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의 어원이 까치라고?
토요일마다 '까치'로 변모하고 있다. 준비한 음식을 날라 부모님께 대접하는 까치. 매주 토요일 오전에 요리를 배우면서 자연스레 일어난 변화 하나인데, 지난 3개월 동안 요리 수업이 끝나면 늘 반찬이나 국거리 등을 플라스틱 용기에 싸서 집에 가져왔다. 그랬더니 이제는 약속이라도 한 듯 부모님이 점심을 미리 드시지 않고 내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쫄쫄 굶으며 기다리신다. 수업이 끝나는 시간인 1시 반쯤, 조리실을 정리하고 나오다 보면 부모님이 "배고파" "밥 줘"라며 카톡을 보내신다. 그러면 나는 "까치 가유"라는 짤막한 답을 남기고 음식과 키친타월, 조리 기구, 레시피 등이 담긴 내 덩치만 한 요리 가방을 들쳐 매고 집까지 뛰어간다. 엄마 아빠의 점심 한 끼를 전달하는 까치의 임무가 막중하다.
우연찮게도 요즘 심각하게 빠져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까치가 등장한다. 세 개의 눈을 (반대편까지 해서 여섯 개인가..) 새초롬하게 반쯤 뜨고 갓까지 동여맨 이 '삼눈이 까치' 또한 호랑이 '더피'와 함께 남녀주인공의 편지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케데헌>이 영미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데, 문득 서양에서는 까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예로부터 한국에서 까치는 복을 물어오는 길조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서양에서는 일부 국가에서는 종종 불길하게 여기기도 하는 등 해석이 분분한 것 같기에.
이럴 땐 간단하게도 영어 단어 자체를 사전에서 검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영어에는 뜻이 여러 개가 있는 다의어가 많은 편인데, 문맥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을 가질 때도 있지만 보통은 공통된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영사전보다는 영영사전으로 검색해 보는 편이 더 좋다. 까치는 영어로 'magpie'인데, 영어로 'magpie'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1.
a long-tailored crow with boldly marked plumage and a raucous voice.
2.
... a person who collects things, especially things of little use or value...
첫 번째 의미는 까치라는 동물 그 자체를 지칭하고 있다. 두 번째는 좀 더 폭넓게, '잡다한 것들을 수집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런 해석을 보면 서양에서는 까치가 물어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좋은지 나쁜 지보다도, 무언가를 물어서 수집하는 까치의 그 행위 자체에 좀 더 집중하는 듯하다.
'수집가'로서의 까치의 면모는, '파이(pie)'가 까치(magpie)로부터 파생된 단어라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금이야 애플이나 호두 등 한 가지 재료로만 만들어진 파이도 많지만, 초창기 파이는 고기나 야채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고. 잡동사니를 수집하는 까치처럼 여러 재료가 들어있다는 점에서 magpie로 불리던 것이 발전해 pie가 되었다고 한다. 파이가 곧 까치인 셈이다(?).
영어로 "To have a finger in every pie"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1.
...to be involved in and have influence over many different activities, often in a way that people do not approve of.
직역하자면 '모든 파이에 손가락을 넣다'인데, 한국어로 풀자면 여러 가지 일에 참여하거나 관여하는 사람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된다. 다만 뒤에 붙은 'often in a way that people do not approve of'가 암시하듯, 이것저것 다 관심을 가지고 재능을 보이는 팔방미인의 느낌도 있지 '여기저기에 손을 대는 사업가 ' 혹은 '참견하는 사람'과 같이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기도 하니 주의하자.
그러고 보니 우리 요리 수업 수강생들도 대부분 '수집가'들이다. 두부 짤 때 늘 면포를 빌려주시는 은혜로운 옆자리 아주머니를 예로 들자면 취미 수집가다. 오전에 만든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 후 오후~저녁 타임에는 배드민턴을 치신다고. 배드민턴을 친지는 5년이 되었고 배드민턴 때문에 비뚤어진 자세 교정을 위해 요가까지 들으신다고. 도배와 AI 제미나이 수업, 컴활 수업을 거쳐 오셨고 내년에는 한식조리사 자격증까지 딸 예정이시라고..."To have a finger in every pie"는 진정 토요일 오전반 까치들을 위한 표현 같기도 하다. (in a good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