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 천천히 읽기 4.
배움의 양(量)이 충분히 쌓여야 질(質)적인 산출이 가능해진다. 지적 활동을 충분히 많이 하고, 그것이 몸에 체화될 만큼 숙달된 후에라야, 우리는 그 배움을 '직관'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저자는 능숙하게 숙달된 배움이 차고 넘쳐서 남는 여유가 있는 단계를 '잉여(剩餘)'라고 한다. 단,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개인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재해석이어서 조심스럽긴 하다.
우리의 지적 능력은 '잉여'가 있을 때, 어떤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의식'이 형성된다. 그리고 '잉여'는 지적 사고의 어려 대상들을 서로 연결시키면서 하나의 형상으로 통합시킨다. 이것은 개인의 의식이 형성되는 것인 동시에 삶을 형성하고 세계를 형성하는 데 작용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의식 있다.'는 말은 이런 과정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학습의 단계에서는 지적 운산(運算)의 작업을 수행하다가 숙달한 후에는 그 능력이 거의 직관처럼 작용하는 것일 것이다. (중략) 사람의 지적 능력 또는 의식의 한 특징은 주어진 사항을 넘어간다는 데에 있다. 즉 그것은 한 가지 목적의 일이 아니라 그에 비슷한 다른 일로 넘쳐날 수 있는 잉여로서 존재한다. 이 잉여는 연결과 통일을 만들어낸다.
-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 중에서
'마음'은 개인의 주관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실존하며, 필연적으로 세계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대상을 넘어서 다른 대상과 비교하고 통합하기를 반복함으로써 개인의 성장, 사회로의 확장, 세계로의 통합을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을 저자는 '잉여로서의 의식'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인간의 실존적 필요에 대응하는 것은, 이론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실천적 차원에서 이념성 또는 형성적 요인의 가능성에 따라 움직이는 마음이다. 그것은 주어진 대상에 집중하면서 그것을 넘어가는 잉여를 의식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잉여 속에서 대상은 다른 여러 가지 것에 비교되고 통합된다.
-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 중에서
'마음'은 고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상태이며, 계속 형성되어 가고 다른 형상들과 통합되어 간다. 마음의 지속성, 연속성, 통일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잉여'이다. 이러한 '잉여를 의식화하라'는 것은 성경에서 '깨어있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
부족한 배경지식으로 어려운 책을 읽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힘들다. '잉여'라는 표현에 대해 우격다짐하듯 억지로 끼워맞춰 이해한 게 아닌가 싶다. 여러 번 읽어봐도 저자가 '잉여'라는 어휘에 담고자 한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김우창, 김영사,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