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나를 비출 때(時) 2.
글에는 목소리가 없는데, 글을 읽는 이에게는 목소리가 들린다.
똑같은 글인데도 어떨 땐 언성 높인 고함처럼 들리고,
다른 어떤 땐 차분히 속삭이는 타이름으로 들린다.
살다보면 기도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 김우종, 이재길*
이 말이 한때는 “꿇어. 빌어. 이래도 안 빌어?”라는 호통과 협박으로 들렸었다.
나는 쥐뿔도 없으면서 “싫어. 안 빌어, 내가 왜 빌어?”라고 대들었다.
세상 싸울 게 없어서 ‘기도’ 하지 않겠다고 싸웠다.
청소를 미루어 어수선한 방처럼
기도를 꺼리는 마음은 계속 어질러졌다.
기도는 시다.
자신을 내려놓았을 때
투명하게 흘러나오는
가장 순수한 시.
기도는 내어맡김이다.
볼 것을 보고
들을 것을 듣고
행할 것을 행하게 해 달라는
용감하면서도 겸손한 외침.
- 김우종, 이재길*
내려놓지 못한 자신을 제대로 위하지도 못했고,
내어 맡기지 못한 자신을 굳건히 지키지도 못했다.
자신에게 부당한 벌을 주고 있는 신(神)은 자기 자신이었다.
지금은... 기도가
잘못했다 소릴 들으려는 게 아니라, 바라는 게 무엇인지 듣고 싶어 한다는 걸
벌하겠다 겁주려는 게 아니라, 함께 하며 힘이 되려 한다는 걸
나를 꿇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일으켜 세우려고 한다는 걸
조금은 안다.
*「살다보면 기도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김우종, 이재길 엮음, 정신세계사(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