의자, 소확행 염세주의자들이었던가가 드러나고 있다. 거기에 언론 민주주의자가 있는가? 묻는다. 그때 가까이서, 멀리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서로 기대고 의지하고 함께 싸우던 동지들아. 지금 여기에 언론 민주주의자들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다들 잘 살고 계시는가? 편안하신가? 나는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왜 이런 상황이 된 것일까?

정말 이런 상황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든 걸까?


잘못된 길...

무슨 노래제목도 아니고... 상징도 아니고.. 은유도 아니고.... 이게 정말 리얼일까?

3장에서는 리얼의 현장으로 좀 더 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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