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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Mar 29. 2023

유치원을 그만두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

6살이 된 2호가 5살부터 다니던 유치원을 그만 두기로 했다.

2호를 본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잘 다니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아해 했다.

실제로 5살 내내 등원 거부 한번 없이 잘 다녔고 좋은 선생님 아래서 문제 없고 즐겁게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게 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다름 아닌 셔틀 시간, 그러니까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문제였다.


2호는 그 유치원에 다니기 위해 하루 중 2시간 정도는 셔틀버스에서 허비한다.

이름 대면 알만한 사립 유치원이긴 하지만, 그래서 서울 전역으로 셔틀 버스를 운영하는 것을 운영 원칙으로 하는듯 하지만, 업체 안쓰고 재단에서 직접 셔틀 버스를 운영하시는 것 같긴 하지만!!!

그 모든 것이 2호의 매일 중 2시간을 버스에서 보내게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이유가 되진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니까 작년에도 이러지는 않았다.

올해 들어 갑자기 정거장이 3개쯤 늘어나더니 하원 셔틀을 무려 1시간 15분이나 타게 된 것이다.

아이는 버스에서 편하지도 않는 좌석에 앉아 때 아닌 낮잠을 자고, 차에서는 내리자마자 화장실을 찾는다.


이거… 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에도 그랬다.

중학교 성적이 꽤 좋았던 나는 웬만한 고등학교는 1지망을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뺑뺑이지만 3지망까지 쓰는 구조였고 성적이 좋으면 1지망 가능성이 높았다)

집 근처 학교들은 상대적으로 썩 좋은 입시 성적을 보이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의 기준은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이었다.


“버스타면서 체력 허비하고 시간 낭비하느니, 가까운데  다니면서 30분이라도 더 자고 책이라도 한권 더 읽어라.”


2호 셔틀 문제가 불거지면서 가장 먼저 친정엄마와 상의했고, 엄마의 기준은 여전히 유효했다.


“얼마나 좋은 교육과 환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근처로 옮겨서 30분 더 재우고 책이라도 한권 더 읽혀라. 차라리 학원을 하나 보내던지.”


그 사이 엄마는 사교육에 약간의 신뢰를 갖게 되신듯 하지만, 어쨌든 큰 틀은 변함이 없었다.

나 역시 엄마에게 지극히 동의하는 바이고.


마음을 먹고 보니 그 동안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 눈 감고 있었던 문제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무상급식 도입 이후 줄어든 급식 예산으로 적어진 간식량이라던지, 전통 있는 명문인 건 알지만 다소 고압적인 자세 같은 것들 말이다.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잘 먹으면서, 즐겁게.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지켜지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순간 돌이켜 보니 그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만 두기로 했다.

이제 그 다음은 어디가 좋을지 고민하고 상담하고 줄을 서야 겠지만.

고민 끝에 만나게 된 아이의 아침은 좀더 여유롭고 평화롭길 기대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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