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독서 115일. 저절로 나오는 것과 억지로 들이는 것
'미운 마음, 괘씸한 마음이 든다'고 말할 때, 이 마음들은 깊숙한 곳에 들어있다가 위로 떠올라 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면에 '마음 고쳐 먹기로, 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할 땐, 마치 밖에 있는 마음을 꿀꺽 삼켜 안으로 집어넣는 것처럼 들린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안에 있다가 밖으로 솟구쳐 나오고, 그것을 다스릴 이성은 밖에서 안으로 꾹꾹 눌러 담아야 하는 걸까?
세네카는 악덕 중의 악덕으로 '분노'를 꼽는다. 다른 악덕들은 사람을 이성적이지 못하게 만들지만, 분노는 아예 제정신일 수 없게 만들며, 한 개인만이 아니라 집단 전체를 추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분노를 순수한 감정의 드러냄으로 보거나, 솔직한 성격 정도로 여기는 것을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했다.
분노는 사치보다 나쁘다. 왜냐하면 사치가 만족하는 것은 자기의 쾌락인 데 비해 분노가 즐기는 것은 남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분노는 악의와 질투를 완전히 이긴다. 그런 것은 상태가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데 비하여, 분노는 불행하게 만들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악의나 질투는 뜻밖의 불행을 기뻐하는 데 비하여 분노는 운명을 기다리지 못한다. 미운 상대가 해를 입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치려 한다. - 세네카, <세네카 인생철학이야기> 중에서
다른 감정과 달리 분노는 밖으로 나왔을 때 반드시 싸움과 전쟁을 일으키고, 누군가에게 상처와 피해를 남긴다. 그리고 항상 분노의 원인이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대해 세네카는 자신의 분노와 싸워서 이기라고 말한다. 분노에 이기기를 바란다면, 분노는 절대로 우리를 이길 수 없다며, 튀어나오려는 분노를 어떻게든 끝까지 가슴 깊은 곳에 숨겨 두라고 한다. 분노에게 출구를 주지 않는 것이 이기기 위한 최고의 상책이라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적절히 표출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래야 정신건강에 이롭다면서 말이다. 여기에서 방점은 '표출'이 아니라 '적ₒ절ₒ히ₒ'에 찍혀야 한다. 적절히 표출한다는 것은 적절히 담아둘 수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드는 마음을 모두 표출해야만 한다면, 그 방법이 매우 정당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지나치게 감정을 억눌러서 병이 났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많은 경우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서 병이 난다.
아이들의 교육에서도 감정의 표현력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감정의 절제력을 갖추는 것 또한 강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