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 천천히 읽기 2.
'인문과학'은 우리로 하여금 매우 엄밀한 사고 과정을 거쳐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도덕적 신념을 자기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단순한 도덕적 가르침이나 정치적 신념이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검토되지 않은 신념을 버리는 일’을 포함해야 한다. 신념 중에는 지켜야 하는 것도 있지만, 버려야만 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김우창 교수는 신념의 특성에 대해 예이츠의 <제2의 강림>이라는 시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확실한 신념을 갖는 것이 항상 선하기만 한 게 아니라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우리의 시대가 확신과 신념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함으로 인해 많은 갈등과 폭력이 야기되고 있음을 우려했다.
최선의 무리는 확신이 없고, 최악의 무리만이 열광이 가득하다. - W. B. 예이츠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테러 행위나 각종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들은 신념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이다. 이러한 사례가 진짜 심각한 문제인 이유는 이 신념들이 모두 매우 높은 지적인 의견이라는 데 있다. 지성을 갖춘 의견이 증오와 오만을 함께 지니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신념을 가지는 데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가장 나쁜 것은 지적인 증오이다.
(An intellectual hatred is the worst.) - W. B. 예이츠
똑똑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 확고한 신념을 가질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떠올려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물론 나 자신에게 그런 면은 없는지 돌아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아마 우리의 차이는 신념의 문제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중략)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신념은 있게 마련이다. 이것은 특히 혼란의 시기에 그렇다. 그리고 그것은 그 나름의 효용을 가지고 있다. 신념은 행동의 요청에 맞추어 필요해진다. 행동은 뜨거운 열정-특히 강한 도덕적 정당성을 가진 것으로 믿어지는 신념에 의하여 작동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신념을 종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그 신념이 어떤 경로를 통하여 얻어지는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 중에서
신념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얻어져야 하는 걸까? 저자는 시인 예이츠가 가졌던 신념을 본보기로 제시하였다. 예이츠의 신념은 ‘내면의 투쟁’을 통하여 터득한 것이었다. '내면적 투쟁'이라 한 것은 삶을 하나의 지속적인 통일성 속에서 파악하고 여러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포용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의미한다.
어떤 신념을 갖기 위해 '내면적 투쟁'이라 할 만큼 치열한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신념을 비판 없이 답습하거나 또는 자신이 어떤 신념에 물들고 있는지 의식하지도 못한 채 휩쓸려 갈 때가 많다. '검토되지 않은 신념'을 버리기 위해 내 안에 어떤 신념이 있는지부터 검토해 봐야겠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김우창, 김영사(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