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었다 갈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 글마다 문체가 바뀝니다. 그때그때 느낌 오는 대로 쓰고 있어요 **
사실, 글을 완전히 지웠다가 다시 쓴게 4번이다.
선택이랄게 없이 어쩔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내 진심은,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 일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다.
부디, 내 글에서 이 진심이 느껴지길 바란다.
지금부터 이어질 글은, 흔히 말하는 ‘경단녀’를 뽑고 싶었지만 지극히 이해타산적인 이유로 뽑지 못한 ‘고용주’의 변명일 수도 있다.
38살, 아이가 셋인 엄마, 채용하는 입장에 있는 고용주.
이런 키워드들 덕분인지 주변 지인들+ 여러가지 경로로 경력 단절을 고민하는 분들을 자주 상담한다.
경력이 잠시 끊겨도 될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내가 드리는 조언은 단호하다.
경력 단절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케바케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자격증을 가진 분이라면 경력 단절의 부담이 덜한건 사실이니까)
솔직히 나도 1~2년 전만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죠’ 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우리 회사에서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복귀하시려는 분들을 뽑으려고 노력해 봤다.
그리고 주변에서 훌륭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3~4년 정도 쉬었다가 다시 복귀하시려는 분들을 상담하고 좀더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려고 노력해 봤다.
그러나 내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대부분 경력 단절은 여성, 아줌마, 아이 엄마의 문제인 경우가 많아서, 사실은 경력 단절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엄마인게 문제라 그러는거 아닐까?
그냥 시장에 일자리가 없어서 그러는거 아닐까?
경력 단절 되신 분들을 채용하려고 인터뷰도 보고 허물없이 지내는 지인들과도 이야기 하면서, 애석하게도.
내가 내린 결론은, 복귀를 어렵게 하는 이유가 ‘경력 단절’ 그 자체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가장 흔하면서도 크게 와닿았던 장벽은 트렌드에서 멀어진 것이다.
마케팅이나 홍보 같은 시장 밀착형 직무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트렌드는 시장이나 산업 트렌드 뿐만 아니라 직무 트렌드를 포함한다.
내 직무는 별로 트렌디 하지 않다? 그런 직무는 없다.
모든 직무에는 흐름이 있다. 하다 못해, 지금 이 순간의 산업 환경과 기업 상황에 따른 직무적 특징이 있다.
경력이 단절되면, 실무는 물론 실무를 하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도 단절되면서 이러한 트렌드를 읽어낼 기회도 사라진다.
경쟁자 또는 동료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읽고 자신의 업무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하여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 판에,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과의 갭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일을 계속하는 분 중에서도 이런 분들이 없는건 아니다.
다만 경력이 단절되면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피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다니던 회사에 복직하는 경우에도 회사에 적응하고 업무 역량이 정상화 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마당에 다른 상황은 오죽 하랴.
또 다른 장벽은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내 커리어의 가장 큰 위기는 첫째 출산 후 일을 다시 시작한 시점에 왔다.
아이가 있으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지, 팀원들과 어떻게 말할지, 일과 가정에 대한 input은 어떻게 조절하거나 나눠야 하는지 등등…
말 그대로 일과 가정의 균형 자체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와중에, 아이를 키운다는, 거대하고 부담스러우며 쉽지 않은 임무까지 수행해야 하는게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어버버 하는 동안 (지금 생각해보니) 번아웃도 왔던 것 같다.
그런데 한번 해보니 알겠더라. 그래서 둘째는 쉬웠고 셋째는 더 쉬웠다.
육아 문제로 경력 단절 된 경우,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워킹+맘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 균형을 처음 시도하게 된다.
그러나 Job market에서 경쟁해야 하는 누군가는 이미 워킹맘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채용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예측 가능성이 낮은, 불확실한 후보자를 뽑을 이유가 없다.
우리 회사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일하길 강요하는 회사가 아니다.
휴가가 너무 많이 남으면 HR이 당사자와 팀장을 상담하러 가는 회사이다.
출산 후 육아 휴직은 대상자 기준 사용율이 100%이며, 육아기 단축 근로로 시작해서 여전히 단축 근로를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 중에는 남자 직원도 있다.
워킹맘, 워킹대디에게 상당히 만족스러울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 만큼, 면접에서도 근로자의 일방적인 자기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면접을 볼 때, 워킹맘이 당면할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하여 질문을 던져서 만족스러운 답을 받아본 적이 없다.
워라밸을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 없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때의 플랜B가 없다.
‘할 수 있다’거나 ‘열심히 하겠다’와 같은 태도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 막연한 각오가 정답이 아니라는 건, 다름 아닌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막연함에서 오는 회사의 불안도 있지만, 그보다 심각한 문제는 디테일한 액션 플랜 없이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각오가 엄마와 아이, 그리고 가정을 힘들게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시 일을 포기하고 가정으로 돌아가면, 이제는 다신 사회로 나올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설명한 두가지는 주로 출산 육아 때문에 경력 단절된 분이 채용 시장에 뛰어들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안타까움이다.
사실 공통적이지 않아서 그렇지 한분 한분 만나다 보면 몇가지 문제가 더 드러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역시 여적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나는 모든 ‘일하고 싶은 사람’이 행복하게 자기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용이 뼈 때리는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이걸 ‘안타까움’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앞서 지적한 문제들은 사실 모두 ‘해결 가능한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보통 취업은 [무직 상태 - 준비 - 취업 시도 - 성공] 단계를 거친다.
이직은 [재직 상태 - 기회 - 이직 시도 - 성공] 단계로 일반화할 수 있다.
그러면 경력 단절은 어떨까?
당장 직무 역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인력이기 때문에 ‘취업’과 유사한 형태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준비’ 시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수년전이긴 하지만 자신이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 만으로 ‘이직’에 준하는 단계를 밟으려 한다.
재직자들만큼 ‘기회’가 쉽지 않으며, 그 시장에서의 이직에서 경쟁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이 ‘준비’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가능하면 ‘경력 단절을 피하자’고 말하는건데… 이게 말처럼 다 되는 거면 뭐가 고민이랴.
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우선은 여기서 접으려고 한다.
글이 너무 길면 다들 읽질 않으셔서….
이쯤에서 ‘투비컨티뉴’를 날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