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잘 맞는 불편함

새벽독서 94일. 나에게 맞는 불편을 선택했다.

by 단비

새벽독서 94일, 매일 글쓰기 120일


글을 쓰는 일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쉽게 써지지 않아 괴롭고, 생각대로 표현되지 않아 답답하고, 써놓고 마음에 들지 않아 짜증도 난다. 그런데 글을 쓰지 않으면 더 불편하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심리적으로 점점 피폐해져 가고 있을 때, 나를 상담해 주던 분이 나에게 공개적인 글쓰기를 적극 권하셨다. 그 당시 나는 몸에도 심각한 이상이 생겨서 두려운 마음에 건강을 잃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매일 달리기, 수영, 요가와 명상, 어려운 고전 읽기 등등. 그래도 나아지지 않아서 그랬는지, 순순히 상담사가 권한 글쓰기도 추가했다.


지금도 여전히 내가 걷고 있는 길의 바닥엔 해결되지 않은 고통이 깔려 있다. 어떤 날엔 한 걸음을 떼어 놓기가 천근만근 무겁고 힘들다. 하지만 가끔은 발걸음이 빨라지기도 하고 그러다 한두 번 펼쩍 뛰어넘기를 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글쓰기는 아주 느린 걸음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느림 속으로 자진해서 걸어 들어간다.


이런 내 상황과는 전혀 결이 다르지만, 박완서 작가님이 70세 이후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선택한 이유가 내 눈을 끌었다. 작가님은 시골의 전원주택에 대해 막연한 환상이나 낭만적인 기대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이 인간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음을 그 누구보다 직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정원과 텃밭을 가꾸며 살기로 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불편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 정착하려 한 것은 자연 친화적인 삶을 꿈꿨기 때문도, 도처에 도사린 불안을 몰라서도 아니었다. 그냥 아파트가 너무 편해서, 온종일 몸 놀릴 일이 너무 없는 게 사육당하는 것처럼 답답해서 나에게 맞는 불편을 선택하고자 했을 뿐이다. 내가 거둬야 할 마당이 나에게 노동하는 불편을 제공해 준다.
- 박완서, 산문집 <호미> 중에서

편한 일을 선택할 때보다 불편한 일을 선택할 때 우리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맞는 불편함을 안다는 건 자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제법 잘 맞는 불편함이었다. 그 불편함 덕분에 원치 않는 곳에 정신이 소모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꽃길만 걸으라 말하지 않을뿐더러, 내가 꽃길만 걷길 바라지도 않는다. 대신 멀고 먼 길을 가는 동안, 그 길에서 자신의 벗이 되어줄 불편한 일이 무엇인지는 꼭 찾으라 권하고 싶다. 편한 일이 주는 편안함보다 불편한 일이 주는 편안함이 더욱 강력하다는 건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저의 글밭에 매일 들러주시는 독자님들께,

제 글로 제 안부를 확인하고 계신 분들이 염려하실까 봐서 미리 말씀드려요.

이제 주 1~2회 정도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글이 매일 올라오지 않는다고 염려하시거나 걱정하지 마시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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