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말하기를 말하기>(콜라주, 2020)
“엄마 아빠 책 안 읽죠?”
3주 전, 이 말을 내뱉고는 아차 싶었다. 내내 마음에 걸렸다. 마음에 상처를 받았겠다고, 시건방졌다고 생각했겠다고.
11월 19일, ‘동네 아줌마’ 세 명한테 붙들렸다. 세 시간 동안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그러고도 시간이 부족했다). 아줌마 아저씨가 모였으니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육아로. 자녀가 책을 읽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더라는 고민에 저 말을 했던 거였다. 말주변도 없고 직선적인 성격에, 다듬어 말하지 못하고 부연설명도 부족했구나 싶었다.
의도는 두 가지였다. 첫째, 독서는 억지로 되는 게 아니라 환경이 중요한 것 같다. 둘째, 굳이 독서‘만’ 중요한 건 아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독서는 고상한 취미도 뭣도 아니다, 그냥 재미다. 숏츠나 릴스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는 것처럼.
김하나의 책 『말하기를 말하기』(콜라주, 2020).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했고, 책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저자는 부모 모두 다독가인 집안에서 자랐다. 오빠는 책에 무관심했던 반면 저자는 이 책 저 책 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다만, 부모가 독서를 강요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인다. 의무로 읽었다면 그렇게까지 열중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독서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과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문유석의 책 제목인 ‘쾌락독서’에 모녀는 무릎을 친다. 왜 이리 책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변이라며. 모녀는 재미있으므로,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모든 사람이 꼭 책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인다.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는 사람마다 다르고, 이를 책이 대변할 수는 없다고.
나도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그냥 즐거워서 읽는 거라고.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넓은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으로 독서가 유용한 건 맞지만, 꼭 독서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란 걸. 아이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관계를 맺고 세상을 이해하며 자랄 거고,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걸 알아채고, 부족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잘 지원해주는 거라고. 그러니 너무 ‘독서’라는 스트레스를 안고 갈 필요는 없다고.
극소심좌라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다(소가 되새김질하듯). 책을 읽고는 용기를 내 이런 내용을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돌아온 대답에 안도했다. 전혀 그런 생각 없었다고. 오히려 그 시간이 좋았다고. 위로도 받고 자신감도 얻었단다(하긴, 밥맛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이다. 대인배였다.
“나는 책 읽기 자체를 교양의 척도로 삼고 관습적으로 남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말들이 정작 사람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잔소리라고 생각한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같은 말들 말이다. 세상에는 위대한 책도 있고 안 읽는 게 차라리 나은 책도 있다. 고상한 책도, 지적인 책도 있겠으나 책을 읽는 행위 자체는 고상할 것도 지적일 것도 없다. 내게 책 읽기는 어디까지나 즐거운 취미이고 엔터테인먼트다.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어나가는 것도 암벽등반 같은 재미를 준다. 암벽등반이 누가 시켜서 하는 고행이 아니듯, 책 읽기도 스스로가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다.” (p.18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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