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학년, 아직 다니고 있습니다
몇년 전 사립초등학교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쓴 글이 나의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찾아와 읽고 있는지 도무지 순위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후속편(?)을 준비해 봤다. 벌써 4학년이 된 1호와 함께했던 3년 간의 사립초 생활을 돌아보자.
이제 겨우 절반 정도 왔지만 내가 느낀 학년 별 야마는 이렇다.
1~2학년: 신나게 놀면서 배우자! 다양한 경험과 학습의 근간과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 역량에 집중
3~4학년: 평생 갈 습관을 만들자!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도록 생활 습관과 학습 패턴을 잡는 시간
4~6학년: 공부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뒤쳐지지 않도록 수준을 점검하고 공부를 해 나가는 기간
2학년까지는 정말 잘 놀았다. 이렇게 놀아도 되나 싶게 놀았다. 물론 우리 1호가 유독 더 논 것도 있다(1호는 여전히 학원을 한 곳도 다니지 않는다). 어쩌면 다른 사립초에 비해 여기가 유독 더 신난 저학년을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
커리큘럼부터 그렇다. 독서처럼 반드시! 인생을 관통할! 습관과 지혜를 주어야 하는 부분은 빡세다. 2학년까지는 한 학기에 100권 읽는 것을 목표로 한다. 거의 매일 하루 1권을 읽어야 하고, 당연히 만화책 안되고 너무 짧은 동화책 안된다.
창의력 수업이나 교육연극 같은 수업도 저학년 특권이다. 특히 교육연극은 매월 자존감, 분노 같은 감정적이거나 추상적인 단어를 주제로 하여 그 실체를 연극으로 표현하고 풀어보는 수업이다.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개념 구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학습적인 부분에서는 주5일 방과후수업으로 영어가 붙어 있는 것과 수학 연산 문제집을 꾸준히 푸는 것 정도. 독서를 고려하면 국영수 정도는 기초부터 잡고 가겠다는 취지이기는 하다.
3~4학년, 정확히 3학년은 자기주도학습 정착이 목표다. 3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거의 '장인'급이다. 간혹 배치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거의 3학년 담임을 전문으로 하시는 고정 선생님들이 계신다. 목표를 아이들의 성향과 학습 수준, 패턴을 고려한 자기주도학습 방법을 구축해주는 것. 오직 그거 하나 성공을 목표로 3학년을 보내신다.
좋아하는 과목이나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 아이가 선호하는 학습 패턴, 기본적으로 가져가야 할 학습량, 계획 수립, 점검, 알림장 내용을 스스로 챙기고 숙지하는 등 10살 망나니들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시는 편.
2학년 때 학부모 모임에서 고학년 엄마들을 만나 "도대체 언제쯤 숙제하라는 말을 안하게 될까요"라고 하소연했었다. 그때 그 분들은 이렇게 말했다. "3학년 지나면 웬만큼은 다 잡아주세요.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되요." 아직도 그 여유로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내 아들은 3학년이 지나도 자기주도학습이 잡히지 않았다.
물론 우리 1호 같은 아이들이 있어서 4학년 때에도 아이의 자기주도학습을 잡아주신다. 차이가 있다면 교과목 공부에 대한 기본 학습법을 챙기도록 해준다는 것. 기본 학습법이라고 해봐야 별 거 없다. 복습 잘할 것, 어려운 과목은 예습도 할 것.
그래서 4학년 때부터는 국수사과(영어 제외) 과목 별로 문제집을 한권씩 정해서 진도에 맞춰 풀고 점검 받는다. 문제집 이외에 온라인 학습을 예습으로 권장하는 과목도 있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진도에 맞춘 공부를 해나가는 방법을 연습한다.
3학년부터는 학기 당 목표 독서권수도 70권으로 준다. 그러나 글밥이 많아지니 실제 독서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1학년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와서 그런지 이 정도 독서량에는 크게 타격을 입지 않는다. 글밥이 많아도 재미만 있다면, 예컨대 전천당 시리즈 같은 책은 주말 하루에 10권 이상 읽는다.
5~6학년이 되면(사실 4학년부터 시작하는듯 하지만) 중고등학교 생활을 위한 장기적인 준비에 들어간다(고 한다). 사실 이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확실히 4학년이 되니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공부만 이야기했는데도 글이 너무 길어졌다. 다른 부분, 학교 생활이나 교우 관계, 친구들 특성, 예체능, 취미 생활 등 할 말이 많은데 다 쓰면 논문될지도 모르겠다. 계획엔 없었지만 글을 나누어야 겠구나.
아무튼, 이젠 브런치 글 조차도 내 마음대로 안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