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을 뼛속으로 인도하는 일광 위로

위로수집 일지 4

by 단비

숨이 안 쉬어지는 문제로 흉부 X-ray를 찍었을 때 의사 선생님이 폐에는 문제가 없는데 갈비뼈 사이사이에 석회 같은 것들이 보인다며 정형외과를 가보라고 했다. 정형외과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으니 ‘흉추부 척추관절 강직’이라는 병명을 들었다. 설명인즉슨 등과 흉곽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들이 굳어서 관절의 움직임이 뻣뻣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몸이 굳어 있으면 뼈와 주변 근육이 약해지고, 호흡도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한다.


아프고 괴로운 상황으로 인해 나는 아주 다양한 의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흉추부 척추관절 강직’이라는 진단을 내린 의사 선생님은 말투와 성격이 매우 독특했다. 어조가 높아서 설명을 듣는 내내 야단맞는 기분이 들었고, 이제 그만 설명해 주셨으면 할 만큼 계속 반복과 부연의 말씀을 이어가셨다. 그토록 힘주어 설명하신 핵심 요지는 칼슘이 있어야 할 곳은 근육이 아니라 뼛속이라는 것이다. 뼛속으로 흡수되지 않은 칼슘이 근육에 많이 쌓이면 근육이 딱딱해져서 유연하게 움직이기가 어려워지고, 뼈의 골밀도는 낮아져서 골다공증이 생긴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주사와 물리치료 처방 외에, 집에서 실천할 숙제도 두 가지 내주셨다. 아침 공복에 천연 오일을 한 숟가락 먹는 것과 하루 20분 이상 햇볕을 쬐는 것이다. 비타민 D를 약이나 주사로 섭취하더라도 반드시 피부로 직접 햇볕을 쬐어야 한다고 아주 여러 번 강조하셨다.


말투가 너무 특이해서 그 길고 자세한 설명을 듣는 동안 한순간도 친절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흉곽의 근육이 굳어서 호흡이 불편할 수 있다는 설명은 귀에 쏙 박혔다. 정말 나의 흉곽이 바깥으로 조금도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것 같을 때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따라 자동차의 성능이 달라지는 것처럼 우리 몸도 사용자의 습관에 따라 그 기능이 크게 달라지는 거였음을 새삼 상기하게 되었다.


숨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쉬어진다면 뭐라도 해볼 양이었기 때문에, 바로 그날로 볕이 좋은 시간에 팔다리 피부를 최대한 노출시키고 햇빛을 쐬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람과 팔을 나란히 두었을 때 보니, 내 팔이 확연하게 검게 그을려 있었다. 하얀 팔이 보기에는 예뻤는데, 칼슘이 뼛속으로 잘 들어가기만 한다면야 검게 그을린 팔도 나름 괜찮았다. 다만 손가락 끝에서 팔뚝까지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는 굵은 혈관들은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는 내 속사정 같아 보여서 씁쓸했다.


그래도 해가 떴는지 지는지 흐린지 맑은지 관심이 없었던 내가 요새는 날씨가 좋으면 잠깐이라도 해를 맞으러 나간다. 안에만 있는 것보다 밖으로 잠깐 나가는 것이 숨을 고르는 데도 도움이 됐고, 신경안정제를 챙겨 먹는 것보다 햇볕을 챙겨 쬐는 것이 마음에도 좀 위안이 됐다. 숨 가쁜 달리기에 이어 나의 숨 막힘을 달래는 방법으로 이렇게 일광 위로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일광 위로를 하면서 ‘칼슘아, 네가 있어야 할 곳은 뼛속이란다.’라고 좋게 타이르면 햇빛이라는 목동이 칼슘 무리를 뼛속으로 잘 인도해 주는 것 같았다. 부디 내 몸을 이루는 요소들이 제자리를 찾아 제구실을 잘 해내길, 내 몸을 사용하고 있는 나도 몸에 해 끼치지 말고 사용자 수칙을 잘 지키길. 그렇게 나의 일광 위로가 시작되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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