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아시(詩照我時),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것

시(詩)가 나를 비출 때(時) 1.

by 단비

우리는 자신을 잘 모른다.

조금 안다면 그건 자신의 과거일 뿐, 자기 자신이라고 보긴 어렵다.

자신의 미래는 더욱 알 도리가 없다.


결국 '나'를 안다는 건 현재의 자신을 아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뭔가를 결심할 때, 거기에는 그 순간의 자신의 모습이 담긴다.

런 면에서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건 내 결심들'이란 말은 더욱 일리 있게 들렸다.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나를 잘 아는 건 나의 결심들

(중략)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건 내 결심들

- 김경미, <결심은 베이커리처럼>* 중에서


그러나 모든 결심이 결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심들 중 태반이 하다 말기를 반복하며 흐지부지 된다.

그리 오래가는 결심이 드물고, 먼 미래까지 완주하는 행동은 더욱 드물다.


이에 대해 시인은 '결심은 베이커리 같다.'고 한다.

신선한 베이커리 빵집처럼
언제나 당일 아침에 만들어서
당일 밤에 폐기하는

결심들만큼

영원히 나를 잘 모르는 것도 없다.

- 김경미, <결심은 베이커리처럼>* 중에서


헤픈 결심들은 어쩌면 이토록 자신을 모를까?

하루도 못 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지 않는가?


시인은 그 결심들이 영원히 자신을 잘 모르는 것이라 했지만,

어쩌면 가장 잘 알기에 당일 폐기를 불사하고 번번이 '결심'하는 건 아닐까?

매일 폐기되기를 반복하는 결심들이야 말로 깊이 바라고 원하는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는 결심들을 왜 날마다 포기할까?

시인은 '떠나면 후회할까 봐 후회를 떠나지 못한다.'읊조린다.


결심을 따라나섰다가 후회하게 될까 봐

그게 두려워서 결심을 버리고 후회하는 쪽을 택하는 거라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결심은 '후회를 두려워하지 않을 결심'이 아닐까?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김경미, 민음사, 2023.



[시조아시(詩照我時), 시(詩)가 나를 비추는 때(時)]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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