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오갔지만 의미는 엇나가는 대화
대면은 했어도 대화는 되지 않는 사이가 있는가 하면, 대면하지 않았어도 대화는 잘 되는 사이가 있다.
우리는 점점 대면하지 않는 대화에 더 익숙해져 가는 건 아닐까? 그럴수록 대면하는 대화는 점점 어려워져 가는 건 아닐까?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동료 사이를 염려하면서)
A: 대화로 잘 풀어봐.
B: 대화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A: 대화를 해보긴 한 거야?
B: 맨날 얼굴 보고 얘기하고 있잖아.
A: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다 대화인 건 아니지.
말이 오갔다고 다 대화라고 할 수는 없다. 대화가 되려면 같은 것에 대해, 같은 지점을 보며 얘기를 나눠야 한다. 서로 다른 것에 대해, 다른 곳을 보며 하는 말은 대화일 수 없다. 그것은 하나의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독백을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것에 대해 다른 관점을 말할 수 없다면 대화라고 할 수 없다. 같은 관점인지를 확인하는 게 전부인 대화는 대답을 듣고자 한 것일 뿐 대화를 나누고자 한 것은 아니다. 만약 이것도 대화라고 한다면 되도록 빨리 끝마쳐야 한다. 길게 얘기하기엔 너무나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말하는 게 불가능하거나 불이익을 초래하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시험에 가깝다. 감정을 말하면 탈락하는 시험. 시험을 보듯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이 대화라면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해야 하고, 되도록 감정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가장 최상의 대화는 대화를 나눈 후에 생각은 커지고 감정은 가벼워지는 대화일 것이다.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