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 잇 자이윤? 히횬?...쥐욘?
유니크하고도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내 이름은 '지현'이다. 이름 전수조사피셜 1990년대에 가장 인기 있는 이름 5위를 차지한 그 이름ㅎ 덕분에 학창 시절 같은 반에도 동명이인이 꽤 많았는데, 지현 지연 지혜 지은이들은 공감하겠지만 키 순서로 구분이 되곤 했다. 내 키는 늘 평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늘 나보다 더 큰 지현이가 있어서 '작은 지현'이라는 타이틀은 늘 내 차지가 되었다. 훗.
그런데 처음 미국 이민을 가서는 이 흔하디 흔한 이름이 더없이 난해하고 어려운 이름이 된 게 아닌가. 처음 입학 때 이름 등록을 그렇게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서류상 내 공식 영문 이름은 Ji Hyun이었다. 미국에는 한국과 달리 미들 네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Ji까지가 퍼스트 네임, Hyun이 미들 네임인 줄 오해하곤 하셨다. 차라리 그런 경우라면 Hyun을 붙여서 '지현'이라고 정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반대로, 눈치상 Hyun까지가 퍼스트 네임 같은데 도대체가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대체로 출석을 부르다가도 내 이름 순서가 되면 일단 입을 못 떼시곤 했다. 긴 정적 끝에 어렵게 "... 이즈 잇 자이윤?" "히횬?" "쥐욘?"이라고 발음해 보셨다. 보통은 세 번째 시도인 쥐욘 즈음에서 타협.
그래서 나는 늘 영어 이름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부모님이 나에게 지어주신 이름이 아닌 제2의 이름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기란 은근히 어려운 일이었다. 더욱이나 쉽게 결정을 못하는 스타일이라... 당시 초등학생 때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좋아해서 '브리트니'로 할까 생각도 했지만 여름 방학 동안에 까마득히 잊었다 (아주 다행히도). 한국에서의 '지현'이라는 이름처럼 너무 흔하지 않지만 좀 세련된 이름이 갖고 싶었기 때문에 고민은 길어졌다.
고민이 길었던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가끔 코리아타운으로 가거나 한인 교회를 나가면 내 또래 한인 친구들의 이름을 듣고 다소 당황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James(제임스), Joseph(요셉), Jennifer(제니퍼), David(데이비드)...거의 대부분 성경에서 가져온 이름들이었다. 다 좋은 이름들이지만 나름 당시 미국에서 인기 있었던 이름이 Bethany(베서니), Ashley(애슐리), Megan(메건), Chelsea(첼시)였던걸 감안했을 때 다소 올드한 느낌이 들기는 했던 것이다.
여기서 잠깐. 문득 궁금해져서 npr에서 발표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기 이름 TOP 10 (10 most popular baby names in the US ranked : NPR) 순위를 살펴보았다. 미국서 가장 인기 있는 이름은 각각 Liam(리암)과 Olivia(올리비아)라고 한다. 무려 5년 연속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이름으로 선정되었다고. 그다음으로는 노아와 엠마가 2위. 그 와중에 개인적으로 (라떼는) 듣도 보도 못한 정말 창의적인 이름들 (Chozen, Kaeli, and Alitzel)이 꽤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 어감도 좀 생소한 느낌. Chozen은 넷플릭스 시리즈 <코브라 카이>에 나온 캐릭터의 이름이라고 한다. Kaeli의 경우 Kaeli McEwen이라는 틱톡 스타 덕분에 인기가 급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그래서 고민 끝에 내 영어 이름은 뭐로 정했냐고? 바로 Rachel(레이첼)이다. 고르고 고른 이름이고, 흔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알게 된 건 이 이름 또한 성경에서 나온 이름이라는 것. 아, 그리고, 요즘은 외국인 만나면 그냥 알아서 발음하슈 하는 느낌으로 Jihyun이라고 쓰고 다닌다. 어쨌거나 흔하지 않고 유니크하지만 발음하기 쉽고 심플한 영어 이름을 향한 여정은 아무래도 계속될 것 같다. 그냥 재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