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마음의 생태학」- '인문학'이 아닌 '인문과학'

어려운 책 천천히 읽기 1.

by 단비

「깊은 마음의 생태학」- '인문학'이 아닌 '인문과학'

「깊은 마음의 생태학*」에서 말하는 '인문과학'이란


책 제목의 ‘깊은 마음’은 '마음'의 영역과 층위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작가가 매우 신중하게 선택한 표현이다. 이 두 어절뿐만 아니라 김우창 교수가 사용하는 모든 어휘는 차원이 다른 사유의 깊이에서 길어 올려진 것들이어서 두세 번씩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할 때가 많다. 말인즉슨 내용을 이해하기가 매우 매우 어렵다.


그런 까닭에 몇몇 글벗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며 더딘 속도로 조금씩 읽어 나가고 있다. 전문적으로 내용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 연결시킬 수 있는 배움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서이다. 여기에는 비전문가의 오독과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은 점차 이해의 깊이를 더해가면서 다시 개념을 재정립해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는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짚어가며 떠듬떠듬 읽고 있는 수준이다.


우리의 '마음'은 세계의 자연과 환경, 역사, 이념, 문화, 언어, 권력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 개인이 아무리 스스로 독자적 반성을 한다 해도 그가 속한 더 큰 구조의 생각에 물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삶을 지배하는 모든(생물학, 진화론, 우주론, 존재론) 조건에 이 '깊은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작가는 '인문학'이라고 하지 않고 '인문과학'이라고 지칭한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당대적인 무의식에 의하여 만들어지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사람의 마음은 독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이 헤엄치고 있는 물결의 색깔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라고 하여야 할는지 모른다. 어떻게 하여 사람의 마음이 당대의 마음에 공시적(共時的) 조정을 하는 것일까. 상당히 넓은 지역에 퍼져 번쩍이는 반딧불이 저절로 반짝이는 리듬을 맞춘다고 하는 것은 곤충 행태 연구자의 흥미로운 관찰의 하나이다. -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 >


김우창 교수는 '인문과학'의 목표가 인간의 도덕과 윤리에 있음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러나 그것이 도덕적 신념을 심어주어 교화시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일방적으로 주입된 생각으로부터 풀려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인문과학'은 인간의 '마음'을 위한 작업이다. '인문과학'이 인간의 도덕과 윤리에 관한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잘 해낸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연마된 마음은 대상 세계에 민감함을 유지하면서도, 거기에서 오는 압력 또 안으로부터 오는 강박에 대하여 초연하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것을 넘어가는 넓은 사물의 진상을 살필 수 있다. 궁극적으로 마음은 그의 세계를 스스로 구성한다고 할 수도 있다. -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


민간함과 초연함을 동시에 갖춘 '연마된 마음'을 기르기 위해, 그리하여 마음의 세계를 스스로 구성하기 위해 어렵지만 천천히 완독을 향해 나아가 보려 한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김우창, 김영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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