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러면 안 되지

출산 후 변한 사람들의 시선

by 진주

아이를 낳고 나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건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을 때는 귀한 아이를 품은 엄마라며 대부분 따듯한 말과 다스한 시선을 보여줬다. 과일가게 아줌마는 귀한 아이를 품고 있네요 하고 미소를 지어줬고 칼국수 식당 점원은 부풀어 오른 배를 보고 예쁘다고 웃으며 바라봤다. 사람들의 다스한 눈빛과 친절을 한 몸에 받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뱃속아이를 낳고 품에 안으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전과 확연히 달려졌음을 느꼈다.


아이를 보다가 나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며 어휴 아기 춥겠다는 힐난하는 말을 보내거나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허둥지둥하는 나를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쳐다봤다. 그리고 나를 더욱 당황하게 했던 건 처음 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한 마디씩 말을 건네는데 그런 말들이 대부분 나를 비난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그러면 안 되지.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아이와 엄마를 위한 조언이라는 말로 아무렇지 않게 간섭하고 비난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러한 말들은 폭격처럼 나의 마음을 부서 놓고는 했다. 아직 스스로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건만 엄마가 가져야 하는 책임감과 의무들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아이를 지극성정 살피고 위해주는 것은 나인데, 왜 사람들은 엄마에게 차갑게 대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출산 후 회복하지 못한 몸으로 새벽까지 잠을 지새우는 나의 안위를 걱정하고 몸을 잘 살피라고 고생한다고 말해주는 이는 없는 것 같아서 서글프기만 했다. 소중하고 귀한 생명을 키운다는 뿌듯함이 점점 줄어들고 자격박탈된 엄마가 된 것만 같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졌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엄마라는 이름은 결코 가볍지 않음을. 한 생명을 지키고 키워내기 위해서는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을. 경계 없이 쏟아지는 주변의 말속에서 나만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오로지 나와 아이를 위한 중심이 있어야 주변의 간섭에서 쉽게 휩쓸리지 않고 잔잔하게 우리만의 삶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자책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나는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꿋꿋하게 해 나가는 용기와 결단을 가져야 했다. 쓸데없는 불안과 걱정에 잠식당해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과 나를 향해 짓는 웃음과 몸짓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이들이 엄마라는 프레임으로 나를 가시 돋게 쳐다보면 어떠한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나를 반짝이는 유리구슬 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싱그러운 웃음을 짓는 나의 아이가 있는데. 그 하나의 다스한 눈빛만으로도 나는 그걸로 상처받은 마음을 흘러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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