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중 한 장면에 붙들리어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자신의 인생과 정면승부를 해야 할 때가 있다.
내가 남느냐, 내가 아닌 것에게 먹히느냐.
크고 깊은 고통을 겪을수록 그것을 느끼는 '나'라는 감각은 생생해지고
내가 아닌 것들의 실체가 선명해지는 순간이 있다.
두려움은 내가 아니다.
슬픔도, 억울함도, 분노도, 불안도 내가 아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나를 삼키려 든다. 마치 굶주린 호랑이처럼.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봤다.
폐위된 단종이 벼랑 끝에서 야생의 호랑이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나약하게 주저앉던 어린 임금은 홀연히 활을 집어든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따윈 없다. 결과가 어떠할지 예상하지도 상상하지도 않는다.
'나'와 '내가 아닌 것'이 있을 뿐이다. 그는 말한다.
벼랑 끝에 발을 딛고 거대한 맹수와 마주한 순간,
뒷걸음치면 천길 낭떠러지 밑이고, 서있으면 맹수의 이빨이 몸통에 박힐 상황에서
주어진 단 한 발의 활로 맹수를 명중시킬 수 있는 존재, '인간'
이것이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지나친 자의식일지 모르지만,
세상의 고독과 홀로 맞서는 절박한 시간 속에 있을 때,
조용히 그리고 강력하게 되뇌어야 할 말은 이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