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의 노래 같은 글치의 글쓰기

새벽독서 45일. 음치여도 노래 부르듯 글치여도 글을 쓴다.

by 단비

새벽독서 45일. 매일 글쓰기 71일, SSWB-Act 코칭 6주차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하루만 잘 살자. 딱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작아진 심장을 달래며 어렵게 출근하고 나면 축축하게 젖은 옷을 입은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버티는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하루 종일 속으로 울어서 젖어버린 마음을 말리는 작업이 글쓰기였다.


혼자 보는 일기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쓰다가 마무리 짓지 않은 채 팽개치거나, 기분에 따라 쓰고 안 쓰고를 선택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구속 장치였다. 매일매일 내가 괜찮은지 확인하려면 글이라도 써야 했다. 글을 써야 '오는 하루만'이라고 했던 아침의 약속을 '내일 하루도'라고 연장시킬 수 있었다.


나를 위해서는 충분히 글을 쓸 이유가 있었지만, 남을 생각하면 말이 달라진다. 남이 읽을 만한 글을 쓰는 것은 너무 어렵다. 어떤 날은 내 글이 듣는 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씩씩하게 열창하고 있는 음치의 노래 같기도 하다. 음치의 노래는 재밌고 웃기기라도 할 텐데, 내 글은 재밌고 웃기지도 않다.


우리가 가진 현실에 대한 지도가 정말 유효한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다른 지도 제작자들의 비판과 도전을 받게끔 자신의 지도를 내보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꽉 막힌 세계 안에서 살게 된다.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비유를 사용해 보면, 진공의 병 속에 있는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악취 나는 공기를 되풀이하여 호흡하면서 점점 더 깊은 자아도취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진 현실에 대한 지도를 수정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괴로움이 따르기 때문에 우리는 지도의 타당성에 대한 어떠한 도전이라도 대게는 피하고 멀리한다. -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중에서


내가 가진 현실의 지도는 그 타당성에 대해 큰 도전을 받았다. 나는 그 지도를 수정하고 있고, 수정하고 있는 나의 지도를 다른 지도 제작자들에게 내보이고 있다. 나에게 신선한 비판과 도전을 제시하는 이들은 새벽독서의 글벗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지도를 진심을 다해 제작하고 있으며, 흔쾌히 나에게 자신의 지도를 내보인다.


나의 현실에 대한 지도를 혼자 밀실에 갇혀 그려낼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음치의 노래와 같은 글치의 글이더라도 매일 쓴다. 어떻게 써야 할지 나는 모르지만, 글은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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