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대화 29. 우리가 대화를 나누긴 했을까?

말은 오갔지만 의미는 엇나가는 대화

by 단비

대면은 했어도 대화는 되지 않는 사이가 있는가 하면, 대면하지 않았어도 대화는 잘 되는 사이가 있다.

우리는 점점 대면하지 않는 대화에 더 익숙해져 가는 건 아닐까? 그럴수록 대면하는 대화는 점점 어려워져 가는 건 아닐까?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동료 사이를 염려하면서)

A: 대화로 잘 풀어봐.

B: 대화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라고.

A: 대화를 해보긴 한 거야?

B: 맨날 얼굴 보고 얘기하고 있잖아.

A: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다 대화인 건 아니지.


남는 생각

말이 오갔다고 다 대화라고 할 수는 없다. 대화가 되려면 같은 것에 대해, 같은 지점을 보며 얘기를 나눠야 한다. 서로 다른 것에 대해, 다른 곳을 보며 하는 말은 대화일 수 없다. 그것은 하나의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독백을 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것에 대해 다른 관점을 말할 수 없다면 대화라고 할 수 없다. 같은 관점인지를 확인하는 게 전부인 대화는 대답을 듣고자 한 것일 뿐 대화를 나누고자 한 것은 아니다. 만약 이것도 대화라고 한다면 되도록 빨리 끝마쳐야 한다. 길게 얘기하기엔 너무나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말하는 게 불가능하거나 불이익을 초래하는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시험에 가깝다. 감정을 말하면 탈락하는 시험. 시험을 보듯 대화하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이 대화라면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해야 하고, 되도록 감정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가장 최상의 대화는 대화를 나눈 후에 생각은 커지고 감정은 가벼워지는 대화일 것이다.


당신은 같은 것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과 함께 생각은 커지고 감정은 가벼워지는, 그런 대화를 나누고 계십니까?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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