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한 시 13. 남이 있어 하는 일
나 먹자고 한 궤짝의 게장을 담그진 못한다.
나 좋자고 매일 얼굴 떠올려 그리워하진 못한다.
그렇게
나를 위해 못하는 일들이 있다.
바삐 젓가락 가는 반찬을 피해
한가한 반찬을 집는 일
몸의 반이 비에 젖어도
옆으로 기울여 우산을 받치는 일
근심 걱정 얹어주지 않으려
세상 편한 표정 짓는 일
뒷모습 사라진 한참 후까지
긴 목 늘려 배웅하는 일
나를 위해 못하는 일
남이 있어 하는 일
나를 남까지 펼치고 늘려야 하는 일
나에게 가장 가까워지는 일
나를 나이게 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