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아시(詩照我時), 배움의 기도

시(詩)가 나를 비출 때(時) 6.

by 단비

제인 구달(Jane Goodall)은 아프리카에서 야생 침팬지와 함께 생활하며

동물행동학을 연구한 학자인 동시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녀의 기도에는 복과 운을 달라는 간청이 없다.

고통과 슬픔을 없애달라는 애원도 없다.


그저 주어진 생을 참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깊은 배움만을 구한다.

기도가 길을 밝히는 등불과 같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제인 구달은 자신이 걸어갈 길의 등불을 자신의 기도로 스스로 밝혀 들어올린다.


환경 운동가 제인 구달의 기도*

늘 우리의 마음이
새로운 생각에 열려 있고
독단에 빠지지 않기를.

자연과 우리의 관계,
그리고 뭇생명의 본성에 대한 이해 속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영혼의 관대함,
그리고 생명을 향한 참된 사랑과 열정으로
채워질 수 있기를.

용서에 뒤따르는 평화와
사랑 속에서 얻어지는 강인함을
배울 수 있기를.

이 생에서 주어진 그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가슴으로 보고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참된 존재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기를.


우주에 인간의 기도를 접수하는 안테나가 있다면,

제인 구달의 기도는 그 안테나에 백발백중 잡히는 주파수를 띠고 있을 것이다.

우주는 지구에서 제인 구달의 기도가 실현되기를 기도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우주는 우리의 언어를 듣는 게 아니라 느낌을 듣는다고 한다.

원초적으로 타고나는 느낌이야말로 범우주적 공통어일 것이다.

그러니 기도의 언어가 아무리 화려한들 영혼이 실린 느낌이 없다면 우주에 가닿을 리가 없다.



제인구달.jpg

*「살다보면 기도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김우종, 이재길 엮음, 정신세계사(2014)

시(詩)가 나를 비출 때(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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