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초록이들과의 첫 만남
초보 식물집사와 여섯 식물식구들
여섯 초록이들과의 첫 만남
우리 집에 갑작스레 식구가 늘어났다. 그것도 여섯 식구나. 하루아침에 여섯 식물의 집사가 되었다. 집들이 선물로 화분 하나를 보내달라던 말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나는 분명 한두 개이면 괜찮다고 하였는데 식물집사인 엄마는 식물을 너무나도 사랑했던 마음에 식구를 여럿 보냈다. 퇴근하고 집에 오니 현관문 앞에 꽃이 피어 있는 화분 4개와 나의 키만큼 높은 나무 화분이 놓여 있었다. 부지런히 화분들을 베란다로 옮기고 나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미 한 자리 차지하고 있던 금전수까지 하면 여섯 식구가 생겼다.
여태 식물을 직접 키워본 적이 없어 이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이 초록이들을 내보낼 수도 없고 잘 키울 자신도 없었다. 나의 걱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새 식구들은 생생한 초록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너의 손에 우리의 생이 달려있어 하고 말을 건네며. 휴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나 건강한 식물들이 부주의함이나 무지로 인해 혹여 상하게 될까 봐 걱정이 들었다. 내가 너희들을 잘 키워낼 수 있을까... 걱정 섞인 말이 무겁게 허공을 부유했다.
사실 식물은 항상 내 곁에 머물렀다. 부모님 집에는 언제 들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화분들이 여러 개 있었다. 베란다에는 작고 커다란 화분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었다. 엄마의 손길이 주기적으로 오갔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식물과 한 공간에서 살았지만 정작 내가 식물을 위해 무언가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죽지 않고 잘 자라는 모습에 원래 식물은 혼자서도 잘 자란다고 착각했다. 나중에서야 엄마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인해 식물들이 여러 해를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을 할 수 있는 생명이든 못하는 생명이든, 그 생명을 지키는 일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은 생명의 생과 사가 온전히 나의 두 손에 달려 있으니 막중한 책임감이 생겼다. 가만히 앉아 한숨만 내뱉을 수는 없어 급하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식물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엄마는 화분의 겉흙을 만져보고 말랐는지 물기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라고 하였다. 식물들에게 가장 중요한 물의 필요를 파악하라는 것이었다. 그 뒤로 나는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물은 며칠 간격으로 줘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답을 얻고 나서도 불안한 마음이었다.
꽃의 모양도, 잎의 생김새도, 품종도 각기 다른 식물들에게 동일한 보살핌을 줘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마저 각자 성향과 성격이 다른데, 하물며 식물들도 그러지 않겠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날부터 식물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든든한 치치의 잎사귀
식물일지 첫 페이지
식물일지에 가장 먼저 기입한 내용은 물을 주는 날짜였다. 여섯 식물들에게 적합한 물의 주기를 파악하고 언제 주었는지 헷갈리지 않기 위한 기록이었다. 노트에 식물 이름을 쭉 나열하고 날짜를 기입할 공간을 마련했다. 금전수, 해피트리, 제라늄, 애니시다, 치자, 배고니아. 여섯 초록이들의 본명이 적혔다. 그다음은 각 식물들에게 애칭을 정해줬다. 식물들의 본명은 낯설기도 하고 불렀을 때 딱딱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 식구가 된 초록이들과 더욱 잘 지내보기 위해 하나하나 이름을 새로 지었다. 금전수는 골든, 해피트리는 해피, 제라늄은 핑키, 애니시다는 애나, 치자는 치치, 배고니아는 배아. 기억하기 쉽도록 두 글자로 통일하고 본명에서 조금 변형을 하여 불리기 쉽게 하였다. 직접 지어준 이름으로 부르니 더욱 친근해진 듯했다. 부디 이 이름들을 오래도록 부를 수 있기를, 식물들과 한 뼘 더 가까워지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