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밀려온 상실감
출산을 한 그날 밤, 병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배 위에 손을 올렸다. 습관처럼 해왔던 행동이었다. 더듬더듬. 아무리 더듬어도 불과 몇 시간 전에 느꼈던 단단하고 보드라운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에 딱딱하고 낯설기만 한 촉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제왕절개 후 출혈을 멈추기 위해 올려둔 모래주머니였다. 더듬거리던 손짓은 당황하여 허공을 맴돌았다. 불현듯 헛헛함이 나를 잠식했다. 아이가 없어졌다는 헛헛함. 더는 내 뱃속에 아기가 없다는 상실감이 온몸을 덮쳤다. 그러한 감정을 느끼자 나는 몸을 덜덜 떨면서 엉엉 울어버렸다. 움직일 수 없는 몸을 들썩이며 하염없이 울면서 같은 말을 내뱉었다. 아이가 없어, 아기가 없어. 내 아기 어딨어.
보호자 침대에 누워있던 남편이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 왜 우냐며 다가왔다. 나의 울음을 달래려는 듯 다정한 말을 건넸지만 나는 울음 섞인 말만 쏟아냈다. 아이가 없어, 아기가 없어. 남편은 당황한듯 아기가 왜 없어, 신생아실에 잘 있어. 왜 그런 말을 해 라는 말을 건넸다. 그럼에도 나는 그 말이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터질 듯이 부풀었던 뱃속에 있던 아기를, 오른쪽 아랫배에 손을 올려 통통 치면 발로 쭉쭉 밀어냈던 태동을, 왼쪽 윗배를 쓰다듬으면 쓱쓱 꿈틀대던 움직임을, 콩콩거리던 아이의 딸꾹질을. 차곡차곡 열 달 동안 쌓아왔던 뱃속 아기와의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졌던 아이의 움직임과 점점 커가는 배가 나에게 삶의 의지였으며 계기였으며 마음을 꽉꽉 채워주던 사랑이었다. 그렇게 나의 모든 것이었던 뱃속 아기가 우리의 시간들이 불과 몇 시간 만에 훨훨 날아갔다. 더는 임신 기간이라 할 수 없음에 그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음에 깊은 상실감을 느꼈던 것이다.
우렁차게 울면서 태어난 아기 얼굴을 봤던 기억도, 무사히 태어나 신생아실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이성적으로는 모두 이해하고 알고 있음에도. 나는 아직 뱃속 아기와의 추억에서 우리가 함께 쌓아갔던 시간 속에서 벗어날 준비가 안되었나 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뱃속에서 커가고 있는 생명에게 나의 아기에게 의지하며 살았구나. 아기는 비로소 엄마와의 첫 독립을 시작한 것인데 엄마인 나는 독립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구나. 엄마도 아이의 태어남에 그리고 앞으로의 성장에서 아이의 독립을 받아들일 의젓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구나. 그러한 깨달음을 출산을 한 그 날밤 엉엉 울면서 알게 되었다.
출산의 고통보다 상실함이 더 컸던 그날 밤은 평생 잊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잊지 않으려고 한다. 점점 엄마의 품에서 벗어날 아이에게 상실과 슬픔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잘 해냈다며 손을 흔들어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또 다른 태어남과 독립을 해낼 아이에게 환하게 웃으며 쓰다듬어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