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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다 May 30. 2023

잦은 이직, 괜찮은가요

얼마나 잦으신지는 모르겠지만-

** 바쁘다 바빠 직장인을 위한 3줄 요약 **


1. 잦은 이직은 흔한 일. 2~3년에 한번 이직하는 것은 평균이 되었다

2. '얼마나' 이직했느냐 보다 '왜' 이직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3. 중견 기업한테는 안먹힌다



네이버에서 '이직'을 검색하면 상위권 연관 검색어 중 하나가 '잦은 이직'이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 수 있다.


'잦은 이직'은 많다.


특정 누군가의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 잦은 이직의 정의가 다르다는 함정이 있다.


모든 '잦은 이직'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적 상황은 무엇일까? 문제가 안되는 상황부터 제거해 나가 보자.


"2~3년에 한번씩 이직하는 것 같아요." << 괜찮다. 별로 잦지 않다.


인재풀 분석을 위해 유저들의 근속 기간을 분석한 적이 있었는데, 평균 2.65년이었다.

매년 짧아지고 있는 중이며 3년 밑으로 내려온지 꽤 됐다.

다시 말해, 이미 시장에서는 2~3년에 한번씩 이직하는 사람이 평균이 되었다.

인사담당자들도 그 정도 근속에 대해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특히 이렇게 이직하면서 연봉이 계속 쭉쭉 올랐다면, 능력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거다.

문제는 능력은 있으나 '충성도 없고 이기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고 우려할 여지가 있다.

연봉을 계속 올려줘도 더 높게 주는 곳이 있다면 옮겨 버리니까.

이 경우에는 잦은 이직 자체에 대한 방어보다는, 지난 직장 경험으로 생긴 가치관 등을 정리해 보면 면접에 도움이 된다. (이 회사가 나랑 딱 맞아!라고 주장할 수 있도록)


"1~2년에 한번씩 이직하는 것 같아요." << 일단 중립기어에 놓는다. 이직 사연이 중요하다.


2년 미만 근속이 2곳 이상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면 좀 애매하다.

면접에서 무조건 사연을 물어볼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우리도 정말 길게 일하고 싶잖아... 2년도 안되서 퇴사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어...


면접관 생각도 같다.

이런 경우 의외로 솔직하게 이직 사유를 말하면 패스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런 케이스에서 가장 고민되는게 '이렇게 말하면 의지박약처럼 보이지 않을까', '나의 인내심이 의심 받게 되지 않을까'하는거다.

그런데 팩트 자체가 상당히 '어우...' 싶은 경우가 많다.

경영 악화는 기본이고 불합리한 직무 이동부터 직장 내 괴롭힘까지 아주 다사다난하신 분들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1~2년에 한번씩 이직하신 분들 중에서는 "그냥 좀 심하게 재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경우는 조금 더 방어가 필요할 수 있다.


1~2년에 한번씩 이직 + 경력 사이사이 6개월 이상 공백기 있음


아무리 사연이 구슬퍼도 6개월 이상 공백기는 면접관으로 하여금 의심을 갖게 한다.

어떤 식으로 질문하건 해소해 주어야 할 의심은 크게 2가지다.

'열심히 이직 준비했는데 매번 이렇게 공백이 발생하나?'

'그냥 쉬고 싶어서 그만 뒀으면서 핑계 대는거 아니야?'

그러니까 갑작스러운 퇴사로 이직하게 되었다고 해도 공백은 가능하면 3개월 미만으로, 그 이상이라면 한번 정도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전제 하에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1~2년에 한번씩 이직 + 모든 퇴사 사유가 나 자신에게 있음


번아웃이나 사고, 질병에 의한 퇴사를 포함한다.

생각보다 "많이 아파서 회복을 위해 퇴사"했다는 설명을 많이 듣는다.

사람 대 사람으로 생각해보면, 업무가 불가능할 만큼 아팠다니 당장은 퇴사하고 회복에 집중하는게 맞다.

그러나 면접 자리에서는 건강도 스펙이요 역량이 된다. 회사가 채용 건강검진을 하는 이유가 그런거다.

회사를 그만 둬야 했을 정도로 아팠던 사람이 지금은 괜찮은가-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번아웃도 마찬가지.

한번 온 번아웃이 두번 오지 말란 법 없다.

