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다큐파에게 강추!!
동화책.
이것은 나에게 너무 어렵고 애틋한 단어입니다.
아이들은 책 속의 스토리에서 여러가지를 간접 경험한다고 하지만, 큰 아들은 유독 동화책을 안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책이라고 하면 자연과학 다큐를 종이로 옮겨놓은 것만 같은 책들만 좋아한합니다.
남자 아이들 중에는 이런 경우가 많고 그나마 전래 동화는 좋아한다고 하던데, 우리집 어린이는 그것도 안좋아하지요. 으아......
책은 골고루 읽는게 좋다
이 명제가 잘못된게 아닌 한 당면 과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는 의지로 모니터링에 들어갔습니다.
근데 모르겠다. 허허-
그래서 이것저것 다 사다주는 실패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멋진 여우씨 정말 재밌더라. 엄마도 읽어봐요.”
아이가 책을 추천해준건 처음이었어요.
신나는 마음에 옆에 앉은 남편한테도 “넌 멋진 여우씨 읽어 봤어? 재밌대.”하고 아이의 추천을 토스했습니다.
이노무시끼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 작정이었던 남편은 핸드폰에서 눈도 떼지 않고 되물었습니다.
“그래? 누가 쓴 책인데?”
흘려 듣겠다는 강한 의지에 빈정이 상한 나머지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쏘아 붙치려는 찰라, 큰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로알드 달”
... 정적.
남편의 시선이 내 얼굴로 올라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 이거 뭐지? 지금 작가 이름 이야기해준건가? 책 제목도 제대로 안외우던 애가 작가 이름을???
검색해보니 세상에 글쎄,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등 유명 작품이 넘쳐나는 미국 동화작가의 아버지 같은 분이시더군요.
(내 아들이 동화책을 안읽는건 엄마를 닮은 것으로……)
바로 구매.
그러자 굉장히 빠르게 읽어가며 이야기를 흡수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는 넷플릭스로 검색해서 영화도 보고, 유튜브에서 뮤지컬 마틸다의 넘버들도 들어 보곤 합니다.
‘나는 책을 안좋아하는 것 같다’며 주늑들곤 했던 아이가(책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엄마 아빠에 비해 많이 읽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사실을 부끄러워한다), 자신에게 무려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는 사실에 무척 들떠 보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큰 아들은 이야기책을 대체로 안좋아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읽는 책들이 ‘교훈’보다는 ‘사회의 여러면’을 보여주는 내용들이었어요.
(그러니 전래동화를 싫어하지...)
이 놈은 넓은 의미에서 드라마파가 아니라 다큐파였던 것입니다.
다큐에는 인문사회적 다큐도 있지, 암.
로알드 달의 이야기들은 사회 비판적인 부분도, 블랙 유머도 가득합니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해석하게 되는 이야기들이죠.
멋진 여우씨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글밥이 많은 편이지만 장면 전환이 빨라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1호처럼 책알못 다큐파 저학년 아이를 둔 엄마라면 이 이름을 기억해 두세요.
로알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