번아웃 때문에 그만 둔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그 경험을 스스로의 '실패'로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있고 번아웃이 되지 않도록 나름의 일상적 회복 스킬이 패시브로 장착되어 있음을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간혹 "가족(특히 부모님)의 병 간호를 위해 퇴사"했다는 분도 계신다.

마찬가지로, 인간적으로야 이해는 하지만, 면접관 입장에서는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또 퇴사하겠구나', '저 집에서 저런 역할은 이 분의 몫이구나'라는 우려를 하게 된다.


"최근 2~3번은 잦은 이직. 그러나 첫 직장에서 5년 이상 재직." << 정착하지 못한 어린 양


생각보다 흔한 케이스.

첫 직장에서 대리급 이상으로 체급을 키운 후, 호기롭게 퇴사하여 커리어 개발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경우다.

정말 잘하고 싶고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데, 마치 작품 보는 눈이 후진 배우처럼 회사와 포지션을 제대로 못고르는 분들이다.

면접관도 안다, 이 사람은 '여기다' 싶은 회사를 만나면 정착할 수 있음을.

그리고 우리 회사가 그런 곳이 될 수도 있다는 근자감에, 최근 몇번의 이직에는 너그러워 진다.


어떤 상황이라도 중견기업이나 한국 진출이 오래 된 외국계 기업에는 안먹힌다.


시대가 이렇게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프더레코드로 [이직이 잦은 후보자 기피]라는 메모가 붙은 헤드헌팅 오더 건들이 많다.

그런 회사들을 살펴보면, 중견이나 오래된 외국계들, 그러니까 근속이 상당히 긴 기업들이다.

그냥 저냥 비슷한 사람들끼리 함께 어울리는 것이 조직 문화와 안정적 성장의 노하우라고 생각하는 곳들이 있다. (이게 잘못된건 아니다. 회사마다 방식이 다르니까.)

오버스펙이나 커리어 개발에 열심인 사람들, 이직에 적극적인 사람들은 자신들과 맞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고를 통한 채용보다는 헤드헌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회사들은 어떤 사연이 있더라도, 몇년 차더라도, 3번 이상의 이직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서류도 검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의 잦은 이직을 허용해 줄 회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링크드인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지원하고 싶은 회사의 재직자들을 검색해 보자.

비슷한 연차 중심으로, 그 회사 입사 전 경력을 살펴 보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나 정도의 이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처음이 어렵지 두번은 더 쉬워서, 이미 그런 사람을 뽑아본 적이 있는 회사라면 '나의 잦은 이직도 허용해 줄' 회사일 확률이 매우 높다.



사적 경험 #1.

잡플래닛 구성원들의 기존 직장 근속 기간은 어마어마하다.

시장 반토막 수준ㅋㅋㅋ

그러나 입사 후 근속 기간은 다들 길다.

좋은 회사에서는 누구든 일하고 싶어지는 법.

당신이 HR 매니저라면, 후보자의 잦은 이직을 우려하지 말고 우리 회사를 더 좋게 만들어 보자.


사적 경험 #2.

잡플래닛에서만 통하는건데, 잦은 이직에 대해 묻지도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전직장들의 평균 총만족도가 1점대일 때, 혹은 우리 안에서 (나쁜 쪽으로) 아주 유명한 회사들일 때.

어떤 사람들은 순진한건지 감이 없는건지 회사를 고르는 눈이 정말 안좋을 때가 있다.

누가 봐도 이 분의 직장 생활이 정말 비참했을 것 같은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나도 모르게 왜 퇴사했는지 묻지 않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


사적 경험 #3.

평균 근속 기간 1.3년, 이직만 4번 했으며, 이직 사유가 모두 '자신의 커리어 고민'이었던 후보자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그 분을 뽑았고, 잡플래닛에서는 6년 이상 일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애매했고 걱정됐었다.

다른 회사에서는 서류 탈락이었을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면접을 보면서, 커리어에 대해서 참 많이 고민하는구나, 저 고민을 잘 케어해주면 자기 일은 정말 열심히 할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

우리 조차도 최종 합격을 도박처럼 던졌던 케이스.

하지만 도박은 성공했고, 더이상 우리는 잦은 이직을 우려하지 않는다.


그냥, 이런 회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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